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로 가는 길목에서①] 다산베아채 ‘동백꽃 다화가 흐드러지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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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로 가는 길목에서①] 다산베아채 ‘동백꽃 다화가 흐드러지는 곳’
  • 김성준 기자
  • 승인 2023.11.2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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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게 늘어진 여름의 끝자락에서 만난 남도의 가을 문턱은 해가 지지 않아도 붉게 물든 노을처럼 황홀하다. 골프 코스의 시대를 역행하듯 강진만을 지나 순천만에 닿으면 어느덧 짙은 가을의 정취에 물든다. 당신이 조금 더 멀리 골프 여행을 떠나야 하는 이유다.  

 

◇ 강진에 가고 싶다
강진군은 전라남도 서남부에 위치했다. 서쪽으로는 해남군, 북쪽으로는 영암군, 동쪽으로는 장흥군과 접한다. 남쪽으로는 강진만을 건너 완도군과 접한다. 강진군의 산업 비중은 1차산업이 71%인 전형적인 농어촌 지역이다. 조선 시대의 강진은 한양에서 멀고 워낙 한적한 동네였기에 유배당해 이 지역으로 오는 경우가 꽤 많았다. 강진에서 유배 생활을 했던 대표적 인물이 다산 정약용이다. 

그가 유배 생활 중 만덕산에 지었던 다산초당은 현재까지도 강진을 대표하는 유적지로 명망이 높다. 또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작시한 시인 김영랑의 고향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인기 가수 임영웅이 방송에서 ‘마량에 가고 싶다’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마량항에 임영웅의 팬들이 몰려들고 있다. 마량은 강진의 최남단 마량면에 있는 항구로, 횟집이 꽤 많다.

인구 3만 명을 조금 넘는 강진에 142만4302㎡의 면적을 가진 27홀짜리 골프 코스 다산베아채가 들어선 건 2018년이다. 강진군은 오랫동안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골프장 유치를 희망했다.

다산베아채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다산초당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는 전형적인 시사이드(Seaside) 골프클럽이다. 클럽하우스에 들어가면 다산베아채의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선동열 전 감독의 해태 타이거즈 유니폼이 전시되어 있다. 선동열 전 감독은 지인들과 함께 다산베아채를 자주 방문한다고 한다. 

시선을 돌리면 커다란 유리창 너머로 코스가 펼쳐지는데, 마치 한 편의 수묵화를 보는 듯했다. 남해안의 진주로도 불리는 잔잔한 강진만은 가우도 주위로 만덕산부터 두륜산, 주작산, 덕룡산, 여계산 등 아름다운 산세가 예사롭지 않게 펼쳐진다.

바닷가 옆에 위치한 골프장이지만 바다 냄새와 파도 소리는 없다. 그저 고요하고 포근하다. 27홀의 다산베아채에서 바다가 보이는 홀은 14개이며, 간조와 만조에 따라 넓은 갯벌과 바다로 변하는 강진만을 옆에 두고 샷을 날릴 수 있다. 

다산베아채는 겨울철 평균기온이 3.4~4.4℃로 따뜻해 사계절 라운드가 가능하다. 또 27홀 모두 다양한 전략을 세워야 좋은 스코어를 기록할 수 있는 레이아웃을 가지고 있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혔던 2021년 겨울 여자 프로 골퍼 고진영과 임희정 등 10여 명의 투어 선수가 전지훈련 장소로 다산베아채를 선택하기도 했다.

다산베아채는 다산 코스·베아채 코스·장보고 코스로 이루어져 있으며 페어웨이는 장성중지(한국 잔디)로 이루어져 있다. ‘생각하는 코스’를 표방하는 다산 코스는 3237m의 전장을 가졌으며, 다산초당이 있는 만덕산과 강진만을 조망할 수 있다. 베아채 코스와 장보고 코스에 비해 페어웨이가 넓고 언듈레이션이 적어 여성과 시니어, 초보 골퍼들도 여유롭고 편안하게 라운드할 수 있다.

다산 코스의 파5 8번홀은 다양한 코스 공략 옵션이 주어지는 홀이다. 장타자라면 두 번째 샷으로 그린을 공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며, 티 샷에 미스가 있었다면 욕심을 버린 정교한 세컨드 샷이 필요한 홀이다. 또 8번홀 티잉 구역 옆에는 조선의 500년 역사를 함께한 후박나무 군락지가 있는 것이 특징이며, 코스 중앙에는 250년 된 후박나무가 위용을 자랑한다. 

3288m의 전장을 가진 베아채 코스는 ‘사랑하는 코스’다. 단테가 ‘신곡’을 집필한 원동력이 되었던 베아트리체는 ‘신곡’의 여주인공이자 단테가 평생을 연모한 첫사랑이다. 그 베아트리체가 코스 이름으로 사용되었다. 

베아채 코스는 자연경관을 그대로 활용한 레이아웃을 자랑하며, 아름답게 펼쳐진 조경은 골퍼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특히 파4 5번홀 그린 옆에 있는 그늘집에서는 강진만이 내려다보이는데, 다음 홀로 진행해야 한다는 것을 잊을 정도로 아름다운 경치를 맛볼 수 있다. 이곳의 경치는 계절과 그날의 기후 그리고 라운드 시간대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파3 홀, 파4 홀, 파5 홀이 각각 3개 홀씩 조성되어 있는 3131m 전장의 장보고 코스는 다른 코스에 비해 변화무쌍하고 가파른 언듈레이션과 페이웨이를 가지고 있는 ‘도전하는 코스’다. 장보고 코스 파3 6번홀은 다산베아채의 시그너처 홀이다. 반짝이는 대형 호수 가운데에 자리한 아일랜드 그린 너머로 강진만의 푸른 바다와 갯벌 그리고 가우도가 한눈에 들어와 포근하면서도 시원한 느낌을 준다.

코스 난도는 상당한 편이다. 해상왕 장보고의 이름이 들어간 코스인 만큼 시원한 장타를 날려도 넘실대는 파도처럼 굴곡진 페어웨이로 그린 공략이 쉽지 않다. 

◇ 남도의 식탁
다산베아채는 남도에 위치한 골프장답게 정갈하면서도 맛있는 음식을 제공한다. 강진은 한정식이 유명한 만큼 음식과 반찬 모두 거를 타선이 없다. 다산베아채에서는 계절별로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데, 가을철에는 능이버섯소고기보양전골이 시그너처 메뉴다. 육수와 채수의 어우러짐이 일품이며, 향긋한 능이버섯의 향이 식욕을 자극하고 쫄깃한 도가니와 부드러운 소고기가 젓가락질을 부추긴다. 

짱뚱어를 주재료로 끓인 짱뚱어탕도 빼놓을 수 없다. 짱뚱어탕은 전라남도 영암군과 순천시, 신안군, 해남군 등 전라남도 지역에서 자주 먹는 토속 음식이다. 짱뚱어탕의 외관은 추어탕과 비슷하지만, 추어탕과 달리 간을 심심하게 하고 손질한 짱뚱어를 호박·우거지 등과 함께 넣어 푹 끓인다. 화려하지 않지만 깊은 맛을 자랑하는 짱뚱어탕은 갈치속젓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짱뚱어탕 한 숟갈에 약간의 갈치속젓을 곁들여 먹으면 저절로 눈을 감고 맛을 음미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사진_윤석우(49비주얼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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