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 선셋, 그리고 골프…골든베이로 떠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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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선셋, 그리고 골프…골든베이로 떠날 시간
  • 서민교 기자
  • 승인 2023.08.0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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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바다 위로 석양이 드리운 골든베이골프앤리조트 오션 코스 전경. 사진=윤석우(49비주얼스튜디오)
서해 바다 위로 석양이 드리운 골든베이골프앤리조트 오션 코스 전경. 사진=윤석우(49비주얼스튜디오)

그런 순간이 있다. 무언가 경계가 흐려지는 마법 같은 순간들. 서해 바다, 갯벌, 구름, 해무, 코스 그리고 낙조. 일렁이는 모든 것이 낭만이라는 시간의 흔적으로 비집고 나와 추억이 된다. 

선셋 그리고 골프. 주어진 키워드는 심플했다. ‘너무 뻔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잠시, “일몰은 서해안이지…”라고 혼잣말을 내뱉고는 나도 모르게 턱이 살며시 들렸고, 시선은 45도 방구석 어딘가로 향했다. 골프 여행을 서쪽으로 떠난 적이 있던가. 어렴풋이 그랬던 경험을 떠올렸다. 로얄링스가 현대더링스 시절이던 언젠가다. 그땐 30년 지기들과 함께한 여행이었는데, 당연히 석양의 낭만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없다. 그렇고말고! 오직 소주와 적당한 유흥 정도에 혈안이 돼 있던 혈기 왕성한 때였으니까.

골프가 아닌 여행의 기억도 그렇다. 늘 강릉-양양-속초-고성 코스 아니면 부산 혹은 제주에 머물렀던 기억들뿐이다. 그곳들에서 일출을 보려고 애쓴 적은 있었으나 일몰은 아니다. 진정 서해 바다에서 선셋 골프라니! 멈췄던 심장이 뛰었다. 아무래도 설렘이다. <비포 선라이즈>(1995) 이후 9년 만에 <비포 선셋>(2004)을 마주했을 때 두근거렸던 그 느낌이다.

곧바로 가방을 뒤적여 수첩과 펜을 꺼내 떠오르는 골프장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선택 범위는 강남 한복판 기준 2시간 안팎 거리. 검색창의 도움을 받아 야간 골프가 가능한 곳도 분류했다. 충남 태안반도 인근 골프장 예닐곱 곳을 끄적였다. 그중에서도 태안반도 끝자락에 자리한 후보 두 곳 가운데 골든베이골프앤리조트로 낙점했다. 떠날 시간이다. 

◇ 돌아볼 시간

에디터의 특혜라면 골프 코스를 미리 둘러볼 수 있다는 것이다. 카트를 타거나 혹은 걷고, 멈춰  서고. 지나온 길을 되걷기도 한다. 코스에서 플레이 없는 시간이 지루할 거라 지레짐작한다면 오산이다. 이 오롯한 시간은 코스를 지긋이 볼 수 있는 더없는 기회다. 가만히 대자연을 마주하면 코스의 잔잔한 물결은 인간이 지나간 뒤 깨어나 살아 움직이듯 넘실댄다. 이쯤 되면 3인칭 관찰자가 아닌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옮길 때다. 안니카 소렌스탐은 이곳에 우두커니 서서 어떤 상상을 했을까. 

골든베이는 소렌스탐이 직접 설계한 코스다. 그의 말을 잠시 옮겨본다. “수없이 많은 프로 대회 우승자를 배출한 ‘세계적 골프의 나라’ 한국의 골퍼들에게 내가 직접 설계한 골프장을 선보이게 되어 매우 기쁘다. 골든베이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해안가에 바다와 계곡과 산이 어우러진 자연 지형에 위치하고 있으며, 쉽고 어려운 샷의 난이도를 적절히 고려해 플레이의 묘미를 한층 고조시킬 수 있도록 설계했다. 나는 프로 골퍼와 설계가로서 이곳 골든베이가 모든 골퍼의 꿈이 이루어지는 사랑스러운 골프장이 되기를 희망한다.” 

사진=윤석우
사진=윤석우

골든베이는 오션·밸리·마운틴 코스로 구성된 27홀 대중제 골프장이다. 소렌스탐은 “난이도를 적절히 고려했다”는 그의 말처럼 3개 코스를 각각 확실한 특색을 두고 디자인했다. 태안해안국립공원 비치를 감싸고 있는 오션 코스는 서해 바다의 낙조와 푸른 해송림 사이에 펼쳐져 도전적이다. 거의 모든 홀에서 단독으로 떨어져 있는 오션 뷰 코스다. 파4 3번홀 티잉 에어리에서는 오션 코스를 내려다보며 정산포 앞바다와 한 폭의 그림 같은 구름 아래 그늘집, 클럽하우스, 투스칸 빌리지를 모두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이 여행의 목적이자 2~3시간 뒤에 펼쳐질 선셋 격전지이기도 하다. 

