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 ‘그린 재킷’을 입는 세 번째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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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 ‘그린 재킷’을 입는 세 번째 방법
  • 서민교 기자
  • 승인 2024.04.1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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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으로 하나 되어_자원봉사자와 고용 인력은 다양한 스타일과 색상의 재킷을 입고 일한다.
녹색으로 하나 되어_자원봉사자와 고용 인력은 다양한 스타일과 색상의 재킷을 입고 일한다.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의 그린 재킷보다 더 확실하고, 모두가 부러워하는 성공의 상징은 드물다. 그리고 그것을 차지할 방법은 두 가지 뿐인데, 회원 가입 초대를 수락하거나 마스터스토너먼트에서 우승하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세상을 다 가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오거스타의 재킷을 입을 수 있는 세 번째 방법이 있으니 바로 토너먼트 인력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물론 팬톤 컬러 342번(라이 그린)에 클럽 로고가 박히고 3개의 황동 단추가 달린 맞춤 싱글브레스트 스포츠 코트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걸 입으면 적어도 며칠 동안은 오거스타의 관계자가 된다. 골프계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대회를 치르기 위해서는 작은 부대 수준의(어쩌면 그렇게 작다고도 말할 수 없는) 고용 인력과 자원봉사자가 필요하다. 마스터스에 가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이들의 역할은 각각의 재킷으로 구분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녹색이지만(특히 지퍼 달린 풀오버와 윈드브레이커 종류) 주위를 둘러보면 빨간색, 파란색, 검은색, 라일락색(연보라색), 흰색을 비롯한 온갖 색이 봄꽃들처럼 어우러져 있다. 그리고 그 재킷 대부분에 오거스타내셔널의 로고가 박혀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근무시간은 길고, 보수(일반적으로 시급 12~16달러 정도)도 두둑하다고 말할 수는 없는 수준이다. 대부분의 인력은 오거스타내셔널여자아마추어와 드라이브칩앤드퍼트내셔널 결승전 동안에도 교대로 투입된다. 하지만 근무시간 외에는 시즌의 첫 포문을 여는 메이저 대회를 관람할 수 있다는 혜택이 주어진다. 스포츠 입장권 중에서도 마스터스 티켓 구하기가 가장 어렵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대단한 장점이 아닐 수 없다. 일자리를 신청하고 싶다고? jobs.masters.com에 접속해서 2025년 대회의 기회를 노려보자. 

“돈 때문에 하는 일은 아니다. 보수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식음료 부문에서 일하고 있는 오거스타의 한 거주민은 이렇게 말했다. “골프를 보러 오는 것이고, 그건 정말 굉장하다. 이 대회에서 한몫했다고 말할 수 있는 점도 크다. 친구들 앞에서 자랑할 거리가 생기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는 뭔가에 기여했다고 말할 수 있다. ‘내가 바로 그 자리에 있었잖아.’ 이렇게. 거기에서 오는 만족감이 크다.” 

이들은 인근 지역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 찾아오며, 10년 넘게 해마다 오는 사람도 많다. 그렇다면 눈길을 사로잡는 재킷을 입은 이들은 누구이며, 무슨 일을 하는 걸까? 그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가 직접 물어봤다. 

깔끔하게_파란색 옷을 입은 이들은 주변을 깨끗하게 유지해준다.
깔끔하게_파란색 옷을 입은 이들은 주변을 깨끗하게 유지해준다.

◇ 녹색 재킷 | 황갈색 모자 부문 

이들은 리더보드를 담당한다. 그들이 맡은 역할은 대회에서 가장 중심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8번홀의 거대한 리더보드를 맡은 팀은 상당히 유명하다. 특히 일요일에는 거의 작은 마을 수준의 패트런들이 접이식 간이 의자를 펼쳐놓고 그 주변에 앉아 숫자가 업데이트될 때마다 환호를 보낸다. 

◇ 녹색 재킷 | 맥주 배달 부문

상설 매점 공간의 지붕 아래에 있는 출납계에 배치된다면 그야말로 그늘에 가려진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도 근무시간이 아닐 때나 오후 중반에 한 걸음만 밖으로 나가면 골프를 볼 수 있고, “한 잔 더 주세요”를 반복하는 패트런과 가벼운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한 가지 부연 설명을 하자면 자원봉사자는 누구나 골프를 관람할 수 있지만, 근무시간이 아닐 때는 반드시 모자를 벗어야 한다. 

세상만사 돌고 돌고_갤러리 안내원들은 오랜 시간 일하며 똑같은 질문을 수없이 받는다.
세상만사 돌고 돌고_갤러리 안내원들은 오랜 시간 일하며 똑같은 질문을 수없이 받는다.

◇ 녹색 재킷  | 노란 모자 부문

이들은 건널목을 담당하는 갤러리 안내원들이다. 총원이 약 350명에 달하는 이 자원봉사단은 코스 전역에 흩어져 있으며, 근무 중에도 샷을 지켜볼 기회가 있다. 본질적으로 그들이 대답을 준비하고 있어야 하는 기본 질문은 네 가지다. 맥주는 어디에 있죠? 화장실은 어디에 있죠? 타이거는 어디에 있죠? 아멘 코너는 어디로 가야 하죠? 

