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간과했던 스코어링 클럽 '웨지'의 발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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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간과했던 스코어링 클럽 '웨지'의 발자취
  • 김성준 기자
  • 승인 2023.06.0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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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 사라젠의 샌드 웨지가 개발되기 전 쇼트 게임 클럽들. 맨 왼쪽에 지거와 오목한 웨지(왼쪽에서 세 번째)가 보인다.

스코어링 클럽이라 불리는 웨지는 퍼터와 함께 골프 게임에서 가장 자주 사용하는 클럽이다. 웨지에 적용되는 그루브 기술이나 무게중심 개선 같은 변화는 눈에 잘 보이지 않아 변화를 알아채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웨지는 100년에 걸쳐 느리지만 정교하게 진화하고 있다.

1900년대 골프 코스는 터프했다. 오늘날의 잘 정돈된 코스 관리상태를 상상하면 안 된다. 당시 골퍼들은 비포장길(수레가 지나다니던), 바큇자국, 말과 소의 발자국을 포함해 극악의 라이에서 플레이를 해야 했고 벙커를 수월하게 탈출시켜줄 도구가 없어서 벙커를 진정한 장해물로 여겼다.

1920년대까지 쇼트 게임에 가장 적합한 클럽은 ‘니블릭(Niblick)’이라 불리는 클럽이었다. 현재의 피칭 웨지나 9번 아이언 같은 클럽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당시 니블릭은 솔이 좁고 리딩 에지가 날카로워 모래를 파고드는 경향이 있었고, 결과적으로는 벙커에서 사용하기 힘든 클럽이었다. 또 다른 대안으로 ‘지거(Jigger)’라는 클럽이있었다. 이 클럽은 오늘날의 치퍼(chipper)처럼 생긴 클럽으로, 길이가 짧고 로프트가 너무 낮아 볼이 지나치게 많이 굴러갔다.

1928년 스코틀랜드 골퍼 에드윈 매클레인(Edwin McClain)은 클럽 페이스가 오목한 클럽을 개발했고 프로 골퍼 월터 헤이건(Walter Hagen)은 이 오목한 웨지를 벙커와 러프에서 사용하려 했지만, 미국골프협회(USGA)에서 룰 부적합 클럽으로 간주해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이후 1930년대 프로 골퍼 진 사라젠(Gene Sarazen)이 비행기가 이륙할 때 기체 앞부분이 위로 들리고 비행기 꼬리 부분이 아래로 처지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고, 이때 벙커 탈출을 쉽게 해주는 클럽 개발에 대한 영감을 받아 아이언 헤드 아래 솔 부분에 납을 용접해 10도 정도의 바운스를 갖춘 현대적인 샌드 웨지를 만들었다.

이후 진 사라젠의 아이디어를 차용한 윌슨 R90, R20 웨지가 출시되었으며 진정한 웨지의 역사가 시작됐다. 지금부터 웨지의 역사적인 발자취를 따라가보자.

▲ 진 사라젠이 니블릭에 납을 용접한 웨지(위)와 최초의 양산형 샌드 웨지인 윌슨 R-90.(아래)

▲1930's 진정한 웨지의 시작
진 사라젠은 현대적인 샌드 웨지의 창시자로 불린다. 사라젠은 피칭 웨지와 유사한 클럽인 니블릭의 플랜지에 납땜하는 실험을 했다. 솔에 납땜을 한 사라젠의 프로토타입 웨지는 벙커에서 효과가 있었고 처음에는 오목한 페이스의 웨지처럼 자기 아이디어가 부적합 클럽으로 간주될까 봐 두려워했다.

그는 1932년 디오픈에서 자신이 만든 프로토타입 웨지를 몰래 들고 나와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클럽을 윌슨에 보냈고 윌슨은 스틸 샤프트, 클럽 페이스의 도트 표시 및 솔 바운스가 있는 최초의 양산형 샌드 웨지를 내놓았다. 이 웨지의 이름은 R-90으로 매우 둥근 프로파일, 많은 양의 오프셋, 캠버가 거의 없는 솔 디자인을 하고 있었고 솔 중간 부분에 많은 바운스각을 가지고 있었다.

