아무도 모르는 신비한 알마티…카자흐스탄에서 골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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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르는 신비한 알마티…카자흐스탄에서 골프를
  • 한이정 기자
  • 승인 2023.07.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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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일라우.

하늘길이 열리자 너도나도 해외로 골프 투어를 떠난다. 식상한 게 싫은 골퍼에게 딱 맞는 알마티. 천혜의 자연과 골프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카자흐스탄으로. 글_한이정

실크로드를 달리던 옛 유목민들은 7~8월이 되면 풀이 가득한 초원을 찾아 이동했다. 광활한 대지를 달리고 또 달려야 했던 유목민에게 녹음은 생명과도 같았다. 유라시아 대륙 한가운데에 펼쳐진 알마티 골프장은 유목민 때부터 지켜온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살려냈다.

알마티에 처음 도착하면 느낌이 색다르다. 동유럽에 온 것 같으면서도 동남아시아 같다. 카자흐스탄은 이슬람교인이 주를 이루지만, 히잡을 쓴 여성이 거의 없다. 연인끼리 길거리에서 손을 잡거나 껴안고 있는 모습은 흔하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술만 마시지 않으면 된다. 소비에트연방에서 독립한 직후 수도였던 알마티는 카자흐스탄의 특징이 고스란히 담긴 곳이다. 자연 속에서 도시 개발을 이뤄냈다. ‘하늘의 산’으로 불리는 톈산산맥이 둘러싸고 있는 분지 지형인 알마티에서는 어디서든 고개만 들면 만년설을 볼 수 있다.

알마티 골프장은 자일라우와 누르타우 두 곳이다. 3월부터 11월까지 언제든 골프를 즐길 수 있다. 설산을 보며 라운드할 수 있다는 게 공통점이자 최대 장점이다. 또 카자흐스탄은 대륙성기후로 인해 일교차가 크고 건조하다. 한여름에 아무리 더워도 그늘에 들어가면 시원하다. 코스마다 나무들이 울창하게 서 있어 휴식처를 만든다. 덕분에 무더운 7~8월에도 입장객이 끊이지 않는다.

알마티에 딱 두 곳 있는 골프장은 각각 정반대 매력을 지녔다. 자일라우는 카자흐스탄 대표 명문 골프장이면서도 자연 친화적이고, 알마티 최초 골프장인 누르타우는 초심자는 물론 실력 있는 골퍼도 즐길 수 있는 다이내믹한 코스를 자랑한다. 모두 DP월드투어(구 유러피언투어)의 2부 격인 챌린지투어 대회를 열었던 곳인 만큼 코스의 난도나 컨디션은 이미 인정받았다.

 

자일라우골프장.
자일라우골프장 시그니처인 7번홀.

‘명문’ 자일라우

자일라우골프클럽의 클럽하우스에서 나오자마자 뱉은 말은 “경이롭다”였다. 웅장한 설산이 마중 나왔다. 코스에 나가기도 전에 해발 3000m의 만년설에 압도당하는 기분이다. 하얀 눈에 푸른 잔디는 이질감이 들면서도 멋있다. 인공 호수에는 폭포와 천둥오리, 거위가 유유히 헤엄치고 있어 해외 골프장에 왔다는 설렘을 배가시킨다.

2006년에 개장한 자일라우는 카자흐스탄 명문 회원제 골프장으로 손꼽힌다. 자일라우는 카자흐어로 ‘초원’이라는 뜻이다. 자일라우의 최고 매력은 라운드 중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보이는 자연경관이다. 18개 전 홀에서 이곳저곳 고개를 돌려도 설산을 볼 수 있다.

특히 시그너처 홀인 7번홀은 설산이 티잉 에어리어 건너편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골프를 하지 않는 일행도 셔터를 누르기 바빴다. 왼쪽 도그레그인 7번홀에서 티 샷을 하고 세컨드 샷 지점으로 걸어갈수록 설산이 더 웅장하게 다가온다. 연신 사진만 찍어대는 내게 자일라우골프클럽 담당자는 자신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홀은 6번홀이라고 귀띔했다. 듣자마자 이해했다. 내리막 파3 홀인 6번홀은 티 샷부터 퍼팅까지 설산을 바라보며 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자일라우.

