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세상 속으로 당당하게 걸어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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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세상 속으로 당당하게 걸어가다
  • 유연욱
  • 승인 2018.11.1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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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드 후지카와(Tadd Fujikawa)는 골프 신동이었다. 열다섯 살 때 윙드풋에서 열린 2006년 US오픈 예선을 통과했다. 비록 컷 탈락했지만 6개월 후에는 다시 하와이 소니오픈 예선을 통과했고 공동 20위를 기록하며 50년 만에 PGA투어 컷을 통과한 최연소 선수가 됐다. 호놀룰루 출신인 그는 열여섯 살에 프로가 되기로 헸다. 하지만 그때 이후로 후지카와가 참가한 PGA투어 대회는 단 열세 개에 불과하고 2014년에는 실력 저조에 자신감마저 상실하면서 골프를 거의 그만둘 뻔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후지카와에게 한 가지 비밀이 있다는 걸 알지 못했고 그건 그에게 극도의 불안과 우울증을 안겨줬다. 조지아주 시아일랜드에 사는 스물일곱 살의 후지카와는 지난 9월 10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밝히면서 남자 프로 골퍼로는 최초로 커밍아웃을 했다. 2주 후에 골프다이제스트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컬럼비아에서 G프로투어 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후지카와를 찾아갔다. 어머니인 로리와 반려견 와이알라에가 동승한 카트를 타고 연습 라운드를 하는 동안 그리고 라운드를 마친 후 후지카와는 커밍아웃을 하기로 한 계기, 골프를 하면서 겪은 어려움 그리고 자신의 삶이 발휘하길 바라는 영향력에 관해 이야기했다.

내게 커밍아웃은 엄청난 일이었다. 내가 신경 쓴 건 우리 가족이었다. 몇 년 전 어머니에게 처음 커밍아웃을 했다. 하지만 할머니에게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밝히기 일주일 전에 그리고 아버지와 할아버지에게는 한 시간 전에 사실을 말했다. 아무도 내가 게이라고는 짐작도 하지 못했다. 그만하면 아주 잘 감추고 살아온 셈이다.
'우리 가족이 나를 덜 사랑하면 어쩌지?' 이게 가장 두려웠다. 게이인 사람들은 늘 머릿속에서 울리는 이런 의심의 목소리를 듣는다. '이러면 어쩌지? '저러면 어쩌지?' 어떤 면에서는 아직도 게이라는 걸 수치스러워하는 문화가 있다. 가족에게 밝히기로 하면서도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반응은 놀라웠고 다행이었다. 그들은 모두 나를 사랑하고 응원해준다. 나는 나와 같은 사람이 더는 외로워하지 않도록 성 정체성을 공개하리고 했다. 내 삶의 목표는 골프를 초월한다. 골프도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사람들의 삶을 바꾸자는 열정이 나의 추진력이고 사람들이 최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고 싶다. 다른 운동선수나 유명 인사들 그리고 내 친구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을 보면서 나도 희망을 품었다.


커밍아웃을 하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1000건이 넘는 다이렉트 메시지와 댓글을 받았다. 대부분이 응원 메시지였고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거나 조언을 구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들이 어떤 상황을 겪고 있는지 알기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다. 프로 골퍼들로부터도 많은 연락이 왔다. 대부분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는 동료들이었다. PGA투어에서는 아마도 저스틴 로즈가 가장 유명한 사람일 것이다. 그는 인스타그램으로 메시지를 보내왔다. 커티스 스트레인지도 메시지를 보냈다. 직접 만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그런데도 내게 손을 내밀어 줬다는 게 정말 고맙다. 에스테반 톨레도와는 아주 친하다. 어떻게 보면 아버지 같은 존재다. 그가 보여준 반응도 멋있었다. 지금까지 왜 커밍아웃한 남자가 골퍼가 없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물론, 골프의 역사와 문화가 보수적이기도 하다. 나도 그런 이유로 공개하는 걸 망설였다. 팀 스포츠에서는 비밀을 유지하는 게 더 어려울 것 같다. 상강한 시간을 팀 동료와 함께 보내야 하니까. 골프는 혼자서 하는 게임이다. 코스에서 내려오면 꼭 어울릴 필요가 없다. 사생활을 감추기도 그만큼 쉽다. 커밍아웃을 하면 성 정체성을 숨기고 있는 남자 골퍼 한두 명 정도가 연락해올 거라고 생각했다. 아직은 그런 일이 없었다.

 

커밍아웃과 관련해 내가 가진 불만은 아직도 그게 필요하다고 느끼는 분위기다. 여전히 게이라는 게 뭔가 잘못이라고 느낀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성 정체성 때문에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이 있다. 아이들은 일상적으로 따돌림을 당한다. 그렇게 태어났다는 이유로 길을 가다가 얻어맞기도 한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한 그건 심각한 문제고 그렇기 때문에 더 내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10대 시절에 성공을 거둔 후로는 계획한 대로 일이 풀려나가지 않았다. 바닥을 친 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였다. 자신감을 상실했다. 모든 삶을, 너무나 많은 것을 골프에 쏟아부었다. 그게 내 인생이었다. 실력 저조로 달리 할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어디에도 희망이 없었다. 더구나 성 정체성에 대해 이런 비밀까지 간직하고 있었으니 나로서는 너무 버거운 시간이었다. 침대에서 일어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자살을 시도해본 적은 없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친 적은 여러 번 있었다. 실력이 얼마나 나빠졌냐고? 이건 아무도 모르는데 볼을 맞히지도 못하던 시기가 있었다. 백스윙 톱에 근접하면 몸이 굳었다. 다운스윙을 할 수가 없었다. 케빈 나가 겪은 상황과 비슷했다. 그런 상황이 두 해 정도 지속됐지만 결국 빠져나올 수 있었다. 스포츠 심리학자도 두 명 만나봤고 코치인 행크 스미스 그리고 그의 아내인 보니가 많은 도움을 줬다. 그들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커밍아웃을 하면서 그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이 됐다. 그들은 조지아주에 사는 독실한 기독교도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들은 매우 다정했고 나를 응원해줬다. 믿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두 사람과 우리 어머니가 아니었다면 나는 틀림없이 골프를 그만뒀을 것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그건 지속적인 과정이다. 하지만 나 자신을 완전히 수용하는 단계이고 그건 어마어마한 발전이었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과 같다. 이걸 위해 오래도록 노력해왔고 마침내 내 삶을 행복하게 받아들이게 됐다.

[글_앨런 P. 피트먼(Alan P. Pitt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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