사라젠이 만든 프로토타입 웨지는 1940년 USGA에 보내졌는데 웨지의 스펙은 로프트 58.5도, 라이 63도, 길이 35인치, 바운스는 13.5도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현재의 샌드 웨지와 거의 비슷한 스펙이다.

또 1930년대 초반 스팔딩은 로프트마다 고유의 번호를 넣은 아이언 세트를 도입했고 각각 전통적인 이름이 있었던 아이언은 점차 번호가 매겨진 세트에 밀려났다. 이때 스팔딩은 니블릭을 9번 아이언으로 정했고 니블릭보다 로프트가 높은 최초의 어프로치 전용 클럽인 피칭 웨지가 등장했다.

이후 1940년대부터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웨지 디자인은 오랜 기간 제자리걸음을 하게 된다.1950년대 샘 스니드, 1960년대 아널드 파머, 1970년대 톰 왓슨까지 많은 프로 골퍼가 1930년대에 디자인되었던 윌슨의 샌드 웨지를 사용했고 1930년대 이후 골퍼들은 50년 동안 골퍼의 가방 속에 하나의 피칭 웨지와 하나의 샌드 웨지로 만족했다.

▲ 1986년 4월 오거스타내셔널에서 열린 마스터스토너먼트에서 로브 웨지를 사용하는 톰 카이트.

▲1980's 오랜 기다림과 변화
1930년대 이후 오랜 시간 큰 변화를 겪지 않았던 웨지는 1980년대에 이르러서야 다양한 변화가 시도된다. 쇼트 게임 코치 데이브 펠즈는 높은 경사와 장해물로 둘러싸인 보다 까다로운 현대 그린에 대응해 로브 웨지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펠즈의 로브 웨지는 샌드 웨지보다 로프트가 커서 더 높은 발사 각도로 어프로치 샷을 구사할 수 있었고 정확하게 핀 근처에 붙일 수 있었다. 이후 프로 골퍼 톰 카이트를 시작으로 많은 프로 골퍼가 로브 웨지를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1984년 핑의 창립자 카스텐 솔하임은 처음으로 웨지에 로브 웨지를 상징하는 알파벳 ‘L’을 새겨 넣었다.

당시 발매되던 핑 아이2 아이언 세트에 포함된 웨지들은 기존 세트 웨지들과 달리 힐 릴리프의 양을 늘려 다양한 라이에서 사용할 수 있었고 혁신적인 주조 공법과 하이토 디자인으로 골퍼들에게 많은 인기를 누렸다.

또 1988년 웨지 디자이너 로저 클리브랜드에 의해 클리브랜드 투어 액션 588 웨지가 발매되었는데 588은 88년도에 출시한 클리브랜드의 5번째 웨지라는 의미다. 투어 액션 588 웨지는 8620 탄소강으로 만들어졌으며 이전의 웨지들과 달리 더 높은 토와 둥근 리딩 에지를 가지고 있었다.

클리브랜드 588 투어 액션 웨지는 투어 선수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었는데 그 이유는 웨지의 다재다능함 때문이었다. 특히 페이스를 열고 샷을 할 때 리딩 에지를 낮추기 위해 더 많은 힐 릴리프를 제공한 것이 주요했다.

 

▲ 1990년대 골퍼들의 필수품이 되었던 클리브랜드 588 갭 웨지.

▲1990's 갭 웨지의 탄생
1980년대부터 일부 클럽 제조업체는 더 긴 비거리를 광고하기를 원했고 경쟁업체보다 비거리 성능을 늘리기 위해 아이언 로프트를 1~2도 낮추기 시작했다. 그 결과 7번 아이언은 40도에서 38도로, 피칭 웨지는 52도에서 50도로 바뀌었다. 하지만 샌드 웨지는 56도에 머물렀다.

