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인터뷰] 일본 클럽의 명장 스기야마 겐조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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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인터뷰] 일본 클럽의 명장 스기야마 겐조를 만나다
  • 고형승 기자
  • 승인 2018.12.14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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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제스티 프레스티지오 10번째 모델의 국내 출시 행사가 열렸다. 그 자리에는 제조 개발 본부 최고 고문이자 일본 골프 클럽의 장인이라 칭송받는 스기야마 겐조가 모습을 드러냈다. 올해로 일흔한 살인 그는 여전히 7시에 출근하고 60대 개발자의 멱살(물론 장난으로)을 잡아 흔들기도 한다. 지방을 돌아다니며 소비자와 만남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다. 그리고 고민 끝에 최고의 클럽을 만들어낸다.

스기야마 겐조(杉山健三). 그는 “장인이라는 호칭이 붙은 사람이 회사에 몇 명이냐”는 아주 무례한(?) 질문에 코웃음을 치더니 질문자의 눈을 빤히 응시했다. 그 질문을 에디터가 하지 않은 게 무척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그는 열여덟 살에 마루망에 입사해 클럽을 만들기 시작했다.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의 두 스승에게 클럽 만드는 법을 배웠다. “이 세상에 그런 교육을 받은 사람은 아마 나밖에 없을 거요. 바라보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클럽입니다. 깎아내는 방법이 다르죠. 도자기 만드는 법도 제각기 다른 것처럼 두 스승에게 전수받은 내용도 달라요.”

여러 번의 실패 끝에 20년 전 티타늄 소재의 클럽을 처음으로 개발한 스기야마 겐조는 골프 클럽 제조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그는 1년 넘게 불량품과 싸워야 했다. 그것은 엄청난 창작의 고통이 뒤따랐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니 지금까지 열 번이나 자식을 만들어냈지만 첫째가 가장 예쁘고 애정이 가죠.”

그는 한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스타일이다. “내가 살던 시대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먹고살 수 없었어요. 다른 건 해본 적이 없습니다. 오로지 클럽만 생각하고 만들어왔죠. 클럽이 유일하게 나에게 즐거움을 줬어요. 서른 살이 넘어서 술을 배웠고 그때부터는 술도 빼놓을 수 없는 낙이죠. 하지만 둘 중 하나만 선택하라면 당연히 클럽입니다. 내 머릿속에는 클럽밖에 없어요.”

이후 20년이 흘러 올해 그의 열 번째 자식인 프레스티지오 X가 탄생했다. 드라이버와 우드는 더욱 진화된 파인 스파이더 웹(Fine Spider Web) 페이스 설계(거미줄 구조)로 비거리 향상은 물론 미스 샷을 보완하는 관용성을 극대화했다. 아이언은 고순도 텅스텐 저중심 설계를 통해 부드럽게 휘어지는 높은 스핀 효과와 고탄성을 실현했다. 

스기야마 겐조는 클럽은 결코 혼자 만드는 게 아니라고 강조한다. “나는 클럽을 설계하는 사람입니다. 당연히 개발자와 의견 대립이 일어납니다. 나는 골퍼가 어드레스할 때 보이는 모양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전적으로 클럽을 사용하는 사람의 입장이 되는 거죠. 개발자는 클럽 성능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서로 이해가 가지 않으면 우리는 먼저 움직이려고 하지 않아요. 내가 개발자의 멱살을 잡고 흔들어댈 때도 있습니다. 결국 새로운 아이디어가 2년 동안 빛을 보지 못하고 조용히 잠잔 적도 있었죠.”

그는 클럽을 만드는 과정이 생각의 차이를 조율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클럽을 세상에 내놓을 때도 마찬가지다. “지방에 출장을 자주 다니는 이유가 최종 소비자와 만나서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들의 의견을 듣고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합니다. 다음 모델은 더 좋게 만들어서 그들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일흔한 살의 스기야마 겐조는 지금도 오전 7시에 출근한다. 다른 직원들이 출근하는 오전 9시까지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KS 모델에 대한 연구를 거듭한다.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고 또다시 연구에 몰두한다. “예산을 많이 배정받을 수 없기 때문에 아무리 이름을 내걸었다고는 하지만 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신제품을 내놓기 일주일 전부터는 잠도 제대로 잘 수가 없을 정도예요. 솔직히 이제는 모든 걸 내려놓고 쉬고 싶어요. 그런데 회사에서 도무지 놔주질 않네요.”

그는 확실히 지쳐 있었다. 하지만 클럽을 설명할 때 그의 어조는 젊은 사람보다 더 우렁차고 확신에 차 있었다. “생각해보세요. 일흔 살이 넘어서 일하는 게 쉽겠어요? 막상 일을 맡으면 대충 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심신이 고달프죠. 그래도 행복하냐고요? 내가 목각으로 각인한 샘플을 어엿하게 제품으로 만들어 출시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행복합니다.”

스기야마 겐조. 그는 마제스티의 유일한 장인이다. 아니, 일본 클럽의 명장이라 불리는 유일한 인물이다.


[고형승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tom@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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