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반기는 남성적 코스, 청도 그레이스컨트리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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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반기는 남성적 코스, 청도 그레이스컨트리클럽
  • 서민교 기자
  • 승인 2023.06.1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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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 그레이스컨트리클럽.
청도 그레이스컨트리클럽.

여행은 기억의 조각 쌓기다. 좋은 첫인상과 깊은 여운이 남는 곳은 행복한 기억들로 평생 간직한다. 청도 그리고 그레이스컨트리클럽은 그런 곳이다. 친절과 배려, 평화로움이 있는 기억 조각들. 

“들어오이소.” 

느지막한 저녁 즈음, 미나리 삼겹살집 문을 열자 들려오는 어릴 적 친할머니를 만난 것 같은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 무심한 듯 낯선 친절에 덩달아 미소진 고개가 숙여진다. 경상북도 청도군의 첫인상은 이토록 푸근하다. 수도권을 벗어나 경부고속도로를 내달린 뒤 대구 시내를 거쳐 3시간 40여 분 만에 도착한 청도는 예상하지 못한 완전히 새로운 시골 풍경이 펼쳐진다. 낮은 돌담에 한적한 집들이 마치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서 3대째 살아온 것처럼 듬성듬성 자리 잡고 있고, 키 작은 감나무와 복숭아나무가 한산한 도롯가를 빼곡히 채운다. 제주가 고향인 함께한 사진 작가도 “제주 어느 마을에 온 것 같다”고 거든다. 청도에는 공장이 한 곳도 없다고 하니 청정한 공기의 향내는 그 자체로 은은한 피톤치드다. 

요즘은 촌스러운 게 오히려 힙한 트렌드라는데, 이곳이 ‘러스틱 라이프’를 위한 곳이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그레이스컨트리클럽은 이처럼 햇살 따스한 축복받은 땅, 청도군 이서면에 위치한다. 

◇ 청도가 품은 숨겨진 땅

청도 그레이스는 2007년 회원제 골프장으로 개장한 27홀 코스다. 2016년 대중제로 전환 후 3부 야간까지 오픈해 인근 지역 골퍼의 발길이 잦다. 청도는 지리적으로 서북쪽으론 대구, 동쪽은 경주, 남쪽은 울산과 가깝다. 대구에서는 30분 이내, 경상권에서는 모두 차로 한 시간 이내 거리다. 캐슬 게이트를 지나 골프장에 들어서면 작은 영국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드는 유럽풍의 웅장한 클럽하우스 규모에 매료된다. 드라마 촬영지로도 1년에 수차례 섭외 요청이 들어오지만 골퍼들의 편의를 위해 개방하지 않고 있다. 이곳에는 고풍스러운 로비 라운지와 레스토랑, VIP 존으로 활용되는 대형 연회장이 여러 곳 있어 단체팀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다. 

스포티한 스타트 하우스를 지나 연습 그린도 독특하다. 넓은 8자 형태로 조경과 함께 꾸며져 있어 퍼팅 연습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클럽하우스에서 바라보면 왼쪽부터 밸리, 레이크, 마운틴 코스로 이어지는 시원한 풍광이 한눈에 들어와 티오프 전 기대감을 부풀게 한다. 그레이스는 사계절 휴장이 없고, 비바람이 거세지 않은 분지형 코스이기 때문에 골프를 즐기기에 최적의 기후 환경이다. 워터 해저드가 많아 새벽 물안개는 감내해야 하지만, 이조차 고요한 새벽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티잉 구역에는 소싸움의 고장답게 다양한 컬러의 소 모양의 티 마커도 이채롭다. 

파인에이엠이 코스 설계와 시공을 맡은 그레이스는 언뜻 시원한 풍광 탓에 무난한 코스로 비춰지지만 막상 코스로 들어서면 긴 전장과 높은 난도에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코스 설계와 시공은 파인에이엠에서 맡았는데 PGA투어 대회가 가능한 국제 규격에 미국의 페블비치와 영국의 세인트앤드루스를 모티브로 샷 밸류를 정해 14개 클럽의 활용도를 높여야 공략이 가능한 도전적인 코스다. 코스 전체적인 레이아웃도 단조롭지 않다. 페어웨이는 적당한 언듈레이션이 굽이쳐 전략적인 티 샷 공략을 해야 평평한 곳을 만날 수 있고, 그린 면적은 넓지만 경사도가 만만치 않아 그린 스피드가 빠를 때는 신중한 퍼트가 필수다.  

대나무 터널이 지나는 밸리 코스는 조경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5~8번홀은 페널티 구역(워터 해저드)를 끼고 서로 맞물려 있는 루트다. 내리막 파3 5번홀은 그린 주변으로 자산홍과 갯버들, 영산홍이 펼쳐져 있고, 그 주위로 비치 벙커가 자리 잡아 시각적으로 아름답다. 5번홀은 시원하게 내지를 수 있는 파5로 페어웨이를 지나 계류와 호수, 산을 모두 담고 있다. 비치 벙커가 넓은 호숫가를 따라 위치해 마치 해변가를 연상시키는 파4 7, 8번홀은 다양한 형태의 언듈레이션이 심하다. 

레이크 코스는 넓은 호수와 작은 폰드를 모든 홀에서 엿볼 수 있다. 호수마다 설치된 높이 솟구치는 분수도 운치를 더한다. 페어웨이 언듈레이션이 출렁이고 블라인드 해저드가 랜딩 지점에 안으로 들어와 있는 곳이 있어 전략적인 샷이 필요하다. 레이크 코스 파5 7번홀은 크고 작은 16개의 벙커가 도사리고 있어 까다롭고, 파4 9번홀은 광활한 대지를 향해 시원하게 내려치는 홀이다. 티잉 구역에 올라서면 조화로운 호수 너머 클럽하우스까지 한눈에 보여 시그너처 홀로 손색이 없다. 

