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그린 대표 “3년 만에 우승한 리디아 고, 자존감 높이기가 급선무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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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그린 대표 “3년 만에 우승한 리디아 고, 자존감 높이기가 급선무였죠”
  • 주미희 기자
  • 승인 2021.04.29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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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 고
리디아 고

"제가 뭘 해야 할지 중심을 잡고 정확히 알았어요", "시야를 넓히고 여유가 생겨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생각을 유연하게 할 수 있는 힘을 길렀어요"

골프 선수들이 정그린 대표에게 하는 말이다. 여자 골프 세계 랭킹 1위 고진영(26)을 비롯해 신지애(33), 이정은(25), 최혜진(22), 김지영(25), 이다연(24), 유해란(20) 등. 현재 골프 선수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멘탈 선생님은 정그린 대표가 아닐까 싶다. 이미 '함께 하는 선수는 모두 터진다'고 정평 난 정그린 대표는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3년 만에 우승하는 모습까지 지켜봤다.

정그린 대표가 리디아 고와 함께 작업한 건 2019년 12월. 2012년과 2013년 캐네디언 여자오픈에서 아마추어 신분으로 2년 연속 우승하며 '천재 소녀'로 주목받았고,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 동안 12승을 몰아치며 최정점을 찍었다.

이후 주춤한 리디아 고는 2018년 메디힐 챔피언십에서 LPGA 투어 통산 15승째를 따낸 뒤 내리막길을 걸었다.

정그린 대표가 리디아 고와 함께 작업한 건 2019년 12월. 2019년은 리디아 고가 LPGA 투어에 데뷔한 이래 가장 부진했던 시즌이다. 매니저인 친언니의 소개로 정그린 대표를 만난 리디아 고는 당시 새롭게 마음을 먹고 새롭게 시작해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던 시점이었다.

물론 과거 이야기도 나눴다. 실망스러웠고 힘들었고 상실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어떤 경우엔 과거를 다 꺼내지 않아도 된다. 정그린 대표는 과거 얘기는 참고만 하고 이 시점부터 뭘 해야 할지에 중점을 뒀다.

정그린 대표는 리디아 고에게 '코칭 심리'로 다가갔다. 코칭 심리란 단순 멘탈 트레이닝과는 다르다. 몰랐던 나의 잠재력, 알고 있었지만 활용하지 않았던 잠재력을 끌어올려서 나를 발전, 변화시키는 작업을 뜻한다.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건 '행동'이다.

정그린 대표는 "계획을 세울 순 있고 시야를 넓힐 순 있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게 함정이다. 또 이걸 습관화시켜서 익숙한 도구로 만들지 못한다. 이 단계가 가장 힘겨운데, 이걸 마스터하고 유지하는 단계가 '코칭 심리'"라고 설명한다.

리디아 고를 처음 만난 정그린 대표가 여러 가지를 탐색하다가 발견한 가장 큰 문제는 '자존감'이었다. 최정점을 찍었던 선수가 슬럼프를 겪으면서 오는 아픔, 슬픔, 부정적인 감정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습관화됐다.

정그린 대표는 "지금부터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자존감 찾아 나가기를 가장 많이 시도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감정이입 등 이미 습관화된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감정적인 훈련이 필요했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리디아는 샷을 수정하던 중이었는데, 당시의 감정을 깊이 쪼개다 보니 그 과정에서 자신감이 없다는 문제점을 발견했다. 단순히 자신감뿐만이 아닌 자존감을 끌어올리는 작업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정그린 대표는 "자존감도 훈련하고 습관화시켜야 한다. 현대인의 가장 큰 이슈는 자존감이다. 부정, 우울도 습관이 반복되니까 호르몬이 분비되는 것이다. 긍정의 훈련, 좋은 호르몬이 흐르게 하는 것도 습관"이라며 "리디아는 이게 가장 중점적이었고 지금은 90% 이상 올라와 정말 뿌듯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리디아 고는 어떻게 90% 이상이 가능했을까.

정그린 대표는 "리디아는 절대 환경이나 다른 사람 탓을 하지 않는 점이 훌륭하다"며 "감정적으로 힘들어서 포기해버리는 선수들도 있다. 하지만 리디아는 '다시 해볼게요', '다시 상기 시켜 볼게요'라고 하는 마인드가 굉장히 좋았다. 리디아도 물론 힘들어했지만 도전하려는 의식이 훨씬 컸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마라톤 클래식에서 리디아 고는 오랜만에 우승 기회를 잡았다. 1~3라운드 내내 선두를 달렸고 최종 4라운드를 4타 앞선 채로 출발했다. 그러나 우승은 대니엘 강(미국)에게 돌아갔다. 리디아 고는 막판 6홀을 남겨놓고 승부를 뒤집혔다.

리디아 고는 다행히 실수에 연연하지 않았다. 정그린 대표가 리디아 고에게 가장 먼저 건넨 말도 "잘했다"였다. "결과보다 과정에 치중하자. 결과에 치중하면 한두 번에 끝나지만 과정이 탄탄하면 언제든지 자신감이 있고, 자신감이 있으면 훨씬 많은 결과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이다.

골프의 최정상에 있었다가 내리막길을 걸은 리디아 고는 오래 돌아간 끝에 지난 18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에서 3년 만에 통산 16승째를 올렸다.

"이번 우승은 그냥 지켜봤다"는 게 정그린 대표의 말이다. 그는 "리디아는 지난해 가을쯤부터 단단해지고 있었다. 상담사에게 어느 정도 의지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 후에는 독립심을 갖고 스스로 할 줄 아는 단계까지도 필요하다. 자식 하나 키우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이번에 리디아는 스스로 할 수 있는 단계가 됐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나도 만족감이 정말 컸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정그린 대표는 리디아 고가 3년의 공백을 깰 수 있었던 요인에 대해 "첫 번째는 과거의 상처를 떨쳐내고 도전하려 했던 의식, 두 번째는 나의 팀에 대한 소중함, 배려 등 관계 속에서의 마인드"를 꼽았다.

정그린 대표는 "리디아는 충분히 앞으로 우승을 더 많이 할 수 있는 선수"라면서 "현재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단계를 길게 유지하는 게 관건이라고 본다. 심지어 좌절이 와도 괜찮다. 대부분은 좌절을 극도로 혐오하고 무서워하는데 리디아는 알고 있어서 조금 더 빨리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또한 좋은 것들이 온다 해도 그것에 취하지 않고 다시 다잡을 수 있는 능력을 앞으로도 잘 유지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 정그린
광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일반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주)그린코칭솔루션 대표이사, (사)한국심리학회 회원, 한국코칭심리학회 회원, (사)한국코치협회 인증 코치 KAC

[주미희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chuchu@golfdigest.co.kr]

정그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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