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식 칼럼] 걷는 골프를 위한 코스 설계,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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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식 칼럼] 걷는 골프를 위한 코스 설계, 길
  • 서민교 기자
  • 승인 2022.06.2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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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이다호주 쾨르달렌리조트 골프코스(Coeur D’Alene Resort Golf Course).
미국 아이다호주 쾨르달렌리조트 골프코스(Coeur D’Alene Resort Golf Course).

“골프는 걷는 스포츠다.”

우리는 그렇게 알고 들어왔기에 이 화두는 지극히 당연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모든 골퍼에게 묻는다면 어떤 대답이 나올지 궁금하다. 골프의 본질인 ‘걷다’라는 명제에 의문을 갖는 데는 이유가 있다. 현대 골프는 빨라지고 있으며 이와 발맞춰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 변화의 이유에는 골프의 세계화가 크게 작용했다. 영국과 미국 중심이었던 골프는 동아시아의 비약적인 발전을 기폭제로 세계화되고 있다. 수많은 골프장이 생겼고 각양각색의 지형적 특성에 따른 코스 설계로 산악 지형과 같은 열악한 조건 속에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 골프 산업도 빠르게 발달했고, 그 발달 속도는 ‘걷는 골프’가 아닌 ‘카트 골프’로 가속페달을 밟았다. 어느새 우리나라는 카트를 이용한 골프가 일상이 되어버렸다. 물론 영국과 미국의 일부 골프장에서도 카트를 사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생 골프 국가들은 전동 카트 사용이 일반화되었다. 더욱이 잔디 보호를 위해 페어웨이가 아닌 카트 도로로만 달리는 카트를 사용한다. 이는 약 20년 전부터 골프장의 수익 사업으로 각광받아 거의 모든 골프장에서 전동 카트를 도입하고 있다. 일부 아마추어 대회에서도 카트 사용이 허용되기도 하며, 일반 골퍼들은 당연히 사용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카트 도로가 골프장 설계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 지는 오래전 일이다. 산악 지형이 많은 우리나라 지형 특성상 골프장의 고저 차가 큰 골프장이 많다. 그린에서 홀아웃을 한 뒤 다음 티잉 에어리어로 걸어서 이동하기 어려운 곳이 많다. 안전상의 이유도 있다. 걸어서 이동하는 것이 불편하기도 하지만 낙상 위험이 높은 곳도 꽤 있다. 실제 골프장 내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타구 사고를 제외하면 카트와 카트 도로에서 일어나는 사고가 가장 많다. 이런 골프장에서는 걷기를 고집할 필요 없다. 언제나 안전이 최우선이다.

이런 이유로 카트 도로의 설계는 우리나라 골프장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모든 골프장에서 4인용 카트를 사용하고 있다. 골퍼의 편의를 위해 사용한다지만 실제로는 진행, 잔디 보호, 그리고 수익을 위해서다. 어찌 보면 걷는 운동인 골프에 상충되는 부분이다. 카트는 충분히 걸을 수 있는 곳에서조차 골퍼를 몰아세우는 도구가 되어선 안 된다.

카트 도로는 대부분 코스의 가장자리에 위치하나 그린 주위에서는 비교적 그린에 가깝게 있는 곳이 많다. 골퍼가 카트에서 내려 되도록이면 걷는 거리를 짧게 해 그린에 접근하기 용이하도록 도로를 설계한 것인데, 대부분 진행을 빠르게 하기 위해서다. 이런 설계는 샷 가치의 허용 오차 범위 내에 위치해 타구 사고의 위험이 높아지고, 도로를 맞은 공이 터무니없이 튀어 페널티 지역으로 사라져서 공평하지 않게 되는 경우도 많다.  

주어진 환경에서 골프의 본질을 최대한 살리고 골퍼를 배려한 설계가 필요하다. 카트 도로 설계는 경사는 최소한으로, 안전은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샷 가치의 허용 오차 범위를 지키면서 안전 구역을 확보해야 한다. 공이 도로 위에 있을 때 중력에 의해 다시 티잉 구역으로 내려오거나 그린 주위로 내려가버리는 경사도의 도로 설계는 지양해야 한다. 또 골프장 관리자는 골퍼가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걷기 쉽게 배려해야 한다.

18홀을 모두 걸어 라운드 할 수 있다면 최상이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거리를 안전하고 용이하게 걸을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그런 골프 코스가 좋은 골프장이다. 

*강명식은 외과 전문의로 한국미드아마골프연맹 부회장을 지냈으며, 골프다이제스트 골프 코스 애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골프 소설 <레드재킷> 저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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