자일라우는 유라시아 100대 골프 코스로 뽑혔으며, 골프계 전설 아널드 파머의 디자인 회사에서 설계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살리는 파머의 설계 철학과 자연을 사랑하는 카자흐스탄의 정신이 잘 담겨 있다. 코스 곳곳에서는 은은한 아카시아나무 향이 코를 간질인다. 이곳은 꿩이 페어웨이를 걸어 다녀도 내쫓지 않는다. 동물 역시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총면적 82헥타르로 넓은 자일라우는 페어웨이에 켄터키블루그라스, 그린에 펜크로스 벤트그라스를 심어 최고의 양잔디 코스를 조성했다. 페어웨이에 카트가 진입할 정도로 잔디 컨디션이 좋다. 만약 비가 오거나 조금이라도 잔디 상태가 좋지 않으면 카트 운행을 금하고 수동 카트를 끌게 한다. 그 정도로 잔디를 먼저 생각하는 곳이다. 자일라우는 인공 호수 5개와 1만5000그루 이상의 나무로 코스 난도를 조절했다. 코스 폭이 넓지만 양옆에 나무가 줄서 있어 정확한 티 샷 공략이 필요하다. 전장이 긴 편은 아니지만, 페널티 구역과 벙커가 코스 곳곳에 위치해 전략적 플레이를 요하는 곳이다. 물결치는 그린도 특징이다.

 

누르타우.
누르타우 시그니처 14번홀.

‘최초’ 누르타우

자일라우가 설산이 압도하는 곳이라면, 누르타우는 드넓은 페어웨이가 입장객을 반기는 곳이다. 누르타우골프클럽은 1995년 알마티에서 개장한 카자흐스탄 최초의 골프장이다. 누르는 카자흐어로 ‘태양’, 타우는 ‘산’을 의미한다. 카자흐스탄은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의 이름을 따서 ‘누르’라는 단어를 고유명사에 많이 쓴다. 한때 수도인 아스타나의 이름도 누르술탄이었다.

이름은 태양이 비추는 산이라지만, ‘드라이버를 어떻게 휘둘러도 페어웨이에 떨어지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평탄하고 너른 페어웨이가 특징이다. 한국에서 소위 ‘백돌이’일지라도 ‘이 정도면 해볼 만한데?’라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하지만 코스 난도가 결코 쉽지 않다. 괜히 프로 대회를 주최한 곳이 아니다.

전체 전장도 긴 데다 휴식처인 줄 알았던 나무가 플레이에 들어가자 방해꾼이 된다. 무사히 그린 주변까지 공을 보내면 길고 질긴 러프가 반긴다. “누르타우는 모든 클럽을 다 써야 한다”는 말이 ‘모든 클럽을 다 잘 쳐야 한다’임을 깨달았다. 골프장 관계자도 “나무가 골프장 난도를 조절한다”고 전했다. 초심자는 누르타우의 넓은 페어웨이에 반하고, 고수는 누르타우의 반전 매력에 빠진다. 덕분에 남녀노소, 가족들이 즐겨 찾는다.

전·후반 색다른 코스 세팅도 독특한 특징이다. 아웃코스는 카자흐스탄 초대 대통령의 추천으로 일본인이 설계했고, 인코스는 카자흐스탄 순수 기술로 만들었다. 전반은 아기자기하지만, 후반은 카자흐스탄의 자연경관을 온전히 바라보며 라운드를 즐길 수 있다.

누르타우.
누르타우.

“잔디 관리에는 누구보다 자신 있다”는 누르타우 관계자는 페어웨이 한가운데로 갔다. 카자흐스탄은 겨울에 눈이 많이 오기 때문에 잔디 생육에 어려움을 겪는다. 눈이 잔디 위에 쌓여 오랜 시간 그린을 누르면 죽거나 얼룩이 생긴다. 골프장에는 치명적이다. 그래서 관계자들은 겨우내 기도하는 마음으로 골프장을 관리한단다. 만약 눈이 오래 쌓여 잔디가 죽으면 다시 씨를 뿌려 빨리 키워내야 한다.

