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샷] 누나와 남동생이 말하는 필 미컬슨
  • 정기구독
[마이샷] 누나와 남동생이 말하는 필 미컬슨
  • 인혜정 기자
  • 승인 2019.02.11 16: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74년, 3살 필과 6살 티나의 모습

필 미컬슨과 관련한 미담은 이제 충분히 들었다고 생각했겠지만, 그의 누나와 남동생에게는 아직도 못다 한 이야기가 남아 있다.

티나 : 필과 내가 어리고 팀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했을 때다. 엄마가 한 달에 한 번씩 학부모 회의에 참석하는 날 밤이면 아버지는 집을 장해물 코스로 만들곤 했다. 사람들이 자전거 뒤에 꽂고 다니는 길고 유연한 깃대를 곳곳에 설치했다. 소파와 의자 팔걸이에 그걸 걸쳐놓고 우리에게 점프해서 뛰어넘거나 아래로 지나가거나 옆으로 돌아가게 했다. 턱걸이 봉도 있었다. 아버지는 시간을 쟀는데 당시 체육관에 다녔고 필보다 더 유연하던 내가 더 우세했다.

팀 : 필은 나보다 일곱 살이 많기 때문에 집 안에서 미식축구를 할 때는 나를 배려해주곤 했다. 조금이나마. 필은 무릎을 꿇은 채로 플레이를 하고 나는 뛰어다녔다. 필은 내게 태클을 걸고 나는 두 손으로 그를 터치해야 했다. 그는 공을 빼앗고는 내가 그를 터치하면 볼을 위로 던져서 볼이 허공에 뜬 상태였기 때문에 터치가 무효라고 주장하곤 했다. 필은 늘 그런 식이었다. 그리고 늘 이겼다.

티나 : 컴퓨터 게임 중에 같은 그림 두 개를 뒤집는 메모리 게임이라는 게 있다. 내 아들인 루카스는 네 살인데 그걸 아주 잘한다. 간밤에 필은 루카스와 이 게임을 했고 치열하게 집중한 끝에 간신히 이겼다. 두 번째 게임에서도 필이 또다시 아슬아슬하게 이겼다. 필은 중요한 퍼팅이라도 성공한 것처럼 주먹을 불끈 쥐고 휘둘렀다. 환호하는 필에게 루카스가 말했다. “필 삼촌, 한 판만 더 해요.” 그러자 필이 말했다. “루카스, 너는 아직 내 상대가 못 되니까 당분간 조금 쉬운 게임을 연습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물론 농담이었다. 어느 정도는.

팀 : 올해 여든인 아버지가 내게 볼의 앞부분을 아래로 더 잘 기울이는 방법을 알려주신다. 내가 NFL에 진출하기라도 할 것처럼. 비행 교관이었던 우리 아버지는 평생을 코치로 살았다. 아버지는 뭐든 지금보다 더 이상적인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 점을 필이 많이 닮은 것 같다.

팀 : 필이 탁구를 좋아한다는 건 비밀이 아니다. 2000년대 초에 빠져든 이 취미는 라이더컵의 팀룸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필은 아무도 모르게 뛰어난 실력을 갖고 싶어했다. 그래서 언젠가 크리스마스 때 나는 미국 탁구 주니어 챔피언이었던 마이클 라든(Michael Lardon) 박사에게 레슨을 받을 수 있도록 주선했다. 그리고 잘 미끄러지지 않아서 스핀 컨트롤에 탁월한 최고의 탁구채도 하나 사줬다. 필은 미친 듯이 연습했고 실력이 많이 늘었다. 특히 서브 실력이 좋아졌다. 그래도 나를 이길 정도는 아니었다. 우리는 7전 4선승제로 게임을 하는데 처음 두 판은 필이 이긴다. 그다음에 내가 내리 네 판을 이긴다. 필은 약이 올라서 어쩔 줄 모른다.

