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인터뷰] Hello, World? 최고를 꿈꾸는 송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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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인터뷰] Hello, World? 최고를 꿈꾸는 송민혁
  • 한이정 기자
  • 승인 2024.04.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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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았던, 당돌한 골프 천재가 나타났다. 골프 얘기만 하면 기분 좋게 웃는 천진난만한 송민혁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 

 

“멋진 아저씨?” 본격적으로 프로 무대에 뛰어드는 20세 송민혁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예상치 못한 대답이 나왔다. 롤 모델 혹은 신인다운 원대한 포부를 기대했는데. 

“가끔 SNS에 뜨는 중년 신사를 보면 너무 멋있더라. 돈을 많이 벌어서 사람들과 다 같이 밥을 먹을 때 내가 쿨하게 사보고 싶다.” 생각만 해도 재밌는지 깔깔 웃는 게 영락없는 20대지만, 아마추어 무대에서만 무려 15승을 기록한 매서운 ‘우승 사냥꾼’이다.

송민혁은 2020년에 국가대표 상비군, 2021~2023년에는 국가대표로 활동했다. 아마추어 대회뿐 아니라 프로 무대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2023년 GS칼텍스매경오픈에서 공동 준우승, SK텔레콤오픈에서 공동 3위를 차지했다. 이후 2024년 KPGA투어 퀄리파잉토너먼트를 수석으로 통과하더니 지난 3월 열린 OK금융그룹 한국대학골프대회에서 남자 프로부 우승을 차지했다. 

2년 이상 국가대표로 활동해 KPGA 투어 프로 특전 자격을 얻어 지난해 7월 프로 턴을 했다. 그리고 4개 대회에 출전했으니 사실상 데뷔를 앞두고 모의고사를 치른 셈이다. 탄탄한 실력에 경험까지 쌓은 송민혁은 올해 강력한 KPGA투어 신인왕 후보로 거론된다. 부담스럽거나 걱정되지 않느냐고 물으니 “내가 ‘관종(관심 종자)’이라 오히려 갤러리가 많은 프로 대회에서 뛰는 게 더 재밌다”고 귀띔했다.


■ 진정한 프로 데뷔 시즌이 다가왔다. 기분이 어떤가? 차이가 정말 큰 것 같다. 이제 골프가 진짜 직업이 됐구나 생각하면 싱숭생숭하기도 하다. 대표팀일 때는 잃을 게 없으니까 하고 싶은 대로 도전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상금이 걸려 있으니 마냥 그러긴 쉽지 않을 것 같다. 국가대표 때부터 친했던 형들은 프로 무대에서 더 영리한 플레이를 하는 게 맞다고 하더라.

■ 겨우내 새 시즌 준비는 어떻게 했나? 태국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매주 대회를 치르며 걷다 보면 후반기쯤 체력이 많이 떨어진다고 하더라. 그래서 웨이트트레이닝이나 필라테스, 유연성 운동 등 체력 향상 위주로 많이 운동했다. 코스 매니지먼트도 배웠다.

■ 시즌 전 국내에서 홀인원을 했다고 들었다. KPGA투어 개막전 코스인 라비에벨 올드 코스를 연습하려고 라운드를 갔는데, 12번홀에서 했다. 핀 방향으로 곧장 날아가 “오~” 했는데 그린에 가니 공이 없더라. 같이 갔던 (김)민규 형이 그린에 뛰어가보더니 홀에 공이 있다고 해서 그때 알았다. 티잉 구역에서 그린이 안 보이는 코스였다. 전지훈련에서도 감이 좋았는데, 시즌 개막 전 홀인원을 하다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 우승도 많이 해봤으면 홀인원도 꽤 했겠다. 올해 한 게 두 번째다. 지난해에 처음 해봤다. 지난해 시즌 처음으로 출전한 대회가 고성컨트리클럽에서 열렸는데, 그때 연습 라운드에서 홀인원을 했다. 그 덕분에 작년에 꽤 좋은 한 해를 보냈다. 올해도 홀인원으로 시작하니 좋은 일이 펼쳐지지 않을까?

