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인터뷰] 강건하고 비범한 소년, 김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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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인터뷰] 강건하고 비범한 소년, 김주형
  • 인혜정 기자
  • 승인 2020.06.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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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계를 긴장케 하는 거물급 신인이 등장했다. 일찍이 다양한 투어를 경험한 김주형은 단단해질 대로 단단해졌다. 이제 화력을 뿜을 일만 남았다. 

17세의 나이로 아시안투어 챔프에 올라서며 이름을 알린 김주형. 지난해 11월 파나소닉오픈에서 아시안투어에서 두 번째 어린 나이(17세 149일)로 첫 우승을 거뒀다. 

그의 진가는 빠르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올해 아시안투어 정규 투어 멤버가 된 그는 코로나19 확산 전 참가한 3개 대회에서 상승세를 보인 것. 개막전인 홍콩오픈에서 공동 18위, SMBC싱가포르오픈과 뉴질랜드오픈에서 각각 4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나라에서 골프를 경험했기 때문에 코스 적응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5세에 호주로 건너가 처음 골프를 접했고 12세에 필리핀으로 골프 유학을 떠났다. 그리고 지난해 아시안투어의 2부투어인 아시안디벨롭먼트투어(ADT)에서 3승을 거두며 1부투어 출전권을 얻었다. 더불어 아시안투어에서 포인트를 쌓은 그는 세계 랭킹 122위로 올라서며 올 시즌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 티켓도 확보했다. 

골프 관계자들은 지난 시즌 PGA투어 신인상을 차지한 임성재를 능가할 재목이 나타났다고 입을 모았다. 모두가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치열한 투어에서 부딪쳐가며 성장기를 그려나가는 그의 골프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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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기 시작했는데 코로나19로 급작스럽게 투어가 멈췄다. 공백 시간은 매일 7~8시간씩 훈련으로 채우며 다시 열릴 시즌을 기다리고 있다. 올 초 가장 큰 수확은 1월에 치른 SMBC싱가포르오픈에서 4위를 거두며 디오픈 출전 티켓을 얻은 것이다. 이 티켓으로 설레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디오픈 역시 코로나19로 취소되며 내년으로 미뤄졌다. 아쉽지만 부족한 부분을 철저하게 만회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말레이시아에서 시즌 네번째 대회를 끝내고 한국에 오기 전까지는 태국에 머물고 있었다. 그러던 중 태국 골프장뿐만 아니라 하늘길까지 막힌다는 소식이 들렸고 곧장 한국행 티켓을 발권했다. 귀국하자마자 한 일은 새로운 스윙 코치인 이시우 프로를 찾은 것. 지난해 11월부터 그에게 스윙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1월 중순부터 40일간 이시우 코치와 미국 샌디에이고로 전지훈련을 다녀왔다. 오래전부터 바로잡고 싶은 부분을 보완했다. 특히 망가진 스윙 플레인을 바로잡았고 샷을 일정하게 구사하게 됐다. 스윙이 안정되니 긴장하는 상황에서 실수가 줄었고 자신감도 향상됐다. 평균 드라이버 거리도 10야드가량 늘었다. 평균 헤드 스피드가 112마일이다. 보통 부드럽게 스윙하는 편인데 이는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넓은 파5홀에서 거리를 내야 할 때 드라이버를 세게 때리는 편이다. 마음먹고 휘두르면 헤드 스피드를 125마일까지 올릴 수 있다. 

함께 전지훈련을 떠난 (고)진영 누나, (이)보미 누나, (이)성호 형을 통해서 보고 느낀 점이 많다. 선배들의 평소 생활을 통해 멘탈과 체력 관리가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진영이 누나는 세계 랭킹 1위답게 멘탈이 남다르다. 스코어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좌절은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완벽하게 해야 직성이 풀리는데 골프에서는 이런 마음이 독이 되더라. 사소한 실수를 범하더라도 빨리 잊는 게 중요하다. 더불어 선배들 모두 몸 관리를 철저히 하는 모습에 나도 신경 쓰게 됐다. 한국에 온 뒤 일주일에 네 번, 1시간 이상 체력 단련에 힘쓰고 있다. 특히 골반 가동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운동을 시작한 뒤 지방이 줄고 근력이 좋아져5kg이나 빠졌다. 

운동신경은 아버지에게 물려받았다. 아버지는 고등학교 때 야구, 테니스, 골프까지 섭렵할 정도로 운동신경이 뛰어났다. 골프 티칭 프로 출신으로 나를 직접 가르치기도 했다. 가장 든든한 조력자이자 버팀목이기도 하다. 스윙이나 생활 패턴이 변하면 그걸 귀신같이 파악해 바로잡는 데 도움을 준다. 또 아버지와 대화를 자주 하며 고민 상담을 하고 조언을 구한다. 지난해까지 아버지가 2년 반 동안 캐디를 맡았는데 건강이 나빠져 전문 캐디를 두게 됐다. 

