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 없이 원칙 깬 KGA…고심 깊어진 KLP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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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 없이 원칙 깬 KGA…고심 깊어진 KLPGT
  • 한이정 기자
  • 승인 2023.09.27 13: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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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을 깨기에는 명분이 명확하지 않다. 선수 생명을 좌우할 중요한 공은 한순간에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KLPGT)로 넘어왔다. 

대한골프협회(KGA) 스포츠공정위원회는 26일 지난해 오구플레이(잘못된 볼 플레이)로 규칙을 위반하고 뒤늦게 신고한 윤이나의 출전 정지 기간을 3년에서 1년 6개월로 감경하겠다고 발표했다.

윤이나가 지난주 KGA에 구제 신청을 했고, 약 일주일 만에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소집됐다. 감경 사유는 크게 세 가지다. 징계 결정에 순응하고 진지하게 반성했으며, 탄원서 5000여 건이 접수됐고, 3년 출전 정지는 중징계에 가깝다는 여론적 평가가 있어서다.

징계 결정에 순응하고 진지하게 반성한 근거로는 윤이나가 올해 벌어들인 수익을 모두 기부했다는 점이다. 국내 투어에 뛰지 못하는 윤이나는 미국으로 건너가 규모가 작은 골프 투어에서 13개 대회에 출전했다. 거기서 번 상금 전액을 현지 커뮤니티에 기부했는데, 그 규모는 약 1만3000달러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로 약 2000만원이 안 되는 정도다.

액수를 떠나 기부가 중징계를 면할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 결국 몇 달 전부터 KGA에 쏟아진 5000건이 넘는 탄원서와 3년 출전 정지가 ‘가혹하다’는 일부 여론이 한 선수가 룰을 어기고 받은 중징계를 줄인 셈이다.

지난해 9월 징계위원회에 참석한 윤이나.

깜짝 발표에 KLPGT도 놀란 눈치다.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골프 경기를 며칠 남기지 않고 갑작스럽게 나온 이슈다. 징계 감경을 발표할 시기도 적절치는 않다.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국가대표 선수들의 첫 연습 라운드, 추석 연휴에 열리는 대회 등 이슈를 단숨에 잠재웠다.

KGA가 1년 6개월로 징계를 감경한다 하더라도 실효성은 없다. KGA가 운영하는 여자 대회는 1년에 딱 한 번 있는 한국여자오픈이다. 중요한 것은 KLPGT의 결정이다. 지난해 KLPGT는 KGA 징계를 근거로 3년 출전 정지 중징계를 내렸다. KGA의 감경 결정은 KLPGT 역시 징계를 낮출 명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KGA가 내세운 근거 세 가지에는 힘이 없다. 

지난해 비슷한 사례가 있었던 한국프로골프협회(KPGA)는 중징계로 엄벌에 나섰다. KPGA 코리안투어 아시아드CC부산오픈에서 A 선수가 고의적인 오구플레이를 했고, 이 사실이 알려졌다. KPGA는 상벌위원회를 통해 자격 정지 5년에 벌금 5000만원 징계를 결정했다. 남자 골프는 해당 선수의 징계를 감경하지 않았다. 김비오가 2019년에 3년 징계를 받은 게 1년으로 감경됐지만, 김비오는 룰 위반이 아닌 비매너 행동 때문에 징계를 받은 사례다. 이때도 징계 감경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KLPGT는 "당장 윤이나의 징계 감경을 검토할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만약 KLPGT도 1년 6개월로 감경한다면 윤이나는 큰 무리 없이 2024년 국내 개막전부터 뛸 수 있다. 그는 2022년 에버콜라겐퀸즈크라운에서 우승해 2년 시드를 확보해 놓은 상태다.

윤이나는 지난해 명백하게 룰을 어겼고, 한 달 만에 KGA에 신고했다. 윤이나가 자진 신고를 할 때는 이미 골프계에 ‘윤이나가 오구플레이를 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난 후였다. 

KL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선수나 골프 관계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선수들은 KGA 발표만으로도 사기가 꺾였다. 감경은 결국 ‘선수로서 해선 안 되는 룰을 어겨도 이슈가 잠잠해지면 사면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익명의 한 선수는 “만약 인기가 없는 무명 선수가 오구 플레이로 늦장 신고를 했어도 감경받을 수 있었을까. 아마 해외 투어처럼 평생 출전권을 박탈당했을 것이다”라며 씁쓸해했다. 일각에서는 스타 플레이어 부재에 시달리는 KLPGA투어의 흥행을 위해 대형 신인으로 급부상했던 윤이나에게 면죄부를 주자는 의견도 있다. 

KLPGT의 고심이 깊어졌다. 

[사진=KLP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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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룡 2023-09-28 13:47:41
1년반이면 됐다. 고마해라.
젊은애 앞날도 생각해주는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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