마운틴 코스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펼쳐지는데 고요한 숲속에서 남성적인 에너지가 느껴진다. 마운틴 코스 파5 2번홀 그린에 올라 뒤돌아서면 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로 좁게 굽어진 페어웨이가 아일랜드를 연상시킨다. 운이 좋으면 그 사이로 솟구친 분수도 볼 수 있다. 대미를 장식하는 마운틴 코스 마지막 파5 9번홀은 호수와 클럽하우스를 바라보는 전경이 극적이다. 세컨드 샷까지 무난하게 오더라도 호수로 둘러싸인 그린을 공략해야 하는 세 번째 샷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그린 앞과 오른쪽으로는 비치 벙커와 호수가 도사리고 있으니까. 

청도 그레이스골프클럽.
청도 그레이스골프클럽.

◇ 여성 친화적인 이유

그레이스는 코스 레이아웃만 놓고 보면 절대 여성 친화적이지 않다. 하지만 이곳은 여성 골퍼를 위한 배려가 곳곳에 엿보인다. 우리나라 어느 골프장을 가더라도 레이디 티는 제한적이다. 티잉 구역 면적이 좁아 언제나 소외받는 공간이다. 하지만 그레이스는 여성 골퍼를 위한 레이디 티를 다양하게 마련해두고 있다. 이 코스가 전장이 긴 탓도 있지만 비거리가 짧은 여성 골퍼를 위해 레이디 티를 유동적으로 설치한다. 이곳을 자주 찾는 여성 골퍼라면 지루함을 잊게 해줄 배려다. 

여성 골퍼를 위한 또 다른 배려는 잘 가꿔진 조경에서 엿보인다. 국제 규격을 갖춘 코스에 비해 아기자기한 시각적 효과가 생기는 이유다. 이곳은 사계절 내내 다양한 꽃을 만끽할 수 있다. 봄에는 벚꽃이 만발하고, 붉은색 장관을 이루는 영산홍은 모든 코스에서 볼 수 있다. 하얀 눈꽃이라는 뜻을 지닌 이팝나무와 올해 2000수 식재를 추가 완료한 백일홍은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다. 소나무와 대나무는 해가 지고 야간 라이트가 켜지면 운치를 더하고, 가을이면 입구부터 물든 단풍나무에 차를 세우게 유혹한다. 코스에 들어서면 곳곳에 억새가 숨겨져 있어 가을 정취를 물씬 풍긴다. 그레이스가 여성 친화적으로 변모한 이유는 최근 급증한 여성 골퍼 증가와 맞물린다. 여성 골퍼 내장객이 4~5년 전에 비해 18%에서 30%로 늘었다. 젊은 여성부터 시니어 여성 골퍼까지 다양하게 찾고 있다. 

◇ Interview_이상곤 그레이스CC 코스관리팀 소장

Q. 현재 코스 관리에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나. 

A. 사실 우리나라 전국에 있는 골프장의 코스 컨디션이 좋은 편이 아니다. 그래도 그레이스CC는 3부까지 운영을 하는데도 다른 곳에 비해 코스 컨디션을 좋게 유지하고 있다. 가장 역점을 두는 건 잔디의 밀도 회복이고, 더 나아간다면 품질 개선이다. 레이아웃은 정말 훌륭한 코스이기 때문에 토너먼트 코스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품질을 향상시키도록 노력하고 있다. 

Q. 포근한 분지에 자리 잡아 다양한 식재가 눈에 띈다. 

A. 회장님께서 코스가 정체되어 있는 것을 못 견뎌하신다. 그래서 이익분에 대한 재투자를 계속해 늘 변화하는 골프장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코스에 손을 대면 너무 많이 틀어져 버리기 때문에 조경과 수목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작년에 영산홍 10만 주를 심고, 올해 백일홍 2000줄을 식재했다. 코스관리팀에서는 힘이 들 수 있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계속 변화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Q. 청도 기후에 따른 잔디와 수목 관리는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 

A. 한국 잔디는 날씨가 더워야 생육이 왕성하다. 청도는 남부지방이지만 온도로 봤을 때는 중부지방에 가깝다. 눈이 오지 않을 뿐 온도는 거의 용인과 다르지 않다. 도심이 아니라 시골이라서 일교차도 심한 편이다. 매일 전국 다섯 군데 온도 변화를 체크하며 잔디와 수목 관리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특히 답압 분산을 위해 동선을 분산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다행히 그린과 티잉 구역이 넓은 편이라 최대한 모두 활용하려고 노력한다.  

Q. 향후 코스 개선 사항이 있는가?

A. 우리가 모토로 갖고 있는 것은 관심, 정성, 안전이다. 관심을 가지면 안 보이던 것도 보이고, 정성을 들이면 품질이 조금 더 개선되고, 고객도 종사원도 안전이 최우선이지만 잔디도 살아 있는 생물이기 때문에 안전해야 한다. 계속 변화하고 발전하는 그레이스를 만들기 위해 이 부분에 가장 역점을 두고 있다. 또 환경 규제가 점점 심해지기 때문에 친환경 코스 관리를 위한 연구도 계속하고 있다. 

[사진=김시형, 이태현(49비주얼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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