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인터뷰] 박결, 당신은 어떤 골퍼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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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인터뷰] 박결, 당신은 어떤 골퍼입니까?
  • 고형승 기자
  • 승인 2019.03.1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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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5년 차에 접어든 박결이 골프다이제스트 3월호 표지 모델로 나섰다. 박결만이 가진 매력을 인터뷰를 통해 알아봤다. 

뉴질랜드에서 훈련하며 2019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박결이 잠깐 시간을 내 골프다이제스트 표지 촬영에 임했다. 그는 지난해 프로 데뷔 이후 첫 승을 신고했다. 단 한 번의 우승 때문에 그를 표지 모델로 선정한 건 아니다. 우리는 올해 박결을 국내 여자 프로 골퍼 중 주목해야 할 한 명으로 지목했다. 그것이 선정 이유다.

박결에게는 독특하고 묘한 오라가 있다. 도시적인 외모와 스타일리시한 패션은 시선을 끌고 호쾌하고 밝은 웃음은 귀를 사로잡는다. 또 페어웨이 한가운데를 가르는 안정적인 드라이브 샷은 그 실력을 가늠케 한다. 시크한 표정으로 코스를 노려볼 때는 제법 날카로운 모습도 엿볼 수 있어 매력적이다. 다양한 매력과 탄탄한 실력을 지닌 선수라면 우리가 주목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날카로운 매력의 골퍼

프로 골퍼 박결을 한마디로 ‘어떤 골퍼’냐고 물어본다면 아마 ‘미녀 골퍼’라는 답변이 가장 많을 것이다. 사실이다. 바로 전날까지 마음에 드는 사진을 하나도 찍을 수 없었다면서 낙담하던 사진기자는 박결을 촬영하는 내내 “예쁘다”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리고 촬영을 마친 그는 “이제 슬럼프에서 벗어난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박결은 컨디션 난조에 허덕이던 전문가의 미소를 되찾아줄 정도로 외모가 아주 매력적이다. 

장난스럽게 자신이 생각해도 예쁜 것 같으냐고 물었더니 아주 솔직한 답변이 돌아왔다. 박결의 말이다. “하나씩 뜯어보면 괜찮은 것 같은데 어느 순간 보면 영 아닌 것 같기도 하고요.(웃음)” 

그러더니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외모 때문에 좋아해주는 팬도 있지만 외모로만 어필하려고 한다며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분도 있어요. 그런데 그건 저를 아직 모르시는 거예요.” 

정말 맞는 말이다. 그건 그를 1도 모르는 사람이 만들어낸 곡해에서 비롯된 이미지다.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만으로 한없이 여성스러울 것 같다고 생각한다면 오해다. 여자 프로 골퍼 중 박결만큼 털털한 성격의 소유자도 드물다. 아버지 박형준 씨가 ‘결이 고운 아이’로 자라라고 붙여준 이름이 무색(?)할 만큼 ‘걸걸하게 행동하는 성인’으로 자랐다. 박결이 아닌 박걸이라는 남자 캐릭터가 가끔 튀어나올 때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결코 그의 단점은 아니다. 항상 솔직하고 거침이 없다. 결코 돌려서 말하는 법이 없다.  

프로 데뷔 이후 ‘우승이나 하고 나와라’라는 댓글을 보며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그때는 인터뷰도 자제했다. 우승한 이후 인터뷰에 응하겠다고 소속사를 통해 정중히 고사하기 일쑤였다.  

“그런 댓글을 보면 화가 나죠. 우승이 중요하지만 제 인생에서 우승이 전부는 아니니까요. 솔직히 저는 1부투어에서 60위권에 계속 들어 투어 생활을 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고맙게 생각해요. 우승했다고 달라지는 건 없을 거예요. 그들은 ‘우승하더니 또 시작이네’라고 댓글을 달기 시작할 테니까요. 저는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어요.” 

시원시원하게 답변을 이어가던 박결에게 프로 데뷔 이후 우승이 없을 때 많이 힘들었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웃으며 “그렇지 않아요”라고 짧게 말했다. 

“프로 데뷔 이후 겪은 일은 아마추어 때 겪은 일에 비하면 전혀 힘들지 않았어요. 국가 대표나 상비군 제도하에서는 스트레스가 정말 심해요. 특히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게 됐을 때 금메달 네 개(남녀 개인과 단체)는 무조건 골프에서 나온다는 분위기였으니 부담감이 얼마나 컸겠어요. 우리는 함께 앉아 밥을 먹으며 ‘너무 힘들다’는 말만 반복했어요.” 

그리고 중학교 2학년 때 1년간 아버지와 미국에서 단둘이 생활하며 자신을 극한의 순간까지 몰아붙여서 휘청거리다 못해 녹다운당한 순간까지 있었으니 그때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곳에서 동부와 서부를 오가며 미국골프협회(USGA)나 미국주니어골프협회(AJGA) 주관 대회에 출전한 건 제게 트라우마입니다. 정말 힘들었어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모두. 지금도 아버지와 대화하다 보면 가끔 그때 기억이 떠오르곤 해요. 앞으로 미국에서 투어 생활을 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행여 초청받은 대회에서 우승하더라도 미국은 절대 가지 않을 겁니다.” 

강한 어조로 말하는 그에게서 농담조차 쉽게 걸 수 없을 만큼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박결이 말한 것은 사실이다. 한창 사춘기에 미국에서 고생해서였을까. 그는 미국에서 활동할 계획이 전혀 없다. 국내에서 활동하다가 나이가 어느 정도 들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로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박결은 멘탈 트레이닝을 별도로 받아본 적이 없다. 자신의 멘탈 점수를 ‘70점’ 정도라고 했다. 기분에 따라 그날 컨디션이 좌우되는 편이라 그것이 100점에서 30점을 깎은 이유라고 했다.  