티나 : 아버지는 우리가 걷기 시작했을 때 골프클럽을 손에 쥐어주었다. 나는 18개월 때 처음으로 클럽을 만졌는데 필은 아직 태어나기도 전이었다. 필은 16개월이 되자 첫 클럽을 손에 쥐었다. 필은 처음부터 왼손으로 플레이를 했고 나이가 들수록 수준 높은 왼손잡이용 클럽을 구하기가 대단히 힘들 거라며 부모님이 걱정하던 게 기억난다. 그래서 아버지가 필의 마음을 돌려볼 양으로 오른손잡이용 클럽을 쥐어줬지만 필은 바로 그걸 뒤집어서 왼손에 쥐고 스윙을 했다. 부모님은 필을 바꾸겠다는 생각을 포기했는데, 옳은 결정이었다.

팀 : 필은 어려서부터 연습량이 엄청났다. 그리고 꾸준했다. 아버지가 뒷마당에 조그만 연습 그린을 만들었는데 필은 앞마당으로 가서 집을 넘어 그린에 볼을 올리는 샷을 시도했다. 그리고 나한테 볼이 어디 떨어졌는지 큰 소리로 말하게 했다. “홀 왼쪽으로 3m.” 그다음엔 “오른쪽으로 1.5m인데 짧아” 나는 이렇게 외치곤 했다. 믿을 수 없는 점은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도 필이 타깃을 정확하게 조정한다는 것이었다. 약간의 조정을 거친 그는 실제로 홀에 볼을 집어넣기 시작했다. 그게 내 눈에는 마술 같았다.

티나 : 필은 중압감이 심하면 오히려 더 좋은 플레이를 펼친다. 대부분의 사람과 다른 점이다. 그는 중압감이 심해지면 그 상황에 더 집중하게 된다고 말했다. 라인도 더 잘 읽는다. 상황이 느긋해지고 결과는 더 좋아진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건 위대한 선수들뿐이다.

팀 : 내가 목격한 또 한 가지는 공중에서 볼끼리 충돌하게 하는 것이다. 필이 대학생일 때 샌디에이고 스타더스트(지금의 리버워크) 연습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는 페이드 샷을 하더니 첫 번째 볼이 날아가는 사이에 재빨리 훅 샷을 했고 두 볼은 서로 충돌했다. 그렇게 하기까지 15분이 걸렸지만, 내가 분명히 봤다. 아마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걸 확신할 수 있는 이유는 내가 30년째 그걸 시도하고 있지만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팀 : 키건 브래들리와 리키 파울러, 더스틴 존슨, 그 밖에 필과 돈내기 연습 라운드를 자주 하는 선수들에게 한 가지 조언을 해주고 싶다. 내기에서 앞서가더라도 그 사실을 필에게 알리지 말라는 것이다. 그가 매치의 진행 상황을 묻거든 어깨를 들썩이며 모른다고 하거나 그가 앞서간다고 말하라. 아마 그는 진행 상황을 꼼꼼히 확인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뒤진다고 말할 경우, 특히 두 홀 정도를 남겨둔 상황이라면 필이 막판에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판을 뒤집을지도 모른다.

티나 : 어느 해인가 추수감사절에 사람들을 초대한 적이 있다. 엄마는 필에게 멀리 가지 말라며 그에게 도움을 청할 일이 있을 거라고 말했다. 그런데 필이 사라져버렸다. 그는 옆집 아이에게 돈을 주고 플레이할 만한 코스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 엄마와 아버지가 행방을 수소문한 끝에 그를 찾아냈고 돌아오는 길에 잔소리를 퍼부었다. 그런데 이때는 필이 조금 반항을 했다. 필은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하루라도 연습을 하지 않으면 다른 선수들의 실력은 그만큼 더 좋아진단 말이에요. 위대한 선수가 되려면 연습을 해야 한다고요.” 아마 벤 호건의 말을 빌려온 게 아닌가 싶다.