골퍼들은 증가한 비거리가 아이언 로프트 감소로 인한 것임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에 많은 제조업체에서 로프트를 낮추기 시작했고 1990년대에 새로운 아이언이 출시되었을 때 로프트는 다시 한번 낮아진다.

1990년대 7번 아이언의 로프트는 36도, 길이는 36.5인치였고 피칭 웨지의 로프트는 48도가 되었지만, 벙커에서 원활한 탈출을 위해 샌드웨지 로프트는 56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아이언의 로프트가 점점 낮아지자 투어 선수들은 피칭 웨지와 샌드 웨지 사이에 비거리 공백이 생기는 것을 감지했고 50~52도의 로프트를 가진 오래된 피칭 웨지를 가방에 넣어 비거리 공백을 줄이기 시작했다.

클럽 제조사는 투어 선수들이 비거리 공백 때문에 오래된 피칭 웨지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갭 웨지를 출시했다. 골퍼들은 로프트가 낮아진 피칭 웨지를 10번 아이언처럼 사용하기 시작했고 전통적인 피칭 웨지의 역할은 갭 웨지가 물려받게 되었다.

테일러메이드 창업자 게리 애덤스와 함께 파운더스 클럽에서 메탈 우드 디자인을 하던 로버트 밥 보키(Robert Bob Vokey)가 1996년 타이틀리스트에 합류했지만, 밥 보키의 첫 임무는 웨지를 만드는 것이 아닌 975D 드라이버의 개발에 참여하는 것이었다.

▲타이틀리스트 Pro V1시리즈 골프볼과 엄청난 시너지를 냈던 보키 스핀밀드 웨지.

▲2000's 스핀을 높이는 기술들 
2000년 타이거 우즈가 타이틀리스트 보키 200시리즈인 258-08 및 260-06 프로토타입을 사용해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고, 2004년 보키 스핀밀드 웨지가 발매되면서 보키 웨지는 일약 스타 반열에 올랐으며 투어 선수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보키 스핀밀드 웨지는 스퀘어 형태의 리딩 에지가 특징이었고 더 높은 탄도의 샷을 위해 클럽 페이스를 열 때 자신감을 불러일으켰다. 8620 탄소강으로 제작된 보키 스핀밀드 웨지의 페이스는 더 나은 스핀을 위해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그루브 가공법인 CNC 밀링 가공으로 완성되었다.

더 가파른 드래프트 각도와 더 좁은 가장자리 반경을 제공하는 특수한 원형 그루브 가공 도구로 인해 그루브 부피가 30% 더 커지고 그루브가 더 깊고 날카로워졌다. 특히 그린 주변에서 높은 스핀을 자랑했던 타이틀리스트 Pro V1 시리즈 볼과 함께 사용하면 엄청난 시너지가 발생했고 많은 프로 골퍼가 이 둘의 조합으로 플레이했다.

또 보키 웨지는 다양한 로프트와 바운스 각도를 제공했는데 2004년 스핀밀드는 56.10, 56.14, 58.08, 58.12, 60.04, 60.08의 6가지 로프트 및 바운스 조합으로 제공되었고 이후 더욱 많은 로프트와 바운스 조합으로 출시되었다. 

▲ 2010년 토리파인스에서 열린 파머스인슈어런스오픈 2라운드에서 핑 아이2 웨지를 이용해 벙커 샷을 하는 필 미컬슨.(위)
▲ 존 댈리가 2010년 1월 15일 하와이 호놀룰루의 와이알라에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소니 오픈 2라운드에서 
핑 아이2 웨지를 들고 있다.(아래)

