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로애락 골프 멘탈, 좋은 흐름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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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로애락 골프 멘탈, 좋은 흐름 만들기
  • 인혜정 기자
  • 승인 2023.08.0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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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들의 수많은 멘탈 관리 방법 중 좋은 흐름을 만들기 위한 심리적 환기 방법을 소개한다. 기복 없는 싱글 디짓 핸디캐퍼가 되고 싶은 골퍼라면 집중하길. 

구력 3년 차, 평균 타수 87타인 박준영 씨가 골프다이제스트에 “라운드 중 플레이 기복이 너무 심하다”라는 고민을 전했다. 이에 대해 한국스포츠심리개발원 대표인 김필중 박사가 솔루션을 제공한다. 

■ 내 고민은?
구력은 짧지만 어릴 적부터 운동을 했기에 승부욕이 있는 편이다. 지는 걸 싫어하고, 한번 시작한 것은 끝을 봐야 하는 성격이다. 그러나 골프는 내 맘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 라운드를 시작하기 전에 항상 70대 타수를 목표로 도전한다. 그러나 결과는 항상 80대 후반이나 90대다. 라운드 초반에 뭔가 잘되는 느낌이 들면 욕심이 나기도 하고, 생각이 많아지며 결국 실수가 나온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부터다. 페널티 구역에 공이 들어가거나 3퍼트를 하고 나면 급격하게 분위기가 바뀐다. 후반으로 갈수록 체력도 문제인지 더블보기를 많이 한다. 그렇다 보니 후반에 기분이 좋지 않아 막장 플레이가 나오기도 한다. 사람들은 구력이 짧아 못 치는 것은 당연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현재 배우고 있는 프로에게 이러한 고민을 털어놓으니 ‘내기’를 많이 하면 플레이의 기복이 줄어들 것이라는 조언을 해줘 친구들과 종종 가볍게 밥값 내기를 하고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친구가 못 칠 때는 기분이 좋아 공이 잘 맞는 듯싶다. 

하지만 내가 그 타깃이 되면 긴장이 되어 손도 떨리고, 스윙이 잘 안 되는 것 같다. 기분을 풀고 다시 시작하기 위해 그늘집에 들러 가볍게 맥주 한잔으로 마음을 달래보지만, 10번홀 티 샷은 항상 집중이 되지 않는다. 

나름 운동신경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왜 골프는 마음처럼 되지 않을까? 이제는 기복 없는 플레이로 싱글 플레이어가 되고 싶다. 

■ 심리적 환기로 솔루션을 찾아보자
문이 굳게 닫힌 방 안. 그 안에서는 향기 또는 악취가 날 수 있다. 좋은 향기가 머무르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행복한 시간이지만, 악취가 가득한 방 안에는 한 순간도 머물고 싶지 않다. 그때 우린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킨다. 창문을 통해 새로운 공기가 들어오며 머무르고 있던 공기를 밀어낸다. 결국 방 안에는 새로운 공기가 가득하게 된다. 

골프 라운드를 하는 순간, 우리 마음의 방에도 어떤 공기가 가득하다. 그 공기를 ‘흐름(flow)’이라고 한다. ‘좋은 흐름’이 머무르기도 하고 ‘나쁜 흐름’이 머물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 골퍼들은 나쁜 흐름이 가득 차기 전에 ‘심리적 환기’가 필요하다. 

골프에서 흐름은 추상적인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뭔가 잘되거나 안 되는 느낌이나 감정’ 또는 ‘분위기가 확 바뀌며 스코어가 좋아지거나 나빠지는 현상’을 말한다. 마치 미신과도 같은 흐름은 프로와 아마추어 모두 똑같이 경험한다. 특히 나쁜 흐름이 왔을 때 ‘멘붕’ 상태로 라운드를 마무리하기도 한다. 

괜찮다. 정신만 바짝 차리면 호랑이 굴에서도 살아나오듯 우린 나쁜 흐름과 멘붕에서 벗어날 수 있다. 프로 선수들도 좋은 흐름과 좋은 멘탈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끝없이 노력한다.

감정 자각 및 조절, 긍정적 심상, 의미 있는 혼잣말, 현재 지각(현존하기), 포스트 샷 루틴, 자기암시 등이 그 방법이다. 그래서 오늘은 많은 프로 선수가 흐름을 스스로 통제하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1 멘탈 노하우, 미니 게임 라운드
우리는 라운드를 시작할 때 18홀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다짐을 한다. 
‘오늘 난 오비를 안 낼 거야.’ 
‘버디를 꼭 하고 말겠어.’ 

프로들도 이와 같이 오늘 하루의 생각과 마음을 정한다. 그것을 ‘오늘의 마인드셋’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마인드셋을 라운드 중 계속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신경 써야 할 것과 해야 할 일이 많은 경기에서 순간순간에 집중하기 어렵다. 그래서 선수들은 컨디션과 코스 난이도에 따라 마인드셋을 상기시킬 홀을 정한다. 그것은 바로 18홀을 분할해 경기하는 것이다. 그 방법은 아래와 같다.

18 hole ÷ 6 hole = 3 game
18 hole ÷ 3 hole = 6 game
18 hole ÷ 2 hole = 9 game

위 방식은 18홀을 6홀씩 나눠 3게임을 하는 것, 18홀을 3홀씩 나눠 6게임을 하는 것, 18홀을 2홀씩 나눠 9게임을 하는 것이다. 