티나 : 아무래도 가족이다 보니 우리는 필의 영향력을 간과하기 쉽다. 1993년에 나는 PGA 프로그램을 이수했는데 마지막으로 36홀의 플레이 능력 시험을 통과해야 했다. 시험은 7월에 팜스프링스에서 있었는데 나는 필과 팀에게 와서 응원해달라고 부탁했다. 두 사람은 아침에 빅혼에서 플레이를 하고 두 번째 라운드가 끝날 즈음 카트를 몰고 코스에 나타났다. 나와 같은 그룹이었던 세 명의 남자도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는데 그를 보자마자 페이스를 잃고 무너졌다. 그들에게 필의 존재는 그만큼 위압적이었다. 그러자 서로 응원하며 시험을 치르던 모든 사람이 낙담했다. 나도 시험에서 떨어졌지만 그래도 다음 단계에서 떨어졌다. 한 남자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그리고 15년이 흘러 나는 회사의 계약을 위해 클라이언트를 만나러 갔다. 그의 이름을 보고 플레이 능력 시험 때 같은 그룹의 사람이라는 걸 알았지만, 그게 바로 그해였는지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 프레젠테이션이 끝난 후 그가 말했다. “네, 그날 팜스프링스에서 같은 그룹에 속했던 사람입니다.” 우리는 계약을 따내지 못했다.

1 팀의 첫 번째 크리스마스, 1977년.  2 필은 엘카혼의 코튼우드골프클럽에서 팀에게 ‘운전대’를 잡게 했다, 1980년.  3 샌디에이고 미션베이골프클럽에서 열린 옵티미스트주니어월드, 1982년경.  4 아버지의 날, 1993년.  5 스콧데일의 매코믹랜치에서 팀과 필, 1989년.

팀 : 우리 가족은 아마 2004년 마스터스를 필의 가장 멋진 승리로 꼽을 것이다. 메이저 대회에서 첫 승을 거두며 마침내 부담을 떨쳐낸 대회였다. 하지만 더 감동적이었던 이유는 우리 할아버지 알프레드 산토스가 세상을 떠나고 넉 달 만에 거둔 승리였기 때문이다. 필을 포함해서 우리 가족은 모두 누누(우리 할아버지의 애칭)가 힘을 써준 덕분이라고 믿는다.

팀 : 2004년 마스터스를 2주 앞두고 꿈을 꿨다. 할아버지와 나는 마스터스를 관람하고 있었다. 우리는 18번 그린 옆에 서 있었고 필은 우승을 확정 지을 수 있는 퍼팅을 앞둔 상태였다. 나는 누군가에게 말했다. “필이 저 퍼팅을 꼭 성공했으면 좋겠어요. 제발 성공하길 바라요.” 그러자 할아버지가 말했다. “내가 저기로 가서 볼을 홀에 차 넣는 일이 있더라도 그는 성공할 거야.” 필은 퍼팅을 성공했고 나는 펄쩍펄쩍 뛰며 할아버지 쪽을 바라봤지만 할아버지는 보이지 않고 나는 꿈에서 깨어났다. 너무 생생해서 몇몇 사람에게 얘기해주었다. 한 친구가 라스베이거스로 출장 간다기에 필한테 내기를 걸으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해 마스터스가 열리던 일요일. 필이 18번홀에 도달했을 때 우리 가족은 주최 측의 안내로 맨 앞에서 구경하게 되었다. 홀은 그린 왼쪽 앞에 있었고 우리는 오른쪽 뒤에 서 있었다. 꿈에서 내가 서 있던 바로 그 자리였다. 필의 어프로치 샷은 꿈에서처럼 홀 뒤에 멈췄다. 필이 셋업 자세를 취할 때 나는 에이미에게 이렇게 속삭였다. “성공할 거야.” 그리고 몇 초 뒤, 내 꿈은 현실이 되었다. 

티나 : 필은 처음으로 출전한 1991년 브리티시오픈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개최지 명단에 포함된 각 코스의 볼마커를 전부 사다주었다. 본인은 잊어버렸겠지만 나는 아직도 그걸 기념품으로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토너먼트와 스크램블은 물론 혼자서 라운드를 할 때도 그걸 볼마커로 사용한다. 나는 평소에도 가족 생각을 자주 하는데, 그걸 볼 때마다 필 생각이 난다.

