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이겨낸 어댑티브 골퍼 4명이 전하는 감동의 레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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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이겨낸 어댑티브 골퍼 4명이 전하는 감동의 레슨
  • 인혜정 기자
  • 승인 2023.07.2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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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골프재단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는 570만 명이 넘는 ‘어댑티브 골퍼(Adaptive Golfer)’가 있다. 미국에서는 장애인 골퍼라는 말 대신 상황에 적응한다는 뜻으로 어댑티브 골퍼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US어댑티브골프얼라이언스는 1년에 전국 규모의 대회를 30여 차례 개최하며 40곳의 지부를 두고 있다. 지난해에는 USGA에서 US오픈을 처음 개최했는데, USGA의 핸디캡과 장애인 골퍼 랭킹을 적용하겠다는 다부진 결의를 지닌 참가자들이 손상 정도에 따라 10개 부문으로 나뉘어 실력을 겨뤘다. 

7월 10~12일에 열리는 2023년 US어댑티브오픈을 앞두고 감동적인 사연을 가진 참가자 네 명을 만나 저마다 독특한 스윙을 개발하게 된 과정을 들어봤다. 

그리고 세인트프랜시스자비에르 대학 스포츠생체역학과의 사쇼 매켄지 교수에게 그런 동작이 효과를 발휘하는 원리에 대해 자문을 구했다. 

“우리 몸의 모든 관절에는 움직임의 동력 역할을 할 수 있는 여러 개의 근육이 있다. 골퍼마다 타고난 능력에는 한계가 있을지 모르지만, 단호한 의지를 가지고 볼을 홀에 넣을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는 사람들의 능력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브랜던 카네시(플로리다주 도럴)
브랜던 카네시는 손이 없이 태어났다. 왼팔은 손목 관절이 끝이고, 오른팔에는 기형의 엄지와 검지가 달려 있다. 뭔가를 집는다거나 볼을 티에 올려놓는 기본적인 것만 할 수 있는 정도다. 

카네시는 여섯 살에 골프를 처음 접했다. 본능적으로 그 두 손가락을 이용해 할아버지의 클럽을 겨드랑이에 끼우고는 볼을 홀 안으로 밀어 넣었다.  

열여섯 살이 되었을 때 카네시는 삼촌과 함께 그런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온전한 크기의 클럽 세트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삼촌의 차고에 있던 긴 빗자루를 본 카네시는 드라이버의 길이가 이 정도는 되어야겠다고 판단했다. 

그 빗자루의 길이는 58인치였다. 카네시와 삼촌은 긴 드라이버용으로 나오는 엑스트라 스티프 강도의 48인치 샤프트를 우드에 장착하고, 여기에 그라파이트 샤프트 연장분 10인치를 더한 후 일반적으로 암록 퍼터에 끼우는 긴 그립을 끼웠다. 이런 조합으로 완성된 클럽은 그의 골프 인생을 순식간에 바꿔놓은 성공작이었다.  

“스윙을 더 빠르게 할 수 있었고, 볼을 더 멀리, 그리고 더 높이 날릴 수 있었다.” 올해 서른한 살인 카네시는 말했다. “나는 골프에 푹 빠졌다. 일어나자마자 하루 종일 골프 중계를 보고, 기회만 있으면 코스에 나가곤 했다.” 

대부분의 골퍼는 손과 손목을 이용해 클럽을 릴리스하는데, 카네시는 그걸 할 수가 없다. 그 대신 코어의 힘과 체중을 이동하는 방법으로 임팩트 구간에서 강력하게 몸을 회전한다.  

“브랜던의 클럽 헤드 스피드는 사실상 임팩트 구간에서 몸통을 회전하는 속도에 의해 결정된다.” 매켄지는 말했다. “임팩트 때 일관된 클럽 페이스 컨트롤을 확보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이다.”

카네시는 플로리다의 릭스미스골프퍼포먼스센터에서 장애인 골퍼들을 위한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그가 주로 구사하는 드라이버 샷은 200야드 정도의 부드러운 컷 샷이고, 지금까지 기록한 최저타 스코어는 72타다. 

“가끔 코스에서 나를 보고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와, 코스에 나오다니 대단하십니다.’ 그러다가 내가 티에서 드라이버 샷을 강타하는 걸 보고서야 내가 진정한 골퍼라는 걸 깨닫는다.”

캐시 월치(조지아주 뷰퍼드)
올해 쉰여덟 살인 캐시 월치는 자신이 왜, 그리고 어쩌다 오른팔 기형으로 태어나게 됐는지 모른다. 1965년에는 지금처럼 초음파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고, 캐시의 부모님도 딸이 태어나고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월치의 부모님은 열렬한 골퍼였고, 그들의 논리는 단순했다. 자신들의 딸이 플레이를 못 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캐시가 글렌브룩 사우스 고등학교에서 골프팀에 들어갔을 때, 잰 풀러가 그 팀의 감독을 맡고 있었다. 그때 캐시는 왼손으로 스윙을 했다. 소프트볼을 하면서 왼팔로 볼을 던지고 배트를 휘두르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었다. 하지만 골프에서 그렇게 하자 결과가 불규칙했다. 

“내게 방향을 바꿔 오른쪽으로 스윙을 해보라고 제안한 사람은 감독님이 처음이었다.” 월치는 말했다. “감독님은 클럽을 미는 대신 한쪽 팔로 당기고 주도해야 더 강해지고 일관성도 향상될 거라고 말했는데, 그 말이 옳았다.” 