오션 코스와 마운틴 코스 사이에 포근하게 안기듯 자리 잡은 밸리 코스는 편안함을 주는 공간이다. 산비탈을 걷다 계곡을 만나고, 다시 폰드를 지나 작은 언덕을 오르는 느낌을 받는다. 산책하듯 홀을 돌다 보면 어느 평화로운 시골 마을의 아담한 성당 같은 그늘집을 계속 마주치게 된다. 그늘집 문을 열고 들어가면 사랑스러운 커플의 스몰 웨딩이 펼쳐질 것 같은 착각에 빠지고 만다. 파4 6번홀에서 티 샷을 하고 걷다 뒤돌아보면 이 말의 의미를 알아차릴 것이다. 그린까지 길게 뻗은 파5 9번홀은 정원 같은 밸리 코스의 풍경을 눈에 담으며 그늘집 뒤로 펼쳐진 서해 바다도 엿볼 수 있다. 

마운틴 코스는 섬세하면서도 호쾌하고 과감한 공략을 요구하는 남성적인 코스다. 오션 뷰가 펼쳐져 심리적 안정감을 유지한다면 산을 오르는 데 문제는 없다. 파3 2번홀은 태안반도의 또 다른 섬처럼 작은 아일랜드 홀로, 둘레를 차곡차곡 쌓은 돌담이 인상적이다. 파4 6번홀 그린에 오르면 바다와 갯벌이 와이드 뷰로 펼쳐지고, 파5 9번홀은 티 샷 이후 마침표를 향해 가기 전 벤치에 앉아 쉼표를 찍을 여유를 선사한다. 

사진=윤석우
사진=윤석우

◇ 멈춰버린 시간

기다리던 시간이 다가왔다. 시침이 7을 가리키고, 분침이 4로 향할 때 이곳을 지켜야 한다. 다시 돌아간 곳은 3번홀 티잉 에어리어 뒤편. 나무 울타리를 따라 좀 더 오르면 암반 위에서 서해의 기운을 받을 공간이 마련돼 있다. 포토 존으로, 벤치를 둔 배려도 마음에 든다. 이토록 경건한 마음으로 석양을 기다린 적이 있던가. 인간의 흔적이 없는 골프 코스에 덩그러니 남아 서서 붉게 노을 지는 낙조를 바라보는 기분이란! 마땅히 형용할 수식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침묵이 옳다. 멈춰버린 시간으로 여행을 떠나는 순간이다. 푸른 카펫처럼 펼쳐진 페어웨이와 그 뒤로 썰물과 함께 드러난 갯벌이 갈색 양탄자처럼 깔려 있고, 서해 바다와 지평선 너머 구름의 허물어진 경계는 어느새 석양으로 뒤덮이고 있다. 해는 서해 바다 뒤편으로 서서히 떨어지는데 바다 위에는 해무가 그 끝자락을 잡을 듯 밀려온다. 숨 막히는 수십 분의 순간은 여운을 남긴 채 지나가고, 호흡은 신비롭게도 평온하기만 하다. 그렇게 해는 지고 날은 저문다. 

이튿날 아침, 자연의 짓궂은 변덕에 또다시 겸손해진다. 그토록 맑았던 어제는 사라지고, 서해 바다를 삼킨 자욱한 해무는 오전 라운드 내내 계속 이어졌다. 이젠 플레이에 집중하라는 신의 배려일지도. 

(위부터) 루콜라를 토핑으로 얹은 페이스트리 도 피자_스타트하우스 / 특제 양념장과 전복 특유의 오독오독 씹히는 식감이 밥맛을 돋우는 전복뚝배기솥밥_클럽하우스 / 전복 등 신선한 해물과 칼칼한 국물의 조합에 탄성을 내뱉게 되는 얼큰한 대하·꽃게 매운탕_클럽하우스 / 담백한 맛이 일품인 옛날식 프라이드 치킨과 겉은 바삭, 속은 쫄깃한 닭똥집 & 닭 껍질 튀김_스타트하우스. 사진=윤석우
(위부터) 루콜라를 토핑으로 얹은 페이스트리 도 피자_스타트하우스 / 특제 양념장과 전복 특유의 오독오독 씹히는 식감이 밥맛을 돋우는 전복뚝배기솥밥_클럽하우스 / 전복 등 신선한 해물과 칼칼한 국물의 조합에 탄성을 내뱉게 되는 얼큰한 대하·꽃게 매운탕_클럽하우스 / 담백한 맛이 일품인 옛날식 프라이드 치킨과 겉은 바삭, 속은 쫄깃한 닭똥집 & 닭 껍질 튀김_스타트하우스. 사진=윤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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