한 게임에 집중한다는 것은 결국 2·3·6홀에 집중하고 그 결과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다음 게임을 준비하고 시작하게 된다. 프로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미니 게임 라운드’를 경험하며 훈련해왔다. 

각 게임별로 상품을 걸고 라운드를 한다. 프로들의 기준에서 3홀(1게임)에 -1타를 목표로 잡고 실현한다면 그 골퍼는 -6타의 스코어를 기록하게 될 것이다. 생각해보자. 18홀에 -6타를 목표로 정하면 부담되지 않을까? 3홀에 1타를 줄이는 건 그다지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보기 플레이를 하는 아마추어 입장에서도 생각해보자. 오늘 90타 이하의 스코어를 원한다. 그에게 3홀에 한 번만 파를 하고 나머지는 보기를 해도 된다고 말해보자. 이 목표를 실현하는 것이 막연히 84타를 치라고 하는 것보다는 실현 가능한 목표가 될 것이다. 이같이 단순한 방법이 우리 멘탈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결국 작은 게임에 집중하고 다시 이완한 뒤 다음 게임에서 재집중하는 방법을 알게 된다. 여기서 한 게임이 끝난 뒤 이완할 때 우린 지난 게임의 내용을 돌아보고 나의 기술을 다시 점검할 수 있는 멘탈적 시간을 갖게 된다. 

이 시간을 18홀이 끝난 뒤에 갖게 된다면 우린 ‘오늘 하루’를 후회하게 되며, 더 이상 기회는 없다. 또 매 홀 자신을 되돌아보고 반성하고 개선하려고 한다면 일관된 문제와 기회를 지각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이 방법을 통해 우린 멘탈적 리셋을 하고 다시 시작하는 ‘미니 게임’에 집중하게 된다. 

2 멘탈 노하우, 센터링을 위한 먹기 명상(Eating Meditation)
골프 멘탈을 소개하며 갑자기 먹기? 조금 의아할 수 있다. 지금부터 소개하는 방법은 식이요법 중 다이어트 효과와 소화 기능 향상이 검증된 방법이기도 하다. 그런데 멘탈도 좋아진다. 감정과 각성 상태를 조절하기 위한 ‘먹는 방법’이다. 그러니 우리가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먼저 ‘먹기 명상’을 소개한다. 유명한 맛집이나 품격 높은 레스토랑에는 TV가 없다. 반면 영화관에서의 팝콘과 스포츠 펍에서의 맥주 맛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시각적 자극은 오감 중 가장 강한 자극이다. 따라서 시각에 감각을 동원하는 순간 미각의 감각은 둔해질 수밖에 없다. 그럼 우린 ‘온전히 먹기’를 하지 못한다. 따라서 음식 맛이 중요한 곳에는 TV나 스크린을 설치하지 않고 온전히 미각을 자극하려는 것이다. 

골프 선수들은 멘탈 전략으로 이 먹기 명상을 활용한다. 눈을 감거나 무언가를 집중해서 보지 않으며 먹는 방법이다. 이 같은 방법을 사용하는 이유는 ‘센터링’이다. 센터링이란 정서의 강도(수준)나 각성 상태의 수준을 중간으로 두는 것이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마음 상태를 만드는 방법이다. 

먹기 명상을 하는 순간이나 직후 두뇌의 네트워크는 ‘디폴트 모드(default mode)’가 된다. 두뇌가 초기화되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가 되는 것이다. 즉 생각과 마음이 초기화되어 눈을 뜨고 골프장을 바라보는 순간 다시 집중을 시작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방법이다. 

실제 경기장에서 선수들은 이 먹기 명상을 활용해 집중과 재집중을 하거나 감정을 조절하고, 심리적 환기를 하기도 한다. 그 방법의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먹기 명상-물 마시기
1 물을 조금 입안에 머금는다. 이때 물의 온도, 위치, 느낌을 찾는다. 
2 물을 천천히 삼킨다. 물이 식도를 통해 내려가는 감각에 집중한다. 
3 물의 흡수를 느낀다. 위 안에 들어온 물의 움직임을 느끼거나 상상한다. 
4 수회 반복 후 ‘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는 것을 인지하며 ‘지금 여기’에서 할 일에 집중한다.

물을 마시는 먹기 명상은 티 샷 전과 퍼팅 전에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긴장도가 높아지거나 생각이 많아질 때 효과적이다. 화가 나거나 불안이 커질 때는 조금 더 단단한 식감이 있는 견과류나 사과 등으로 먹기 명상을 한다. 

반대로 기분이 처지거나 의욕이 생기지 않을 때는 초콜릿이나 에너지 바 등을 활용한다. 경기 중반에 체력 소모가 일어나기 직전에는 바나나 또는 탄수화물이 함유된 음료를 섭취하며 먹기 명상을 실시한다.

즉 선수들은 신체적 컨디션과 멘탈적 컨디션을 고려해 경기 중 적절히 그리고 꾸준히 먹기 명상을 한다. 다음 라운드에는 그늘집에서 맥주 한잔 대신 심신(心神) 컨디셔닝을 위한 건강 간식을 준비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 김필중 박사는 한국스포츠심리개발원 대표로 서요섭, 박지민, 박지영, 이소영, 성유진, 이승연, 하민송, 김민주, 서어진, 박채윤, 이지현7, 박금강, 김아로미, 김새로미, 윤수아, 김희준, 박도은, 송채민 등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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