갤러리 안내원에게는 이런 질문들에 응대하는 틈틈이 사람들을 관찰하고 대화의 편린을 엿듣는 재미가 주어지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진진한 건 사람들이 선수를 잘못 알아보고도 이러쿵저러쿵 의견을 덧붙일 때라고 한다.
물론 갤러리 안내원뿐만 아니라 모든 자원봉사자가 누리는 혜택 가운데 최고봉은 여름을 맞아 클럽이 문을 닫기 전인 5월 말에 오거스타내셔널에서 라운드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파3 코스에서는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플레이를 할 수 있으며, 마스터스 기념품을 반값에 구입할 수 있다. 아, 그리고 점심도 공짜다. 이쯤 되면 다들 짐작하겠지만,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며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은 사람이 상당히 많다. 

“나는 4년을 기다렸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왔다는 한 노신사는 말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나 같은 사람이 어떻게 오거스타내셔널에 오겠는가? 취소되지 않는다면 정말 좋은 기회다. 그럴 경우 다시 일정을 잡아주지 않는다.” 

안전이 최고_시큐리타스에서 파견된 이들은 정신없이 진행되는 대회 기간에 질서를 유지해준다.
안전이 최고_시큐리타스에서 파견된 이들은 정신없이 진행되는 대회 기간에 질서를 유지해준다.

◇ 흰색 재킷 

대단히 인기가 높은 부문으로, 흰색 재킷에 검은색 나비넥타이를 맨 이들은 웨이터와 바텐더다. 회원과 게스트가 오거스타내셔널의 명성에 걸맞은 특급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드넓은 베란다를 바쁘게 오가는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가 다니는 모든 식당도 이렇게 서버당 손님의 수가 적당하도록 많은 인력을 배치하면 좋을 것 같다. 

◇ 라일락색(연보라색) 재킷 

오거스타내셔널을 찾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스터스 상점에 배치된 이들을 만나게 된다. 이들은 계산을 하고 제품을 채워 넣으며, 사람들이 마음껏 플렉스를 하도록 도움을 제공한다. 보도에 따르면 프로 숍의 최대 매출은 1시간에 85만 달러라고 하며, 오거스타내셔널의 로고가 들어간 제품은 골프 액세서리 외에도 지갑과 넥타이, 도마, 커프스링크까지 다양하다. 

◇ 검은색 재킷 | 클럽 부문 

식음료와 소믈리에를 비롯해 특정한 역할을 담당하는 클럽 매니저들이 이 멋진 블레이저를 착용한다. 2022년 대회 때는 한 게스트가 오거스타내셔널의 와인 리스트가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이것까지는 없을 거라고 확신하며 희귀한 프랑스 와인을 주문했다고 한다. 그런데 몇 분 후 손님이 주문한 빈티지 와인이 나왔고, 거기에는 아주 소박한 수준인 2만3000달러의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규칙과 감독_위상이 느껴지는 파란색 슈트 재킷은 규칙관이나 갤러리 안내원 감독관이 착용한다.
규칙과 감독_위상이 느껴지는 파란색 슈트 재킷은 규칙관이나 갤러리 안내원 감독관이 착용한다.

◇ 검은색 재킷 | 보안 부문 

이들은 시큐리타스라는 회사에 소속된 보안 요원들이다. 아주 긴급한 용무가 아닌 이상 이들은 지정된 자리를 12시간 가까이 지켜야 한다. 보안 요원의 수는 900~1200명에 달하며,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그 수는 줄어든다. 하지만 정중한 사람들 사이에서 900명도 여전히 너무 많은 숫자이기 때문에 그 수가 줄어들었다는 것을 체감하기는 어렵다. 

◇ 빨간색 재킷 

사실 이건 재킷이라기보다 작업복에 가깝다. 이들은 VIP가 냉방이 잘되는 편안한 공간에서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최고급 음식을 즐기며 대형 스크린으로 플레이를 관람하는 버크맨스 플레이스라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우리는 그들을 보기 힘들지도 모른다. 우리도 같은 사람은 들여보내주지 않으니까. 그래도 인맥이 탄탄한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마스터스도 식후경_대회 기간에 가장 바쁜 사람들은 아마 녹색 재킷을 입고 매점에서 일하는 이들일 것이다.
마스터스도 식후경_대회 기간에 가장 바쁜 사람들은 아마 녹색 재킷을 입고 매점에서 일하는 이들일 것이다.

◇ 파란색 재킷 | 슈트 부문 

파란색 슈트 재킷은 규칙관(일반적으로 홀당 2명)과 갤러리 안내원 감독관이 입는 옷이다. 자원봉사자가 맡는 갤러리 안내원 감독은 상당히 중요한 일이다. 말 그대로 갤러리 안내원들을 관리하는 것 외에 이들에게는 패트런에게 의료적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 대비하여 911이나 6911(비응급 출동 번호)을 자동 호출하는 전화기가 지급된다. 우천으로 경기가 지연될 경우, 선수와 캐디들을 대피시키는 것도 감독관의 몫이다. 그건 2023년 마스터스 기간에 매우 바빴다는 뜻이다. 감독들이 대피 매뉴얼에 따라 어찌나 신속하게 움직이는지 남아공 출신의 루이 우스트히즌은 2022년에 이들을 특별히 칭찬했다. “세계의 그 어떤 토너먼트도 마스터스처럼 모든 것을 미리 대비해놓는 곳은 없다.” 

◇ 파란색 재킷 | 관리 부문 

어쩌면 가장 힘들면서도 티가 나지 않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클럽하우스를 돌아다니며 치우고 쓰레기(그러니까 우리가 말하는 건 아주 작은 티끌만 한 것들)를 줍는 이들은 어쩌다 선수들과 몸을 부딪힐 기회가 있다. 

글_데이브 셰들로스키(Dave Shedlos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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