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치로 만드는 예술, 웨지 스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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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로 만드는 예술, 웨지 스탬핑
  • 김성준 기자
  • 승인 2023.11.29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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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버를 제외하고 가장 넓은 클럽 페이스를 가지고 있는 것은 웨지다. 클럽 페이스가 넓은 만큼 페이스 뒷면의 공간도 넓다. 많은 프로 골퍼는 그 부분에 자신의 이니셜과 별명 등을 새겨 넣는 스탬핑 작업을 한다.

투어 선수들은 오래전부터 자신의 이니셜을 새긴 웨지를 사용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웨지 스탬핑에 대한 아이디어가 늘어났고, 이제는 골퍼의 이니셜을 넘어 원하는 문구와 캐릭터 등을 새기거나 레이저 또는 다양한 색상의 페인트를 이용해 웨지를 더욱 돋보이게 꾸미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저스틴 토머스의 웨지에 새겨진‘Radar’. 

PGA투어 선수 저스틴 토머스는 10~11세 때 처음으로 자신의 타이틀리스트 웨지에 ‘레이더(Radar)’라는 별명을 새겼다. 이는 짧은 클럽의 정확성을 가리키는 의미였다. 레이더는 원래 1980년대 PGA투어에서 활약하며 2승을 거뒀던 마이크 리드(Mike Reid)의 별명이기도 했지만, 저스틴 토머스가 웨지에 새기면서 다시 주목받았다. 

저스틴 토머스의 웨지에는 여전히 레이더라는 스탬프가 찍혀 있지만, 현재 투어에는 저스틴 토머스와 똑같이 웨지에 레이더를 새기고 다니는 골퍼가 한 명 더 있다. 바로 지난 10월에 열린 PGA투어 슈라이너스칠드런스오픈의 우승자 김주형이다. 김주형은 저스틴 토머스의 팬임을 밝히며, 보키 웨지 마스터 스탬퍼인 에런 딜에게 저스틴 토머스에게서 영감을 받은 레이더를 새겨달라고 부탁했다. 이후 김주형이 자신과 똑같은 스탬핑을 한 사실을 알게 된 저스틴 토머스는 김주형에게 로열티를 받아야겠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스탬핑 작업 중인 캘러웨이골프코리아 유만선 책임.

◆ 더 이상 투어 선수의 전유물이 아니다
투어 선수 대부분의 웨지에는 스탬핑이 있고, 선수들이 사용하는 웨지의 스탬핑 작업은 투어밴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웨지 스탬핑 작업은 투어 선수들만 가능하다고 알고 있는 골퍼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클럽 브랜드에서 커스텀 클럽 서비스를 도입하며 웨지 스탬핑 서비스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타이틀리스트는 성수동에 위치한 시티 투어밴에서 자신이 원하는 스탬핑을 새긴 보키 웨지를 주문하는 웨지 웍스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으며, 캘러웨이와 테일러메이드도 마이 MG4, 마이 하이토3 서비스를 통해 골퍼만의 스탬핑이 들어간 웨지를 제작해준다.

나는 웨지 스탬핑 작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캘러웨이골프코리아의 커스텀 웨지 전문가 유만선 책임의 커스텀 웨지 작업실을 찾았다. 그는 입사할 때 스페셜 오더 클럽을 담당했다. 회사에 레이저 각인기가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커스텀 웨지를 만드는 연습과 공부를 했다. 5년 전 지구의 날 기념으로 70개 한정판 웨지를 만들면서 본격적으로 웨지 스탬핑과 레이저를 이용한 커스텀 클럽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의 작업실은 깔끔하게 잘 정돈되어 있었고, 스탬핑 작업에 사용되는 다양한 공구와 수많은 웨지가 눈에 들어왔다. 웨지에는 다양한 문구가 스탬핑되어 있었는데, 화려한 색상으로 글자를 채워 꾸민 웨지들이었다. 

“웨지에 문구를 각인하고 색상을 채워 넣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업이다. 하지만 정확한 깊이와 간격으로 스탬핑하는 것은 어느 정도 연습이 필요하다.” 그는 말했다. 연습용으로 사용했던 웨지들을 보여주며 그는 “스탬핑 작업에 필요한 도장은 가죽용이 아니라 반드시 금속용을 사용해야 한다. 도장의 몸통 두께가 너무 얇으면 작업 도중 도장이 휘어지는 경우가 있고, 손을 다칠 수도 있다.”

유만선 책임의 스탬핑 노하우를 전수받아 하트 두 개를 새겼다.

옆에서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보니 직접 스탬핑 작업을 시도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는 망치를 건네며 “작업이 잘 이루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안전”이라며 주의를 줬다. 망치를 실제로 들어보니 생각보다 훨씬 무겁게 느껴졌다. 망치의 무게는 2kg이다. 그도 무거운 망치로 작업을 하다가 손가락을 다친 경험이 있다고 했다. “당시 손이 너무 아팠는데 창피해서 티를 낼 수 없었다. 망치로 손을 내려친 후 한동안 스탬핑을 할 때 두려움이 앞섰다.”