“아침에 기분이 좋지 않으면 그날 플레이를 완전히 망치는 스타일입니다. 뭔가 속에서 욱하고 올라오면 쉽게 가라앉질 않아요. 너무 화가 날 때는 억지로라도 웃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옆에서 웃겨주는 사람이 필요해요. 코치 선생님이 오죽하면 저에게 ‘너는 그냥 개그맨을 캐디로 고용해야 할 것 같아’라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욱하는 성격이라니. 예쁘장한 얼굴과 매치가 잘은 안 되지만 그것도 사실이다. 그의 또 다른 매력이기도 하다. 부드러움 뒤에 숨겨진 날카로움. 그건 은근히 치명적이다.   

부드러운 매력의 골퍼 

아무리 박결이 평소 소탈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가끔 ‘결이 고운 여성’의 모습을 드러낼 때가 있다. 그건 바로 프로 골퍼로서 필드에 나설 때와 대회 프로암이나 대상 시상식과 같은 공식 석상에서다. 그의 말이다.  

“워낙 예쁜 옷이나 신발을 보는 걸 좋아해요. 보고만 있어도 흐뭇해요. 필드에서는 짧은 치마가 스윙하기에도 편하고 좋지만 평상시에는 무릎 밑으로 살짝 내려오는 걸 즐겨 입어요. 단정하게 입는 걸 좋아합니다.” 

모자를 벗고 사복을 차려입은 채 백화점을 돌아다니면 사람들이 알아보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손사래부터 치며 아니라고 했다.  

“거의 알아보는 사람이 없어요. 당연하죠. 저는 세계적인 선수가 아니고 연예인도 아니니까요. 실력에 따라 인지도도 같이 올라가는 거잖아요. 가끔 골프웨어 매장에 가면 후원사 의류 직원들은 사인을 요청하기도 합니다. 아마 어디선가 본 얼굴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거겠죠?(웃음)” 

최근 박결은 FJ와 의류 후원 계약을 맺었다. 처음엔 FJ에서 여자 골프웨어가 나오는지도 몰랐을 정도로 정보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소속사를 통해 FJ에 샘플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FJ라고 하면 비옷이나 바람막이를 먼저 떠올리게 되잖아요. 여자 선수에게 어울리는 옷이 있을까 걱정했는데 색상이나 디자인이 다양해서 놀랐어요. 무엇보다 제가 파스텔 색상을 좋아하는데 대부분 그런 톤이고 기능성 소재로 제작된 옷이라 움직이기도 정말 편했어요.” 

여자 골퍼는 의상에 따라 기분이 좌우되고 그것이 그대로 경기력으로도 이어지기 때문에 골프웨어 선택을 신중히 한다. 박결도 마찬가지다. 특히 그는 의류 선택에 신중한 편이다.  

“여름에 땀이 많이 나더라도 옷이 말려 올라가지 않는 기능성 소재의 옷이 좋아요. 또 칼라가 있는 티셔츠보다는 라운드 티셔츠를 선호합니다. 치마는 짧게 입고 니삭스를 매치하는 스타일을 즐겨 해요. 니삭스는 키가 커 보이는 효과도 있습니다.” 

시간이 날 때면 박결은 김지현(한화 후원 선수), 인주연(지난해 NH투자증권레이디스챔피언십 우승자)과 자주 어울린다. 김지현은 쇼핑 메이트고 인주연은 푸드 메이트다. 모두 자신에게 잘 맞춰주는 메이트들이다. 특히 함께 국가 대표로 활동한 인주연은 먹는 걸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도 자신이 함께 가자고 하면 빼는 법이 없다며 고마워했다. 

박결은 평소 폭식하는 스타일이다. 살찌는 것만 좋아한다. 군것질도 자주 하고 육류를 즐겨 먹는다. 그는 해산물을 먹지 못한다. 회(생선)나 조개를 먹지 않기 때문에 일본에 가더라도 고기만 먹는다. 살이 찌면 걸을 때 숨이 쉽게 차오르고 특히 옷을 피트하게 입지 못하기 때문에 체중 관리에 신경을 쓴다. 달리기나 줄넘기는 필수다.  

2019년 시즌을 앞두고 박결은 뉴질랜드에서 훈련 중이다. 현재 코치(김성윤)와 함께 스윙을 한창 고치는 중이다. 비거리를 늘이기 위한 스윙으로 바꾸고 있다.  

“스윙을 고치는 게 너무 어려워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지만 한국에 다시 돌아올 때쯤이면 좋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뉴질랜드는 해가 워낙 길어서 연습량은 충분할 겁니다. 올해는 꾸준한 성적으로 상금 랭킹 10위권에 드는 게 목표입니다. 팬 여러분의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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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빨간 장미의 아름다움에 끌려 무심코 손을 내밀었다가 가시에 찔려 깜짝 놀란 경험이 한 번씩은 있을 것이다. 손가락도 새빨간 피로 물들여버린 장미의 아픈 기억은 쉽사리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는다. 꺾어서 소유하고 싶다는 유혹에 빠질 만큼 장미는 아름다워서 자신을 보호하는 날카로운 가시를 지니고 있다. 함부로 덤비지 못하게 일종의 보호막을 두르고 있다. 가시에 찔린 아픈 경험을 한 사람은 이후에는 그 강렬한 아름다움을 멀리서 지켜볼 뿐이다. 

박결  
나이 23세 
신장 167cm  
소속 리한스포츠  
후원 삼일제약 
성적 SK네트웍스•서울경제레이디스클래식 우승(2018년)

[고형승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tom@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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