팀 : 필은 뭔가에 자주 매료된다. 블랙홀, 증권시장, 마술, 공룡, 케네디 암살. 그때마다 모든 정보를 있는 대로 찾아본다. 그리고는 빠져들 때만큼이나 금세 시큰둥해진다. 제일 강렬한 건 마술이었다. 필의 카드 마술과 손재주는 가족 모임의 꽃이었다. 단점은 30분쯤 지나면 조금 지루해진다는 것이고 좋은 점은 크리스마스에 항상 그가 할 일이 있다는 것이다.

티나 : 필은 라커룸 직원이나 서비스직 종사자들에게 너그럽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누군가가 도움이 필요한 순간을 감지하는 그의 능력은 그만큼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얼마 전에 엄마가 친구의 친구를 통해 근처 레스토랑의 한 웨이트리스가 월세를 내지 못해 힘들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필은 그 사실을 전혀 모른 채 그 레스토랑에 갔다. 그리고 그 웨이트리스에게 큰 도움이 될 만한 액수의 팁을 남겼다. 그는 자신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모른 채 레스토랑을 떠났고 아직까지도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 그는 이런 행동을 거의 매일 하다시피 한다. 엄청난 선행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이런 사려 깊은 태도가 누나로서 정말 자랑스럽다.

티나 : 내 동생은 부정적인 경험을 지워버리는 능력이 대단하다. 골프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말다툼을 할 경우, 용서는 하더라도 잊지는 못한다. 필은 진심으로 용서한다. 필과 의견 대립을 할 경우, 논쟁이 끝나고 그다음에 필을 만나면 말 그대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태도를 보일 것이다.

팀 : 필이 보여주는 형제애의 사례를 하나만 더 들어보겠다. 내가 제법 골프 실력이 좋아졌을 때 아이언 샷을 앞두고 있으면 필은 카트에서 이렇게 말하곤 했다. “보아하니, 너 그 샷 실패하겠다. 어느 쪽으로 휘어질지 미리 적어놓을게. 내가 맞는지 나중에 확인하자.” 그러면 내 머릿속에는 당장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못 보는 걸 필은 보는 걸까? 오른쪽에 있는 저 벙커를 지나치게 두려워하고 있는 건가? 내가 그린 왼쪽에 있는 깊은 러프에 빠질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그리고 어김없이 샷을 실패하면 필은 자신이 적어놓은 걸 공개했다. 놀랍게도 그의 적중률은 100%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스코어카드에는 왼쪽이라고 적고, 스코어카드 아래의 종이에는 오른쪽이라고 적는 걸 봤다. 그리곤 내가 실패하는 쪽의 종이를 보여줬던 것이다.

팀 : 필에 대해 이런저런 장난스러운 얘기를 했지만, 나는 그를 사랑하고 누구라도 그의 옆에 있다 보면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얘기를 하고 싶다. 그는 너그럽고 진실하며 가족들에게 잘하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침착하다. 가끔 필이 실제 생활에서도 그렇게 근사할 수는 없을 거라며, 그의 행동이 겉치레일 뿐이고 세상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은 있을 수 없다는 글을 읽을 때가 있다. 하지만 그를 아는 우리에게 그는 보이는 그대로다.

글_가이 요콤(Guy Yocom) / 정리_ 인혜정 골프다이제스트 기자(ihj@golfdigest.co.kr)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잡지사명 : (주)골프다이제스트코리아    제호명 : 골프다이제스트
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2, 9층 ㈜골프다이제스트코리아    대표전화 : 02-6096-2999  /  팩스 : 02-6096-2998
잡지등록번호 : 마포 라 00528    등록일 : 2007-12-22    발행일 : 전월 25일     발행인 : 홍원의    편집인 : 손은정   개인정보보호책임자 : 왕시호    청소년보호책임자 : 왕시호
Copyright © 2019 골프다이제스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ndsoft.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