막상 망치를 건네받고 클럽에 각인을 새기려니 많은 고민이 생겼다. 한번 스탬핑 작업을 하면 되돌릴 수 없기에 수많은 활자와 기호가 있는 도장 중에서 어떤 것을 고를지, 또 어디에 스탬핑을 할지 신중하게 생각해야 했다. 고민 끝에 하트 도장을 고르고 위치를 잡아봤다. 

그는 조금 두꺼운 투명 테이프를 잘라 건네며 스탬핑을 할 곳에 붙이라고 말했다. 이 투명 테이프의 용도는 망치로 도장을 내려칠 때 클럽과 도장이 서로 미끄러지지 않게 잡아주고, 망치로 추가 타격을 해야 할 때 같은 곳에 도장을 위치시키는 것이다. 나는 더 이상의 망설임을 뒤로하고 망치의 헤드 무게를 느끼며 앙증맞은 하트 2개를 새겼다.

레이저 각인기를 사용해 스마일 마크를 새겨넣고 있다.

◆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키기
유만선 책임은 스탬핑 작업뿐만 아니라 레이저 각인 작업도 함께 진행한다. 레이저 각인을 사용하면 손으로 스탬핑을 할 수 없는 굴곡진 부분까지 작업이 가능하며, 원하는 그림이나 사진도 새겨 넣을 수 있다. 

“미국 캘러웨이에서 커스텀 웨지를 만드는 앤서니 타란토(Anthony Taranto)의 디자인을 보며 많은 영감을 얻는다. 타란토는 미국에서 아주 유명한 커스텀 웨지 전문가인데, 그의 커스텀 작품을 보면 따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그는 레이저 각인을 위한 시안을 몇 개 살펴보더니 레이저 각인 기계에 웨지를 넣었다. 레이저 각인기를 작동시키자 순식간에 레이저 각인 작업이 완성되었다. 

마무리 작업은 다양한 컬러의 페인트를 채워 넣는 것이다. 웨지 스탬핑 콘셉트와 어울리는 컬러를 선택하고 경화제를 섞어 준비한다. 경화제와 페인트를 잘 섞고 나서 면봉과 끝이 뾰족한 송곳 등으로 페인트를 채워 넣는다. 
그는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손톱용 매니큐어나 유성펜 등을 사용해봤는데 금방 벗겨진다. 클럽용으로 나온 페인트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펜처럼 생겨 작업이 편한 제품도 나온다”며 셀프 컬러 페인트 작업에 대한 조언을 건넸다. 몇 분 후 페인트가 조금 경화될 때 티슈 등으로 주변부를 정리하면 멋진 커스텀 웨지가 완성된다. 커스텀이 완료된 웨지와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은 일반 웨지를 비교해보니 일반 웨지는 밋밋해 보였다. 스탬핑과 레이저 각인, 컬러링으로 채워진 웨지는 그 누구라도 소유욕이 들 것으로 보였다. 완성된 웨지를 보며 가장 뿌듯했던 부분은 직접 망치로 새긴 하트 2개의 결과물이 좋았다는 점이다. 

“도장을 수직으로 잡지 못하거나 망치질을 실수하면 스탬핑이 이중으로 찍혀 나오기도 한다.” 그는 하트 2개의 결과물이 잘 나왔다고 칭찬해주었다. 그 말에 나는 당장이라도 망치와 도장을 장만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스탬핑 작업에 바로 도전하는 것도 좋지만 클럽의 컬러링 작업도 추천한다. 색상만 바뀌어도 다른 클럽을 사용하는 기분이 들 것이다”라며 한층 올라간 마음을 다시 차분하게 만들어주었다.

도장은 반드시 금속용으로 만들어진 것을 사용해야 한다.

스탬핑의 진짜 매력
골퍼의 취향을 반영한 커스텀 골프 시장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클럽 제조사들은 웨지와 퍼터에 이어 드라이버까지 커스텀 클럽을 출시하고 있다. 그러나 드라이버 커스텀 클럽은 제조사의 공장에서 만들어져 나오고 이니셜 등을 새겨 넣을 수 없기 때문에 골퍼의 취향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 상대적으로 웨지 커스텀은 골퍼의 취향을 더 많이 반영할 수 있다. 

적절한 장비를 구비하고 몇 번의 연습을 거친다면 일반 골퍼들도 웨지 스탬핑에 도전할 수 있을 정도로 어려운 작업도 아니었다. 물론 스탬핑에 실패했을 경우의 리스크도 감안해야 한다.

코스에서 캐디들은 같은 브랜드의 웨지를 구분하기 위해 웨지에 작은 스티커를 붙이거나 유성펜으로 작게 표시한다. 하지만 웨지에 특별한 스탬핑이 있다면 더 이상 누구의 웨지인지 헷갈리지 않아도 된다.

내가 원하는 문구나 이니셜이 들어가 있으니 웨지에 대한 애착도 더욱 깊어질 것이다. 밋밋해 보이는 웨지 디자인이 지겹거나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나만의 웨지를 가지고 싶다면 이제 웨지 스탬핑의 매력에 빠져볼 차례다. 

사진_김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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