어려운 환경이지만 한여름에도 잔디 컨디션을 좋게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있다. 페어웨이를 그린처럼 관리한다. 페어웨이를 유심히 바라보니 그린 에어레이션을 하듯 구멍을 뚫어놨다. 잔디가 숨을 쉬게 하고 구멍에 씨를 뿌려 잔디가 자라도록 한다. 과거 초원을 지키던 유목민처럼 골프장 잔디를 내 것처럼 관리하다 얻은 노하우다. 덕분에 페어웨이에 있는 켄터키블루그라스는 겨울 동안 눈에 덮여 있다 하더라도 싱싱하게 잘 살아난다. 무더위가 시작되는 7월이 되면 오히려 잔디 상태가 더 좋다. 누르타우가 자신 있게 한여름에도 골퍼들을 초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누르타우.
누르타우.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큰 나라 카자흐스탄은 한반도의 12배이지만, 생활 지역은 10%밖에 안 된다. 한때 동서 문명의 교차로였던 카자흐스탄의 뜻은 ‘유목민의 나라’다. 그만큼 유목 문화가 잘 녹아 있다. 건조한 초원과 사막, 겹겹이 쌓여 있는 산을 거닐며 유목 생활을 한 이들은 예로부터 손님을 귀하게 여겼다. 양·말·소고기가 주식인 카자흐스탄에는 차 문화가 발전했다. 손님이 찾아오면 컵에 뜨거운 차를 가득 따라주는 게 예의다. 어려운 발걸음을 한 손님이 오래 머물다 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언제 올지 모르는 손님을 위해 음식을 남겨두거나, 손님이 오면 부족함 없이 대접한다.

이런 유목민의 배려는 골프장에도 녹아 있다. 자일라우는 클럽하우스부터 리조트까지 어둡다고 느낄 만큼 전체적인 조도를 낮췄다. 입장객이 아늑하게 쉬다 가길 바라는 골프장의 배려다. 누르타우는 한국 손님이 늘어나자 클럽하우스 메뉴에 한식을 마련했다. 김치찌개가 정말 일품이다. 자처해서 한글을 배우는 캐디도 늘고 있다.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자연에 순응한다. 자연이 전부인 곳이라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도 귀하게 여긴다. 나무 한 그루를 베면 100그루를 심어야 하는 법이 있을 정도다. 자연을 사랑하기 때문에 골프장 관리에도 자부심이 크다. 또 아직 골프가 대중화된 스포츠가 아니라 더 잘 관리하기도 한다. 골프만 즐기기에는 아깝다. 알마티에만 있는 천혜의 자연도 감상하러 떠나자. 혹은 라운드 후 공원에 앉아 여유를 즐기는 것도 추천한다. 알마티는 크고 작은 공원이 시내 여기저기에 있어 ‘공원의 도시’라고도 불린다. 사과가 탄생한 곳이기도 하니 맛보길 권한다. 

 

누르타우 그린.
누르타우 그린.

 

[알마티 추천 여행지 5]

1. 콕토베 전망대 : ‘푸른 언덕’이라는 뜻으로 해발 1100m 전망대가 있는 산이다. 우리나라 남산 같은 곳.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 알마티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2. 판필로프 공원 : 알마티에서 가볼 만한 공원 중 하나. 이곳에 있는 젠코프 성당은 1911년 알마티 대지진에서 살아남은 건물로, 못을 하나도 쓰지 않고 지어졌다고 알려져 세계 8대 목조건축물로 꼽힌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에 맞선 판필로프 장군과 28명의 군인을 위한 기념비도 있다.

3. 차린캐니언 : 미국 그랜드캐니언의 축소판. 차린강의 급류가 오랜 세월 침식작용을 받아 150~300m 깊이로 팬 협곡이다. 무려 길이가 154km에 달하지만,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만큼 일반인에게는 2.5km만 허락한다. 붉은 사암 퇴적층이 다채로운 색을 띤다.

4. 심불락 : 침불락이라고도 부르며,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오르면 만년설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키장으로,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동계 아시안게임, 2017년 동계 유니버시아드를 유치했다. 독립국가연합(CIS) 여름 휴양지 1위로 뽑히기도 했다.

5. 콜사이·카인디 호수 : 카자흐스탄의 대자연을 느낄 수 있다. 전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콜사이호수는 톈산산맥의 진주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답다. 카인디 호수는 1911년 대지진으로 계곡이 매몰돼 생긴 곳으로, 10~20년 정도 지나면 없어질지도 모른다.

 

[사진=각 골프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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