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번 승리의 기쁨 맛본 박상현 “갤러리는 나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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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번 승리의 기쁨 맛본 박상현 “갤러리는 나의 힘”
  • 전민선 기자
  • 승인 2022.02.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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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죽여 지켜보거나 환호성을 지르는 갤러리 사이, 마침내 이룬 쾌거. 박상현은 그 승리의 기쁨을 열두 번 맛봤다. 그의 절친(송영한, 최진호, 문경준)이 말하는 그의 이미지에 대한 진실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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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 위의 광대 
2019년에 디오픈에 출전했다. 갤러리가 엄청 많고 축제 분위기였다. 프로라면 그런 분위기를 즐기고, 그런 상황에도 자신만의 플레이를 펼쳐야 한다. 프로의 몫이다. 나는 갤러리와 소통하는 게 좋다. 아는 갤러리가 있으면 인사하고, 하이파이브도 하고. 나 몰래 사진 촬영을 하려고 하면 포즈를 취해주고. 대회 중에 내 스윙 영상을 촬영하려는 갤러리가 있으면 대개 캐디가 나서서 촬영하지 말아달라고 정중하게 얘기한다. 나는 그러면 이렇게 얘기한다. “촬영하셔도 돼요! 대신 어드레스 들어가기 전에 촬영 시작해주세요.” 이제는 갤러리가 뭘 해도 좋으니 갤러리 앞에서 경기하고 싶다.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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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는 박상현의 힘 
개인적으로 나는 갤러리가 많은 대회에서 더 좋은 플레이가 나온다. 갤러리와의 소통과 팬 서비스를 좋아한다. 이런 생각을 해봤다. 루키로 우승한 친구들이 과연 갤러리가 많이 있을 때도 그 압박감을 이겨내고 우승할 수 있을까? 그린 주변에서 몇천 명이 날 지켜보는 상황에서 그 긴장감을 이겨내고 우승 퍼트를 성공시킬 수 있을까? 나는 언제나 자신 있다. 경험자로서 나 역시 긴장되지만 실수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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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 게임의 신 
내 장기는 어떤 상황에도 파세이브를 할 수 있는 쇼트 게임 능력이다. 골프를 시작할 때부터 평범하게 치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어프로치 연습을 하면 애들은 항상 좋은 데 공을 놓고 치더라. 좋은 데 공이 떨어지면 누구나 다 칠 수 있지 않나. 나는 일부러 파세이브 하기 힘든 곳을 찾아가서 연습했다. 러프와 디봇을 찾아가서 연습했다. ‘저 돌에 맞으면 공이 어디로 튀어 갈까’라는 궁금증에서 비롯된 연습도 해봤다. 그래야 경기 중 공이 어떤 상황에 놓이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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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이 무기 

라운드 후 동료들과 늘 밥을 같이 먹는다. 그날 플레이가 뜻대로 되지 않아 실망스러워하는 친구들에게 맥주 한잔을 건네며 이렇게 말하는 스타일이다. “난 내일 예선 통과만 하면 다행이다. 괜찮아. 나한테는 다음 경기가 있으니까.” 지난해 아쉽게 KPGA 대상을 놓쳤다. 1타의 소중함을 느꼈다. 그때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 누그러진다. 난 지금 잘 살고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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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인 플레이어
 
확률 게임을 잘할 뿐이다. 여기서 내가 핀에 붙일 수 있는 확률, 여기서 오비를 내지 않을 확률, 이 클럽으로 잘 칠 수 있는 확률. 이 모든 걸 계산해서 결정을 내린다. 맨날 우승할 순 없다. 내 컨디션을 봐서 예선 통과를 목표로 하거나, 20위권에 드는 걸 목표로 둘 때도 있다. 물론 우승 욕심은 늘 있다. 우승에 가까워졌다는 느낌이 들면 나만의 세계에 빠져 미쳐서(?) 플레이한다. 긴장감을 즐기면서. 그럴 때면 캐디가 이렇게 말한다. “형, 눈빛 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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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는 골프 

대회장 가는 길이 소풍 가는 거 같다. 월요일, 짐을 꾸릴 때부터 설렌다. 대회장에 가서 직장 동료들(?)을 보는 게 아주 즐겁다. 우승해야만 즐거운 건 아니다. 20개 대회에 출전한다고 했을 때 우승 찬스가 두세 번은 온다고 생각한다. 그걸 어떻게 해내느냐, 그리고 그걸 해냈을 땐 굉장한 희열이 느껴지긴 한다. 하지만 매주 동료들을 만나 경기를 뛰면서 논다는 생각으로 대회장을 간다. 나와 같은 조에서 플레이한 동료들이라면 100% 공감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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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프 제로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자신이 슬럼프에 빠졌다고 하면 그냥 그게 슬럼프다. 나도 2018년에 3승을 했다. 2019년에 국내 투어에선 우승이 없었다. 일본 투어에선 1승을 거뒀다. 2020년에는 국내 투어에서 우승이 없었다. 그때를 내가 슬럼프라고 하면 슬럼프인 거다. 내가 슬럼프에 빠졌다고 얘기한다고 해서 다독거려주진 않는다. 내가 극복해야 할 문제다. 못 치면 못 친 대로 그를 통해 배운 게 하나는 있다. 그걸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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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판단력 

코리안투어를 비롯해 JGTO, 아시안투어, 유러피언투어 모두 경험해봤다. 내가 어느 정도 위치라는 것을 굉장히 객관적으로 본다. 한마디로 주제 파악을 잘한다. 다들 PGA투어 뛰어보라고 했는데, 나 자신을 잘 안다. 난 그곳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오랜 시간 미국 투어를 뛰다 보면 실력이 올라가겠지만 체격 조건이 다르고 차이가 크다. 만약 내가 20대이고 결혼도 하지 않았고, 지금의 골프 레벨을 갖고 있다면 한 번쯤 고민해봤을 것 같다. 이제는 내 상황도 달라졌다. 현재 일본 투어를 메인으로 뛰고 있고, 앞으로도 국내 투어와 병행할 계획이다. 일본은 무엇보다 다른 나라에 비해 환경이 연습하기에 굉장히 뛰어나고 좋다. 쇼트 게임 능력이 향상되기도 했다. 올해는 한국과 일본 투어를 어떻게 병행할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상반기에는 국내 투어에 집중하고 하반기엔 일본 투어에 집중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10월부터는 일본에서 큰 대회가 몰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투어 스케줄과 해외 입국자 대상 의무 자가 격리 방안에 따라 결정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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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빠, 훌륭한 아빠 

코로나19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원래 대회를 치르고 집에 가면 아이들이 “아빠 며칠 있다 가?”, “몇 밤 자고 가?”라고 했다. 겨울에 해외로 전지훈련을 나가면 몇 달 정도 집을 비우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런데 요즘엔 첫째가 이렇게 말한다. “골프 그만둔 거야?” 이제야 비로소 아빠 역할을 하고 있다. 둘째와는 숨바꼭질하고 의사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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