▲2010's 창과 방패의 대결 
2010년대에는 웨지 디자인의 변화보다 웨지 그루브의 변화가 컸던 시기다. USGA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는 2010년 1월 1일부터 아이언과 웨지 그루브의 깊이가 0.508㎜를 넘을 수 없도록 규정을 바꿨다. 또 ‘U’자형이나 ‘스퀘어(ㄷ)’형의 그루브 제품도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2007~2008년 USGA와 R&A가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프로 골퍼들은 러프에서도 많은 스핀을 만들어낼 수 있어 러프는 위험지역이 아니며 드라이빙 정확도는 성공의 핵심 요소가 아니라고 말했다. 따라서 그루브 규정을 손질해 러프 친 샷에서 백스핀이 지나치게 걸리지 않도록 만든 것이다. 새로운 그루브 룰이 적용되자 필 미컬슨과 존 댈리 등 몇몇 선수들이 20년 전 제작된 핑 아이2 웨지를 들고 대회에 나서며 논란이 일었다.

USGA는 1988년 핑은 아이2 아이언의 그루브가 규정에 어긋난다고 판단해 대회에서의 사용을 금지했다. 이에 핑은 USGA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1990년 결국 법원의 판결에 따라 1990년 3월 1일 전에 생산된 핑 아이2 아이언에 대한 사용이 허가됐다. 

핑 아이2 아이언과 마찬가지로 핑 아이2 웨지도 U자형 그루브 형태지만 지난 1990년 소송에서 이후 USGA의 규정 변화가 있더라도 핑 아이2를 사용할 수 있다는 합의를 이끌어냈기 때문에 2010년 파머스인슈어런스오픈에서 필 미컬슨이 사용한 핑 아이2 웨지는 그루브 디자인상 룰 부적합 제품이지만 과거의 판결 때문에 USGA로선 사용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당시 대회에 출전했던 선수들은 미컬슨, 댈리 등 몇몇 선수가 이 클럽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룰 위반 행위라며 목소리를 높이며 논란이 커지자 핑은 1990년 법원으로부터 적법성을 인정받았던 권리를 2010년 3월 29일 자로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핑의 존 솔하임 회장은 “1990년의 법원 판결은 더 이상 효력이 없으며 모든 문제는 해결됐다. 이제 모든 선수는 공평한 조건에서 경기를 할 수 있다”고 말하며 2010 그루브 논란은 종결되었다.

▲ 100% CNC 밀링 공법으로 제조된 PXG 슈가대디2 웨지.(위)
▲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핑 골프 생산 시설에서 핑 웨지의 그루브가 CNC 밀링 가공되고 있다.(아래)

▲2020's 복합 소재와 그라인드의 진화
2020년대의 웨지는 매우 세분된 로프트와 바운스 각도 조합에 다양한 그라인드 형태까지 합쳐져 수많은 옵션이 생겨났다. 보키 SM9 웨지는 6가지 그라인드를 바탕으로 총 23가지의 그라인드, 로프트, 바운스 조합을 제공하며 캘러웨이의 죠스 MD5 웨지에는 17가지 조합을 제공했다.

여기에 크롬, 무광 블랙, 로(Raw) 마감 등 다양한 마감 형태까지 선택하면 엄청난 숫자의 옵션이 생겨난다. 다양한 그라인드 옵션은 골퍼들이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서 더욱 정교한 웨지 샷을 구사할 수 있게 도와주었으며 최적의 웨지샷 스핀과 탄도를 위해 로프트 각도에 따라서 그루브 형태와 숫자를 변형시키고 페이스 토 부분까지 그루브를 확장한 풀 페이스 그루브 디자인도 생겨났다.

또 클리브랜드 웨지는 세라믹 경량 소재를 헤드 내부에 추가해 관성모멘트를 증가시키고 그루브의 개수를 늘려 스핀을 향상하기도 했다. PXG는 헤드 전체를 100% CNC 밀링 공정으로 제조된 슈가 대디 웨지를 만들어 웨지 개체별 오차를 거의 없애고 USGA에서 제한하는 그루브 룰 한계에 거의 근접한 날카로운 그루브를 만들어냈다. 또 많은 제조업체에서 CNC 밀링을 이용해 그루브를 가공하여 그루브의 정밀도가 크게 좋아졌다. 

 

글_김성준
사진_게티이미지(Getty Images), USGA, 각 브랜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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