해외 투어를 다니며 열악한 상황도 자주 접했다. 필리핀에서 경기를 치를 때 호텔이 없는 골프장이 많았다. 그럴 땐 에어비앤비를 이용했다. 사이트에서 보던 것보다 좁고 허름한 숙소가 기억에 남는다. 비가 내리는 날이었는데 자고 일어나니 젖은 쥐가 돌아다녀 바닥에 남은 발자국을 보고 놀라던 기억이 난다.  

첫 우승은 짜릿했다. 파나소닉오픈 최종일 한 타 차로 지고 있었고 사실 우승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아버지는 미세먼지로 컨디션이 좋지 않아 먼저 호텔로 간 상태였다. 짐을 쌀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협회 담당자에게 연락이 왔다. 연장전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는 것이다. 그런데 연장전에 가기도 전 상대는 마지막 홀에서 더블 보기를 했고 1타 차로 하늘은 나의 손을 들어줬다. 아버지에게 전화로 우승 소식을 전했는데 울컥하는 목소리가 전해져 눈물이 났다. 

셰인 라우리, 저스틴 로즈와의 플레이가 기억에 남는다. 톱 플레이어는 풀어가는 법도 확실히 다르다는 점을 느꼈다. 셰인은 마음만 먹으면 볼 플라이 컨트롤을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그 부분은 정말 닮고 싶었다. 로즈의 부드러운 스윙도 매우 탐났다. 부드러운 스윙 속에 날카로움이 있었다. 마지막에 선두와 타수를 무섭게 줄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긴장되는 상황 속에서도 슬라이스 퍼팅과 롱 퍼팅을 모두 성공시키는 모습에 감탄했다.

갤러리가 많을수록 플레이가 더 즐겁다. 홍콩오픈과 SMBC싱가포르오픈에서 많은 갤러리를 접했는데 신세계였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좋아하는 아이언 샷을 정확하게 구사하면 뿌듯하고 기분이 좋더라. 

플레이할 때 적응이 빠른 편이다. 오랫동안 외국에서 지내다 보니 벤트그래스, 버뮤다그래스, 카우그래스 등 다양한 잔디를 접했다. 잔디마다 플레이 방법이 다르다. 벤트그래스는 콘택트가 좋아 디봇이 피자처럼 날아가는 반면 카우그래스는 평소처럼 치거나 힘이 들어갈수록 플라이 볼을 유발한다. 이 잔디에서는 힘 조절이 관건인데 평소보다 조금 더 부드럽게 콘택트해야 한다.

친구들은 대부분 외국인이고 나보다 나이가 많다. 그중 가장 친한 친구는 아시안투어에서 만난 21세의 고스케 하마모토(Kosuke Hamamoto)다. 태국 국적인데 일본인 아버지와 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지난해 함께 아시안투어 퀄리파잉스쿨(Q스쿨)을 치렀는 데 코스케는 통과하고 나는 떨어졌다. 다행히 나는 2부투어를 거처 정규투어로 올라올 수 있었다. 서로 응원하고 위로하며 의지하는 사이다. 코스케와 한 가지 재미있는 약속을 했다. 둘 다 유러피언투어 DP월드투어챔피언십까지 올라가게 되면 두바이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하기로 했다.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많은 프로가 퍼팅할 때 터치감을 느끼기 위해 장갑을 벗는데 나는 반대다. 지난해 3월부터 장갑을 착용하고 퍼팅을 시작했다. 그 후 2부투어에서 세 번이나 우승을 거뒀다. 손이 두툼해서 그립을 잡을 때 불편했다. 특히 긴장될 때 그립에서 손이 움직이는 느낌이 드는데 이는 불안한 샷으로 연결됐다. 장갑을 끼면 이런 느낌이 완화되고 그립에 안정감이 든다. (박)현경 누나도 장갑을 착용하고 퍼팅을 하는데 동질감이 느껴져 반가웠다. 

골프를 하면서 ‘나만의 싸움’을 하고 있다. 나는 이런 부분에서 골프에 대한 매력을 느낀다. 오직 내 플레이에만 집중하면 되는 것이 좋다. 주변 사람들이 평소에는 잘 웃지만 코스에만 들어서면 표정이 싹 바뀐다고 말한다. 사실 집중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골프 선수가 안 됐더라면? 스포츠를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다른 종목의 운동선수가 되었을 것이다.

현재 세계 랭킹 122위에 랭크돼 있다. 올해 세계 랭킹 100위권에 진입해 미국PGA 2부투어인 콘페리투어 마지막 시드전에 참가하는 게 목표다. 

[인혜정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ihj@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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