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1956년 마스터스의 중계 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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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1956년 마스터스의 중계 필름
  • 인혜정 기자
  • 승인 2020.04.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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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의 간판 스포츠 캐스터인 짐 낸츠가 마스터스의 첫 번째 중계 필름이 사라진 배경에 대해 이야기한다. 

1월 21일은 잭 니클라우스의 생일이었고 이제 그의 이름 뒤에는 80이라는 낯선 숫자가 붙게 되었다. 발투스롤과 오크힐에서 ‘잭의 귀환’을 알리며 영원한 젊음을 과시하던 그 여름이 반평생 전의 일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삶의 플레이 속도가 후반 나인에 접어들면 확실히 빨라진다는 사실은 누구보다 잭이 먼저 말해줄 것이다.

하지만 잭과 바버라에게 클럽하우스로 돌아가는 그 길은 얼마나 찬란했던가. 바버라도 2월 28일에 여든 살이 되었고 6월이면 두 사람이 행복한 동반자로 살아온 세월도 60주년을 맞는다. 

골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라는 타이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는지 그는 인생의 2막에서 니클라우스 어린이 병원 건립에 힘을 쏟았다. 현재 17개 병원이 세워졌으며 어쩌면 메이저 대회 18승 기록보다 더 위대한 성취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잭과 바버라에게 신의 축복이 함께하길 기원한다. 

니클라우스의 생일을 축하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면 1월 29일에 또 다른 잭도 생일을 맞았다. 잭 버크 2세는 아흔일곱 살이 되었다. 재키는 오래전부터 골프계에서 존경을 받아왔지만 그의 선수 인생은 더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는 메이저 대회 2승을 포함해서 PGA투어 16승을 거뒀고 라이더컵에 다섯 번 참가했으며 지미 데마렛과 함께 미국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챔피언스골프클럽을 설립했다. 그런데도 재키의 가장 압도적인 우승(1956년 마스터스)이 스포츠 중계 역사상 가장 안타까운 실수의 직격탄을 맞았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이 모른다는 건 이상한 노릇이다. 

1956년 마스터스는 TV로 처음 중계한 대회였다. 당시에 CBS는 첨단 장비를 자랑했지만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 그야말로 원시적이었다. 금요일과 토요일 그리고 일요일까지 방영했지만 총 중계 시간은 사흘 동안 2시간 30분이었다. 15번홀부터 18번홀까지만 보여줬고 카메라도 일곱 대에 불과했다. 케이블과 전선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선을 지하에 매립한 건 이후의 일이었다. 방송팀은 전설적인 크리스 셴켈과 베테랑 버드 파머, 두 명이 맡았다.

그해 약 1000만 명이 중계를 시청했고 마스터스는 고정으로 편성됐다. 그렇다면 당연히 모든 장면이 기록으로 남았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부터 진짜 흥미로운 얘기가 시작된다. 

초창기에는 생중계를 영구 기록으로 남기려면 방송이 나오는 모니터를 따로 촬영해야 했다. 이렇게 ‘화면을 찍은 화면’을 키네스코프라고 부르고 키네스코프를 만드는 데 사용한 필름을 나중에 비디오테이프로 만드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친 덕분에 우리가 옛날 TV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 1956년 마스터스의 불행이 담겨 있다. CBS 스포츠는 역사적인 순간을 담은 기록을 뉴저지주 포트리의 창고에 보관해왔다. 1987년에 크리스 스벤슨이라는 진취적인 젊은 남자(지금은 CBS의 간판 감독으로 활약 중인)가 기록물 보관팀장을 맡았다. 

그는 엄청난 시간을 할애해서 미국 스포츠의 가장 위대한 순간을 담은 오래된 필름 통을 뒤지며 모든 영상의 목록을 작성했다. 크리스는 예전의 마스터스 중계 필름이 모두 남아 있다는 걸 확인했지만 첫 번째 중계 필름은 보이지 않았다. 

키네스코프 원본은 사라졌고 그걸 비디오테이프에 옮겨 담지 않은 모양이었다. 몇 년에 걸쳐 찾아봤지만 소용이 없었고 끝내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결론을 내려야 했다. 골프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비극이지만 스포츠 중계의 중요한 순간을 삭제해버린 책임에서는 어떤 방송국도 자유롭지 못하다. 

일례로 1967년 1월 15일 슈퍼볼을 CBS와 NBC가 모두 중계했다. 그리고 두 방송국 모두 중계한 사본을 지워버렸고 그건 영원히 사라진 것으로 간주됐다. 그러다가 4년 뒤 노스캐롤라이나에 사는 트로이 하우프트라는 사람이 그 경기의 테이프를 가지고 나타났다. 

하우프트의 선친이 그린베이 패커스와 캔자스시티 치프스의 경기를 녹화한 것이다. 당시 쿼드러플렉스라고 알려졌던 장치에서 테이프를 갈아야 했던 3쿼터의 몇 분을 제외하면 전체 경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는 다락방에 테이프를 보관해두었고 현재 그게 해당 경기의 유일한 녹화 테이프이다. 재키 버크가 그린 재킷을 획득했던 마스터스의 경우에도 이런 행운이 따라줄까?

골프에서도 트로이 하우프트 같은 누군가가 방치되었던 다락방에서 찾아냈다며 1956년의 마스터스 테이프를 들고 나타나는 날이 올까? 어느 창고의 깊숙한 곳에서 따로 표시도 되지 않은 채 호기심 많은 누군가가 호환 가능한 장치에 그걸 넣고 ‘플레이’ 버튼을 눌러서 매끄럽지는 않지만 오거스타내셔널이라는 걸 분명히 알 수 있는 화면이 나타나길 기다리는 사본이 있지는 않을까? 

그런 테이프가 존재한다면 재키가 71번째 홀에서 4.5m 퍼트를 성공하고 마지막 홀에서는 그린 오른쪽 벙커에서 환상적인 플레이로 파세이브를 하며 우승을 확정 짓는 장면을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환호하는 재키 버크뿐만 아니라 어깨를 축 늘어뜨린 또 다른 남자도 등장할 텐데 그는 바로 CBS에서 나의 파트너로 활약했던 켄 벤투리다. 그때 아마추어였던 그는 54홀까지 선두를 달리다가 마지막 라운드에서 80타를 기록하며 토너먼트를 재키에게 헌납했다. 흑백 화면 속에 담긴 환호와 좌절을 모든 골프 팬이 공유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글_짐 낸츠(Jim Nantz) / 정리_인혜정 골프다이제스트 기자(ihj@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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