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낸츠, 집 뒷마당에 페블비치 7번홀을 설계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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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낸츠, 집 뒷마당에 페블비치 7번홀을 설계한 이유
  • 인혜정 기자
  • 승인 2020.02.0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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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블비치 7번홀을 50%로 축소한 짐 낸츠의 집 뒷마당. 이곳에서 에이스를 기록하면 명예의 바위에 이름이 올라간다.

짐 낸츠가 자신의 집 뒷마당에 있는 파3홀의 비밀에 대해 털어놓는다.

나는 스포츠 캐스터로서 성공하지 못했다면 어떤 직업을 가졌을 것 같으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휴스턴대학 3학년이었던 스무 살 때부터 방송국에서 일해온 나에게는 정말 어려운 질문이다. 하지만 뉴저지주 콜츠넥에서 자라던 어린 시절에 나의 또 다른 꿈이 골프 코스 설계가였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알고 있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그 열정은 2014년 여름에 다소 평범했던 뒷마당을 내다보며 그곳에 골프 코스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상상하면서 다시 불이 붙었다. 그냥 아무 홀이 아닌 페블비치의 유명한 파3, 7번홀을 그대로 묘사한다면 우리 집에서 그 홀을 매일 감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이 페블의 7번홀이라는 사실은 이 꿈을 실현하는 데 적잖은 역할을 했다. 2012년에 아내인 코트니와 그 홀의 티잉 에어리어에서 결혼했다. 우리의 결혼식이 열렸던 곳을 똑같이 조성해주는 것보다 더 근사한 결혼 기념 선물이 있을까? 요즘 우리 아이들이 퍼팅 그린을 놀이터로 사용하고 있다. 

공사는 여덟 달이 걸렸고 근처의 실력자들은 고맙게도 정신없는 내 일정에 맞춰줬다. 홀은 정확하게 50%로 축소해서 만들기로 했다. 벙커를 조각하는 것이 관건이었는데 알고 보니 그건 예상했던 것보다 더 어려운 작업이었다. 그린의 형태도 실제의 모습에 아주 충실해야 했다.

페블비치의 뛰어난 슈퍼인텐던트인 크리스 댈해머가 1인치 단위까지 정확하게 표시된 지형의 청사진을 제공했다. 덕분에 우리는 원본에 충실하게 재현해낼 수 있었다. 닉 팔도 경과 더그 매켄지 역시 시각적으로 유사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조언했다.

돌담으로 분리된 두 층의 티잉 에어리어도 상당히 독보적이다. 완성된 결과물은 그린 중앙까지가 페블의 전장 길이 딱 절반인 53야드이고 수직으로 뚝 떨어지는 것도 오리지널과 똑같이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신경 쓴 것은 배경에서 은은하게 들려오는 사운드 시스템이었다. 이곳의 주제곡은 (당연하게도) 데이브 로긴스의 ‘오거스타’인데 마스터스 중계에서 내가 말할 때 흘러나오는 부드러운 피아노 선율을 오는 사람마다 곧바로 알아차린다. 

이 홀은 AT&T페블비치프로암이 끝나고 며칠 뒤인 2015년 2월 1일에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토너먼트 주간의 토요일에 브랜트와 맨디 스네데커가 우리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플레이를 잘하고 있던 브랜트는 ‘크로즈비’에서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우리 집 뒷마당 홀에서 홀인원을 해서 개장을 축하하겠다고 공언했다.

브랜트는 실제로 그다음 날 마지막 라운드에서 67타를 하며 우승을 차지했고 곧바로 우리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10번째 시도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 우리 집의 작은 홀에서는 모두 16번의 홀인원이 나왔다. 영광의 주인공들은 내가 ‘명예의 바위’라고 명명한 석판에 이름을 새겨놓았다. 하지만 정작 집주인(어쩌다 한 번씩 홀인원을 하는데도)의 이름은 바위에서 찾아볼 수 없다.

처음에는 이 홀을 공공연하게 알리는 걸 원치 않았는데 조금 지나친 시도로 비칠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몇 년 전에 닉 팔도 경이 환한 조명과 다른 손님들의 성원 속에서 컴프레션을 줄인 볼을 끌어다 앞에 놓았다.

닉은 그 볼을 홀에 넣었고 의기양양한 태도로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린 다음 내가 뭐라고 할 새도 없이 곧바로 그 동영상을 소셜 미디어에 올렸다. 그 ‘비밀’은 그런 경로로 공개되었다.
 
그 후로도 멋진 순간이 이어졌다. 필 미컬슨은 지난해 여름에 열린 US오픈을 앞두고 홀인원을 했고 그 동영상은 100만 건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당연히 한 번 만에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마크 이멀먼은 첫 스윙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

LSU 골프 팀의 유망주인 블레이크 콜드웰도 마찬가지였다. 데이비드 페허티는 무표정해서 더 우스꽝스러운 얼굴로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홀인원을 했다. NFL 중계 파트너인 토니 로모도 작은 바구니 하나 정도의 볼을 날린 끝에 뜻을 이뤘다. 빌리 호셜은 내기에서 이겼고, 이언 폴터는 지난해 6월에 컷 탈락하고 말았지만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이곳에 들러서 스윙을 몇 차례 했다. 마지막 샷이 홀인원을 하면서 우울하게 끝날 뻔했던 그 주에 작은 기쁨을 안겨주었다.

골프계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이곳에서 최고의 샷을 선보였다는 사실이 뿌듯하다. 커플스, 어윈, 러브, 왓킨스, 오마라, 우들랜드, 람, 퓨릭, 쿠처, 디섐보, 페퍼 등등이 있다. 이런 이름은 명예의 바위에 새겨지지 않았다. 여러 차례에 걸쳐 샷을 시도했던 잭 니클라우스도 마찬가지다. 그때마다 나는 그 옆에 서서 홀인원을 응원했다. 하지만 아직은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아널드 파머가 있다. 아널드도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 해에 우리 집을 방문해서 두 번 정도 스윙을 했다. 두 번째 샷은 컵에서 60cm도 안 되는 지점에 멈췄고 웃는 얼굴로 눈을 찡끗하던 아널드의 모습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그건 결국 그가 페블비치에서 마지막으로 한 샷이 되었다.

글_짐 낸츠(Jim Nantz) / 정리_인혜정 골프다이제스트 기자(ihj@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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