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 누린 골프 산업의 전환기 ‘역행자에서 순리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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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 누린 골프 산업의 전환기 ‘역행자에서 순리자로’
  • 서민교 기자
  • 승인 2023.08.0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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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역행자로 때아닌 호황을 누린 골프 산업이 새로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순리자로 전환해야 할 시기가 아닐까. 

급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유례없는 호황을 맞은 골프 산업도 토끼의 해를 맞아 더 높게 점프해야 할 시기다. 그러나 2023년 골프 산업은 마냥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 경제도 경기침체 국면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로 인해 소비 위축과 투자 감소, 수익 축소, 실업 증가 등이 맞물려 실물경제가 무너질 위기다. 더욱 비관적인 것은 이 같은 현상이 2024년 상반기까지 장기화될 조짐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방증하듯 소셜 네트워크에는 #미니멀라이프 #비소비 #무지출 등의 키워드가 급격하게 늘었다. 현대인들은 소비의 시대에 피로도가 쌓이면서 이제는 비소비의 시대, 절제의 시대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 심리의 위축은 삶의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효율적인 소비가 똑똑한 삶의 방식으로 익숙하게 자리 잡아가고, 더 나아가 소비하지 않는 것이 취향인 시대로 트렌드화되고 있다. 과잉 소비로 플렉스를 외쳤던 2030세대는 비소비를 과시하는 새로운 욕망의 형태로 돌아서고 있다. 필요한 것이 아닌 갖고 싶은 것을 사던 물욕과 과소비에 질리고 시시해진 것이다.
 
거세지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골프 산업의 미래도 어디로 갈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와 온도 차는 확연하다. MZ세대와 여성 골퍼의 대거 유입으로 들떠 있던 골프 산업은 어느새 빠져나가는 이들을 잡기 위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골프에서 테니스로 갈아타는 2030세대를 넋 놓고 바라보고 있노라면 시대의 흐름이 얼마나 빠른지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다.

◇ 그린피 인하 기대 논리

절제의 시대에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되는 곳은 골프장이다. 최근 2~3년 사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그린피와 카트피, 캐디피는 골퍼의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골프장에서 지출하는 높은 비용은 골퍼의 지갑 사정과는 별개로 골프에 대한 흥미를 지속할 정도로 매력적이지 않은 소비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 이에 발맞춰 지난해 9월 정부가 새로운 골프장 분류 체계를 발표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 시행령 가운데 ‘대중형 골프장 지정에 관한 고시’ 내용을 발표했는데, 기존의 대중제 골프장이 세제 혜택이 그대로 유지되는 ‘대중형 골프장’으로 지정받으려면 수도권 회원제 골프장의 비회원 그린피보다 3만4000원 이상 낮게 요금을 책정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골프장 이용객은 대중형 골프장 이용료(그린피)가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일각에서는 이용료 책정 기준에 따른 합리성과 형평성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실적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회원제 골프장의 비회원 그린피’ 기준을 수도권 회원제 골프장으로 한정했고, 평균 그린피가 가장 높은 성수기(5월과 10월)로 삼았다. 수도권 골프장이 지방 골프장보다 그린피가 비싼 데다 성수기 이용료는 비수기에 비해 약 1.5배나 높게 그린피를 책정한다. 이럴 경우 오히려 지방 골프장과 비수기 이용료 인상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 애초에 그린피 기준을 연간·권역별(수도권·강원·충청·경상·전라·제주) 평균 요금으로 산출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고 합리적이다. 또 골프장 요금 규제를 그린피로 한정하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골프장 이용료에는 그린피 외에도 카트피와 캐디피가 포함된다. 골프장이 그린피 인하에 대한 반대급부로 카트피와 캐디피를 인상하는 편법을 쓸 경우 이용객의 실질적인 이용료는 별반 차이가 없다. 실제로 최근 3년 사이 카트피는 8만원에서 10만원, 캐디피는 12만원에서 16만원까지 올랐으나 골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이용료를 지불해야만 했다. 