한쪽 팔로만 플레이를 하는 골퍼들에게 가장 큰 난관은 클럽의 무게다. 두 팔이 아닌 한 팔로만 그 무게를 감당할 경우 중력으로 인해 클럽이 몸보다 한참 뒤에서 아래로 처지기 쉽다. 매켄지는 캐시가 방향을 바꾸자 왼팔과 클럽이 사실상 새총 같은 역할을 하게 되고, 몸의 체중이 거기에 힘을 실어주었다고 설명했다. 

“캐시의 무게중심이 타깃 쪽으로 움직이면서 클럽의 토크가 페이스를 직각으로 만들어준다. 물리학의 법칙을 아주 잘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월치는 실력이 상승하기 시작했고, 대회에서 실력을 겨루는 재미에 빠져들었다. 처음으로 어댑티브 골프 토너먼트에 참가한 건 1981년이었다. 월치가 대회에 나가기 시작했을 때는 어댑티브 토너먼트라는 게 거의 없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많이 늘어났다.  

“워낙 뛰어난 선수가 많아서 나는 그저 중간쯤이나 하겠다고 생각했다.” 월치는 교육계에 종사하다가 지금은 은퇴했고, 베스트 스코어는 75타다. “사람들이 우리가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고 장애가 있다고 해서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길 바란다.”

트레버 스티븐스(코네티컷주 그리니치)
트레버 스티븐스는 올해 서른여덟 살이고, 대퇴골 윗부분의 발육이 제한적인 장애를 타고났다. 

스티븐스는 채 두 살도 되기 전에 두 번의 수술을 받았고, 다리 길이 차이가 거의 15cm에 달했기 때문에 네 살 때 오른쪽 다리를 완전히 절단했다. “부모님은 형과 나를 똑같이 대하고, 우리에게 똑같은 기대를 걸었다.” 

스티븐스는 맨해튼에서 부동산 중개인으로 일하고 있다. “다리가 하나뿐인 상태로 자랐지만, 다를 건 하나도 없었다.”  

스티븐스는 골프에 빠져들었고, 고등학교 골프팀의 주전이 되었지만 실력은 들쑥날쑥했다. 여러 해 동안 백스윙에서는 타깃 반대쪽 다리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통상적 조언을 따르려고 노력했지만, 다운스윙에서 의족을 밀어내며 힘을 주는 게 어려웠다.  

일관성 없는 플레이에 지친 스티븐스는 물리적으로 자신의 몸이 할 수 없는 것을 포기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제 그는 체중의 70%를 타깃 쪽 다리에 싣고, 2m에 달하는 양팔의 길이를 활용해 채찍을 휘두르듯이 방향을 전환한다. 

양팔과 클럽이 일으키는 ‘각운동량’이 시속 185km에 육박하는 클럽 헤드 스피드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매켄지는 설명했다.  

요즘 스티븐스의 드라이버 샷은 300야드를 넘어가는 게 보통이다. 그는 걸어서 플레이하는 걸 즐기며, 통산 최저타는 68타다. 핸디캡 인덱스를 2.4까지 낮췄다. 

“누구에게나 인생이 바닥을 치는 것 같은 순간이 있다. 골프는 좋은 면을 보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해준다. 내가 가진 가장 강력한 근육은 뇌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채드 파이퍼(아이다호주 냄파)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던 채드 파이퍼는 부대원들과 함께 그날도 통상적인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왼쪽 다리가 없어진 채로 병원에 누워 있었다. 이제 예전의 삶으로는 영원히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런 식으로 부상을 당하면 정말 참담하다. 그런 상황에서는 많은 사람이 과연 계속 살아갈 수 있을지 회의를 갖게 된다.” 

마흔한 살인 파이퍼는 골프를 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지만, 회복 과정에서 만난 한 친구의 거듭된 요청에 결국 응하고 말았다. 비슷한 사고로 두 다리를 모두 잃은 친구였다. 그리고 스위트스폿에 정확히 맞힌 샷 몇 번 만에 골프는 그에게 치유의 한 형태가 되었다. 

골프는 새로운 출발점이었고, 잃어버린 것의 회복이 아닌, 파이퍼가 새롭게 익히고 다듬어갈 수 있는 기술이었다. 파이퍼는 새로 맞춘 의족에 온 체중을 옮겨 싣는 게 불안했다. 아무래도 균형을 잃고 넘어질 것 같았다. 

그러다가 셋업을 할 때 스탠스를 닫는 방법을 찾아냈다. 그러면 인-아웃 경로로 스윙을 하게 되고, 임팩트 구간에서 회전할 때 의족을 끼운 왼쪽 다리의 관절 부분이 그 힘을 지탱하기도 더 수월했다. 이런 해결책 덕분에 그는 핸디캡 인덱스를 0.3까지 낮췄고, US장애인오픈에서도 두 번이나 우승을 할 수 있었다(그의 베스트 스코어는 62타다). 

매켄지는 “그의 셋업은 기발하다. 타깃 쪽 다리에 장애가 있어 기능이 제한된 골퍼라면 이런 셋업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슬라이스가 고민인 경우에는 특히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파이퍼는 “골프는 내게 승부욕을 되찾아주었다. 부상을 당한 후로 그런 의욕을 모두 상실했었다. 지금은 핸디캡을 최대한 낮추고 싶다. 그리고 정정당당하게 사람들과 겨뤄서 이기고 싶다”라고 말했다.  

글_루크 커-디닌(Luke Kerr-Dineen)
사진_닉 라함(Nick Lah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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