■ 지금까지 프로 대회 경험을 많이 쌓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가 있다면? 지난해 열린 GS칼텍스매경오픈! 그 전주에 열린 골프존오픈에서 내가 정말 못했다. 순위권에도 못 들었다(공동 96위). 불안한 마음이 생겨 레슨도 받고, 감을 끌어올리려고 연습을 정말 많이 했다. 그렇게 자신감을 회복하고 대회에 나갔는데 프로 대회 최고 성적(준우승)을 냈다! 2022년 GS칼텍스매경오픈도 기억에 남는다. 3라운드 때 마지막 조에서 뛰었는데, 그날 갤러리가 정말 많이 왔다. 심장이 벌렁벌렁 뛰어서 1번홀에서 시원하게 훅이 났다. 그래도 갤러리가 많이 호응해주시니 3번홀부터 아드레날린이 솟구쳤다.

■ 성격이 참 긍정적이고 밝아 보인다. 평소 어떤 마음으로 골프를 하나? 어릴 때도 교실에 가만히 앉아 있지 않고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지금도 내가 워낙 밝아서 그런지 감사하게도 프로 선배들이 ‘우쭈쭈’ 하며 귀여워해주신다. 나도 그런 게 좋다. 골프가 안 되는 날도 물론 있다. 그럴 땐 ‘더 열심히 하면 다음 대회 때는 잘되겠지’ 하고 최대한 웃으려고 한다. 골프를 잘해도 매일이 행복할 수는 없더라. 그래서 친한 프로 형들과 자주 만나서 논다.

■ 지금까지 골프를 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때는 언제인가? 초등학교 3~4학년 때? 오히려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가 제일 어려웠다. 2학년 때 골프를 좋아하는 아버지를 따라 연습장에 갔다가 홀 안에 공이 들어갈 때 나는 땡그랑 소리가 좋아 골프를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나는 체격이 왜소했다. 다른 친구들 어깨에 내 정수리가 있었다. 당연히 비거리도 잘 나오지 않았다. ‘골프를 안 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말을 하루에 서른 번은 들었다. 그래서 실제로 골프를 그만하려고 하기도 했다.

■ 그런데 다시 시작한 이유는 뭘까? 모르겠다. 이거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괜히 들었다. 그만두기 아까웠다! 또 당시 나를 가르치셨던 하상기 프로님이 부모님께 나를 ‘무조건 골프 선수로 키우라’며 자신이 데리고 가르치겠다고 밀고 나가주셨다. 부모님께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잘 먹을 테니까 다시 골프를 하게 해달라고 졸라서 하게 됐다.

■ 그 이후로 골프를 한 걸 후회한 적이 없나? 한 번도 후회한 적 없다. 골프로 스트레스를 잘 안 받아서 그런가? 지금도 잘해서 우승하거나 좋은 성적이 나오면 마냥 기쁘다. 어릴 때 다시 골프를 시작하면서 운동도 열심히 했고, 특히 쇼트 게임장에서 거의 살았다. 연습 시간 대부분을 어프로치와 퍼팅 훈련하는 데 썼다. 그래서 지금도 쇼트 게임에 자신 있다. 그 후 중학생 때부터 실력이 조금씩 오르다가 고등학생 때 만개했다. 

■ 아마추어 15승,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가장 인상적인 우승을 하나 꼽아보자. 중학교 3학년 때 전학을 갔다. 대회에 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전학을 가니 일정 기간 대회에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생겼다. 나갈 수 있는 대회가 2개 뿐이었다. 그때 국가대표 상비군을 준비하려던 터라 대회 성적이 중요해서 어떻게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전학을 미루고 대회에 나갈까? 고심 끝에 상비군을 배제하고 올해는 편안하게 뛰자는 마음으로 전학 갔는데, 내가 나간 2개 대회에서 다 우승(소년체전, 박카스배)해 바라던 국가대표 상비군이 됐다. 