골프장 업계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골프장 요금을 직접 규제하는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시장 논리에 어긋난다는 불만이다. ‘코로나 특수’로 인한 일시적인 골프 인구 증가가 다시 감소세로 빠지는 코로나 시대 이전으로 회귀할 경우 자연스럽게 시장 원리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생활필수품이 아닌 골프장 이용료에 대한 정부의 요금 규제는 명분이 부족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하늘길이 열리면서 국내 골프장 이용객 감소도 예상된다. 최근 골프 여행지로 각광받는 베트남은 한국 관광객이 급증했다. 이에 따라 베트남 골프장 산업도 탄력을 받고 있다. 현재 공사 예정인 골프장까지 70개로 늘어난 베트남은 1년 뒤 100개, 5년 뒤 500개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한다. 해안가를 따라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데다 골프장 이용료도 한국보다 저렴하다. 굳이 코스 관리 상태나 컨디션이 좋지 않은 한국의 값비싼 골프장을 이용할 이유가 없어지는 셈이다. 베트남을 비롯해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뿐만 아니라 엔저 현상에 힘입어 일본 골프 여행으로 발길을 돌리는 골퍼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정부의 골프장 요금 규제와 맞물려 골프장의 합리적인 이용료 책정과 골퍼의 효율적인 똑똑한 소비가 골프장 시장 논리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   

◇ 합리적인 일본 보니

국내 골프 인구가 늘면서 골프장 시장 규모도 커졌으나 오히려 골프 대중화는 역행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과 비교하면 한국 골프장 산업의 현실을 엿볼 수 있다. 한국 골프장 시장 규모는 일본과 비슷한 수준으로 급성장했고, 한국 골프 인구는 일본을 추월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한국 골프장 시장 규모(그린피+카트피+식음료비+캐디피 포함)는 2021년 8조5533억원으로 일본 8조6857억원의 98.5%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골프 인구는 2021년 564만 명으로 일본의 560만 명을 추월했다. 이에 반해 한국 대중제 골프장의 주중 그린피는 지난해 5월 기준 17만3700원으로 일본 5만5800원보다 3.1배 비쌌다.

전체 인구 중에서 골프 참가율은 한국이 일본보다 두 배 많은 반면 골프장 이용 횟수는 한국이 일본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2021년 조사 결과, 한국은 13세 이상 인구 중에서 10.2%, 일본은 15세 이상 인구 중에서 5.7%의 골프 참가율을 기록했다. 한국은 전체 국민의 10명 중 한 명이 골프를 하지만, 일본은 우리나라의 절반인 20명 중 한 명이 골프를 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반면 연간 골프장 이용 횟수는 반대다. 한국은 2021년 8.8회로 2019년보다 0.5회 증가에 그쳤으나 일본은 2021년 17.2회로 전년 대비 2.3회 늘었다. 이는 일본에 비해 턱없이 비싼 한국의 그린피가 주된 원인이다. 지난 10년간 대중제 골프장의 주중 그린피 인상률도 한국은 57.8%로 급등한 반면, 일본은 14.7% 하락했다. 일본의 그린피 하락은 골프장 공급과잉 현상과 골프 인구 감소가 원인이다. 

여기에 캐디피와 카트피를 포함하면 한국과 일본의 골프장 이용료 격차는 더욱 커진다. 일본은 골프장의 90% 이상이 노캐디제를 시행하고 있다. 일본은 캐디 동반 시에도 캐디피는 1인당 3000엔(2만9000원) 수준이다. 캐디피를 제외한 한국의 골프장 시장 규모는 2021년 6조9599억원으로 일본보다 19.9% 적었다. 지난해 5월 기준 대중제 골프장 주중 이용료(캐디피 포함)를 비교하면 한국은 23만원으로 일본의 5만8800원보다 3.9배나 비싼 셈이다. 일본은 한국보다 인구는 2배 많은데 골프장은 4배 규모다. 도쿄나 오사카 인근 골프장에는 젊은 세대 골퍼가 많이 찾지만, 저출산·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일본은 과잉공급이 현상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는 사회적 구조다. 초과수요인 한국의 골프장 이용료가 비싼 것은 당연한 시장 논리이기도 하다.    

일시적인 ‘코로나 특수’가 아닌 골프 산업의 호황기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골프장 공급이 최우선 과제이지만, 현실적인 골프장 이용료 하락을 통한 골프 대중화가 하나의 해답일 수 있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소장은 “한국의 골프 인구가 일본을 추월했지만 한국의 골프장 그린피는 일본보다 3배 이상 비싸다”며 “한국에서 골프가 진정한 대중 스포츠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그린피 인하는 물론이고 노캐디제나 캐디 선택제가 확산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서 소장은 “골프장 이용료가 줄지 않으면 골프 인구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 골프장 규제 완화로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골프장 산업의 호황기를 누리기 위해서는 대중제 골프장과 주말 골퍼의 인식 개선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골프장은 단순히 돈벌이에 눈이 멀지 않은 질적 향상과 합리적인 이용료 책정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골퍼는 성숙한 골프 문화를 통해 캐디 동반 없이도 진행 속도와 사고의 위험 문제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누린 만큼 베풀어야 할 때, 이제는 역행자가 아닌 순리자가 되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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