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따뜻한 기억을 되살린 타이거 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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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따뜻한 기억을 되살린 타이거 우즈
  • 인혜정 기자
  • 승인 2019.07.1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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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 우승 이후 다시 떠올린 메디나의 아름다웠던 순간

타이거 우즈의 다섯 번째 마스터스 우승이 왜 수백만의 심금을 울렸는가를 설명하려면 1999년 PGA챔피언십이 열린 금요일 오후 늦게 메디나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부터 살펴봐야 한다.

당시 나는 67타로 3위에 오른 타이거가 스코어 접수처에 있을 때 그에게 다가가 잠시 CBS 스튜디오에 와서 심야 하이라이트 쇼에 송출할 인터뷰에 응해줄 수 있겠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는 흔쾌히 이에 응했다.

나는 18번홀 그린 뒤에 있는 세트를 향해 함께 걸어가는 동안 타이거에게 말했다. “내 막내딸 캐럴라인이 거기에 있어요. 다섯 살인데 당신을 만나게 돼 아주 신이 나 있어요” 타이거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튜디오 문을 열면서 실내를 훑어보았지만 딸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타이거에게 앉으라고 손짓했다. 그는 “잠시만요. 먼저 인사할 사람이 있어요.” 그제야 캐럴라인이 의자 밑에 웅크린 채 수줍어하며 숨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캐럴라인, 어디 있니?” 타이거는 숨바꼭질하는 아이들처럼 노래를 부르는 듯한 억양으로 아이를 불렀다. “캐럴라인, 이리 와, 나랑 놀자.” 타이거는 마치 연극배우처럼 이리저리 걸어 다녔다.

“세상에, 우리 꼬마 아가씨가 여기 있나? 아니네! 그럼 여기를 찾아볼까?” 그러더니 타이거는 무릎을 꿇고 바닥에 엎드리더니 아이가 숨어 있는 의자 밑을 들여다보았다. “까꿍! 찾았다! 여기 있었구나! 나는 타이거야. 이리 와, 나랑 놀지 않겠니?”

당시 타이거는 절정의 기량을 향하는 중이었고 내가 처음 봤을 때의 열여섯 살 난 아마추어 타이거와는 무척이나 달랐다. 틴에이저였던 타이거는 자신감 있고 따뜻하고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그의 외향은 점차 변해갔다. 1997년 마스터스에서 ‘세기의 우승’을 이끌어냈을 때 그에게는 이미 부드럽고 감성적인 면은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경향은 점점 더 두드러졌다.

하지만 메디나에서의 가슴 따뜻한 순간은 놀랍도록 인간적이었고 변함없고 진솔한 그의 성격의 일면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문제는 우리가 이런 점을 또다시 볼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20년 후 우리는 이에 대한 답을 얻었다. 4월 14일 일요일 다섯 번째 마스터스 우승 후 우리는 타이거 안에 있던, 그리고 솔직히 말해 꼭 드러나야 했던 한 부분을 목격할 수 있었다. 우리는 아이를 사랑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았다. 아들 찰리, 딸 샘을 모두 꼭 안아주는 모습은 타이거의 인생이 아름답게 펼쳐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CBS의 마스터스 방송 진행자로서 이 순간의 감정은 우리 방송 팀 전원으로부터 보기 드문 대응을 이끌어냈다. “1997년 아버지와 포옹하던 장면에 필적할 만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지금 그런 모습을 봤네요.”

내 클로징 멘트는 이렇게 이어졌다. “아주 드물지만 가끔씩 스포츠의 세계를 초월하는 사건이 일어나곤 합니다. 오늘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에서 바로 이러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역경을 이겨내고 말이지요. 오래전 아들을 끌어안은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22년 후 자신의 아들을 끌어안게 되는 아들을 말입니다. 소설 같은 이야기지만 실제로 벌어졌지요. 타이거 우즈가 마스터스에서 우승했습니다.”

그날 마스터스에서 느낀 전율은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

글_짐 낸츠(Jim Nantz) / 정리_인혜정 골프다이제스트 기자(ihj@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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