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볼의 실체를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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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볼의 실체를 공개합니다
  • 류시환 기자
  • 승인 2019.04.02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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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타이틀리스트는 타이틀리스트가 맞습니까?

타이틀리스트 Pro V1은 골퍼가 가장 선호하고 가장 많이 구입하는 골프볼이다. 그런데 지금 골퍼들이 사용하는 Pro V1은 진짜 Pro V1이 아닐 수도 있다.  놀라운 테스트 결과를 공개한다. 

우리나라 골프볼 시장 규모는 약 1000억원. 그중 타이틀리스트가 60%로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나머지 40%의 시장은 몇몇 브랜드가 차지하는데 주목할 부분이 로스트볼이다. 약 15%를 로스트볼이 차지하는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150억원이 넘는 적지 않은 규모다.

 

적지 않은 로스트볼 시장

라운드당 몇 개씩 소비되는 골프볼은 비용 부담을 준다. 선호도가 높은 Pro V1의 경우 12개들이 1더즌 가격이 8만원(판매점에 따라 차이가 있다)이다. 1개당 가격이 7000원에 가깝고, 할인 가격을 적용하더라도 5000원 정도로 만만찮다. 워터해저드나 숲으로 날려 잃어버리면 “치킨 반 마리가 날아갔다”는 한숨 섞인 농담이 나오는 이유다.

골프볼 비용 부담은 골프 실력이 부족할수록 크게 다가온다. 그만큼 잃어버릴 일이 많아서다. 그래서 초급자는 새 볼보다 로스트볼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로스트볼 시장 규모가 큰 배경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로스트볼 중에서도 A급으로 분류되는 게 타이틀리스트, 그중에서도 Pro V1이다. 로스트볼을 선별해 Pro V1만 모아 더 비싸게 판매할 정도다.  

저렴한 가격이 매력적인 Pro V1 로스트볼

로스트볼은 브랜드나 모델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10개들이에 5000원부터 1만5000원까지 다양하다. Pro V1은 최고 1만5000원에 거래되며 귀한 몸값을 자랑한다. 1개당 1500원으로 새 볼과 비교했을 때 1/4로 저렴한 가격이 자랑이다. Pro V1을 쓰고 싶은데 잃어버리는 게 두려운 골퍼에게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매력적인 가격의 Pro V1 로스트볼이 진짜 Pro V1이 아니라면 어떨까. 기자가 새 볼과 로스트볼의 성능 차이 그리고 Pro V1 로스트볼의 실체를 파헤치는 심층 취재에 나섰다.

먼저 국내 최대 골프용품 전시회 판매장에서 Pro V1 로스트볼을 구매했다. 10개들이가 1만3000원이다. 매대에 잔뜩 쌓인 것 중 골라 담을 수도 있다. 찍혀 있는 스탬프로는 2017년에 출시된 모델이다. 이 볼을 (재)인천경제산업정보테크노파크 스포츠산업기술센터(이하 KIGOS)에 가져가 성능 비교 테스트를 진행했다.

스핀, 비거리 성능 차이

골프볼의 소재는 고무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공기, 햇빛, 수분에 노출되며 경화(딱딱해짐)되는 게 특징. 골프볼은 자연스럽게 반발력이 약해지므로 성능이 저하된다.  

어느 정도 차이일까. 새 볼과 로스트볼의 성능 차이를 비교했다. 타이틀리스트 TS2 드라이버(로프트 9.5도, 샤프트 그라파이트 디자인 투어 AD MT 6S)를 스윙 머신에 장착, 헤드 스피드 100마일로 볼을 때렸다. 그리고 포어사이트의 GC쿼드로 샷 데이터를 수집했다.

테스트 결과 새 볼과 로스트볼의 평균값은 생각보다 차이가 컸다. 비거리에서는 로스트볼이 새 볼보다 캐리가 9.1야드, 토털 10.4야드 짧았다. ‘저렴한 가격에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골퍼가 있을 수 있다.  

400야드 파4홀을 기준으로 생각해보자. 250야드 드라이버 샷 비거리 능력치를 가진 골퍼가 240야드를 치는 것인데 과연 괜찮을까. 150야드에서 7번 아이언 샷을 한다면 160야드에서는 5번 아이언을 쳐야 한다. 아이언 샷에서도 10야드 비거리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린 적중률이 떨어지고, 그만큼 스코어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이다. 가장 큰 문제는 사람의 샷 데이터가 스윙 로봇보다 안 좋다는 점이다.

테스트를 진행한 김광혁 연구원의 말이다. “10야드 차이를 무시하면 안 된다. 스윙 로봇으로 이 정도 차이라면 골퍼에게서는 더 크게 벌어질 수 있다. 최대 20야드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

성능 저하는 약해진 반발력이 원인

비거리 감소 원인은 볼 스피드 감소였다. 3마일 차이를 보였는데 그만큼 볼의 반발력이 약해졌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반발력이 어느 정도 감소했는지 압축 강도 테스트를 진행했다.  

200파운드의 힘을 가했을 때 찌그러지는 정도를 측정했는데 결과가 재미있었다. 결과가 들쭉날쭉했다. 같은 볼이라면 경화돼 덜 찌그러지는 게 정상. 하지만 더 많이 찌그러지기도 해 성질이 다른 볼이라는 의심이 들었다. 같은 옷을 입고 있지만 속은 전혀 다를 수 있다는 의심이다.

실체를 확인하기 전 테스트를 하나 더 했다. 무게 측정이다. 골프볼은 두 가지 규정이 있다. 무게 45.93g(1.620온스) 이하, 크기 지름 42.67mm(1.680인치) 이상이다. 작고 무겁게 만들면 비거리가 늘어나는 이유에서다.

주니어 선수 중 비용 문제로 로스트볼을 구매해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면 주목해야 한다. Pro V1이라고 찍혀 있지만 아닐 수도 있는 이 볼의 경우 10개 중 9개가 규정 무게를 넘어섰다. 대회에서 사용하면 실격된다는 뜻이다.

실체 공개, ‘넌 누구니?’

테스트 후 정체가 더 궁금해진 볼. 절단해서 내부를 살펴보기로 했다. 겉은 똑같은 옷을 입고 있지만 속은 전혀 다를 것 같은 볼. 하나씩 잘랐다. 자를 때마다 분노가 치밀었다. 겉은 모두 같았지만 2017년형 Pro V1과 속이 같은 볼은 하나도 없었다. 소비자를 기만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할 업자의 범법 행위였다.

법무법인 창 조현복 변호사는 “겉모습만 똑같이 만든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며 “상표법 위반, 부정경쟁방지법에 의거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며 손실 정도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골퍼들은 더 좋은 스코어를 원한다. 연습장에 가서 스윙을 다듬고, 장비의 도움을 받고자 새로운 클럽이나 볼을 구매한다. 그런 골퍼 중 상당수가 선호도, 성능에 대한 기대로 타이틀리스트 Pro V1을 선택했다. 비록 비용 부담 때문에 로스트볼을 구매했지만 기대치는 낮지 않았다.  

이번 심층 분석으로 진짜를 가장한 가짜가 버젓이 판매되는 상황을 보면서 골퍼들은 경각심을 키워야 한다. 최상의 장비를 사용하는 것이 더 좋은 스코어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도 다시 한번 기억할 필요가 있다. 

[류시환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soonsoo8790@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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