■ 국가대표 상비군이 된 후에도 승승장구한 걸로 알고 있다. 언제부터 골프가 잘되기 시작했나?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원하는 대로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정확하게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였다. 그러자 자신감이 생겼고, 자신감이 붙어서 몰라보게 성장 속도가 빨랐다. 골프가 잘되는 것만큼 행복한 게 없다.

■ 그래도 이제 갓 스무 살인데 골프 외에 다른 취미가 있을까? 뭐 하면서 쉬나? 게임도 하고, 유튜브를 보며 쉬기도 하고, 사람도 만난다. 특히 프로 선배들인 김민규, 배용준 등 친한 형들과 노는 게 재밌다. 노래방도 가고, 같이 얘기하기도 하고. 요즘은 형들과 아무것도 안 하고 같이 있기만 해도 좋다. 아, 이번 주(3월 3째주)는 좀 우울하겠다. 아시안투어 때문에 나만 한국에 있다.

■ 골프 말고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다른 운동을 배워보고 싶다. 나는 어릴 적부터 운동을 좋아했다. 어릴 때는 축구 선수가 되고 싶기도 했다. 그때 못한 축구를 배워보고 싶기도 하다.

■ 최근에 하는 고민은? 음, 나중에 우승 세리머니를 어떻게 할까? 그 생각은 해봤다. 그걸 아직 못 정했다. 열심히 고민 중이다. 

■ 그렇다면 올해 우승하고 싶은 대회는? 한 3개 정도 된다. 그중 한 군데서만 우승해도 정말 좋을 것 같다. GS칼텍스매경오픈과 SK텔레콤오픈 그리고 현대해상최경주인비테이셔널!

■ 현대해상최경주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하고 싶은 것은 아무래도 롤 모델 때문인가 보다. 맞다. 최경주 프로님과 우승 트로피를 들고 사진을 찍고 싶다. 또 최경주 프로님 이름이 걸린 대회 아닌가. 예전에 최 프로님과 전지훈련도 간 적이 있다. 쑥스러워서 롤 모델이라고 표현하지는 못했고, 이것저것 궁금한 걸 여쭤보긴 했다. 지난해 SK텔레콤오픈 때는 동반 라운드를 했는데, 선수 생활부터 플레이 방식까지 정말 많은 팁을 주셨다. 

■ 롤 모델이 얘기해준 가장 인상적인 말은? 체력 훈련을 정말 많이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PGA투어에 꼭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국내도 좋지만 한 군데에만 머물지 말고 최대한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도전하라고 말이다.

■ 그렇다면 PGA투어 진출 계획도 세우고 있나? 올해부터 준비할 생각이다. 아시안투어 퀄리파잉토너먼트가 먼저 열리는 걸로 알고 있다. 아시안투어와 PGA투어 모두 도전해보려고 한다. 

■ 국가대표로서 해외 대회도 많이 뛰어봤을 텐데 해외 투어에 나선다고 생각하면 어떤가? 어릴 때는 ‘해외 투어’라고 하면 거대한 벽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2년 전 아시아퍼시픽아마추어챔피언십에 나가서 5위를 기록한 적이 있다. 비록 우승하지는 못했어도 다른 나라 선수와 경쟁했을 때 크게 밀리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릴 때 느낀 벽은 사라진 것 같다.

■ 그렇다면 앞으로 골프 선수 송민혁의 목표는? 우선 올해는 우승. 모든 대회를 일관성 있게 치르고 싶다. 그리고 신인왕! 장기적으로는 PGA투어에 진출해 아시아 선수 최초로 세계 랭킹 1위에 오르는 것. 이건 모든 선수의 꿈이기도 하니까. 최경주 프로님처럼 재단을 만들어 골프 선수로서 내 영향력을 키워나가는 일도 해보고 싶다.

 

사진_이종수(49비주얼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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