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그린 대표 “매력적인 멘탈의 고진영…회복 탄력성 강한 것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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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그린 대표 “매력적인 멘탈의 고진영…회복 탄력성 강한 것 장점”
  • 주미희 기자
  • 승인 2021.10.1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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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4승(메이저 2승)을 거두며 올해의 선수상, 베어 트로피(최소 타수 상), 상금 1위 등 주요 개인 타이틀을 휩쓴 고진영은 지난해에는 4개 대회에만 출전하고도 US 여자오픈 2위, 최종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 우승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상금 1위를 달성했다.

올해는 상황이 달랐다. 지난 6월 약 2년 가까이 지켜오던 세계 랭킹 1위에서 내려왔고 오랜 기간 목표였던 도쿄 올림픽 금메달 획득에도 실패했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최근 4개 대회에서 우승 두 번과 공동 2위, 공동 6위를 각 한 번씩 기록하며 세계 랭킹 1위 탈환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 7월로 범위를 넓히면 최근 6개 LPGA 투어 대회에서 3승을 기록했다.

4년째 고진영의 심리 코치를 하는 정그린 대표는 고진영에 대해 "멘탈이 강하다. 실패하거나 좌절감을 많이들 느끼는데 고진영 프로는 그 순간 딛고 일어서는 회복 탄력성이 굉장히 강하다. 타고난 것과 본인이 배우고 성장하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설명한다.

LPGA 투어 시즌 3승이자 통산 10승째를 거둔 지난 11일. 고진영은 커그니전트 파운더스 컵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 정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실 대회 내내 경기가 끝나면 정 대표에게 연락했다. 그렇게 보이지 않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유독 긴장감과 불안감이 심했다. 전주 숍라이트 LPGA 클래식에서 경기 막판까지 공동 선두를 달리다가 셀린 부티에(프랑스)에게 우승을 내준 잔상이 계속 남았다.

정 대표는 '너의 긴장과 불안이 너무나 큰 에너지로 느껴진다. 그 큰 에너지를 불안과 긴장으로 쓰지 말고 전환해서 쓰자'라고 이야기했다. 고진영은 '쓸데없는 에너지를 치단하고 내가 할 것에만 집중해서 열정적으로 해보겠다'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고진영은 경기에서 에너지 전환을 어떻게 한 걸까.

정 대표는 "긴장되고 불안하면 내가 굉장히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예민해지면 주변의 많은 것들이 보인다. 거슬리고, 나는 못 하는데 저 선수는 너무 잘하는 것 같은 열등의식에 빠질 수도 있다. 주변의 것들을 살펴서 나를 보호하는 장치로 사용하려고 하는 것이지만 이는 오히려 정신이 분산되는 역효과를 가져온다. 주변으로 뻗쳐 있는 생각들을 내 안으로 가져오는 일을 해야 하는데, 진영 프로는 그 방법을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지금 긴장이 어디에서 오는지 인지하고, 내가 원하고 해야 하는 것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고진영은 알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긴장을 매 샷에 쏟아붓는 것, 루틴을 지키는 것, 심호흡하는 것, 스코어보드를 보지 않는 것 등의 간단한 작업을 하는 것이다(실제로 고진영은 파운더스 컵 최종 라운드에서 마지막 18번홀에서 스코어보드를 처음 봤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2년 전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할 때도 이런 훈련을 많이 했다. 우산으로 가려 다른 선수들이 플레이하는 것을 보지 않고 일부러 껌을 씹고 물을 마셨다. 자꾸 나에게 잡생각이 들어올 때 평소에 하지 않는 행동 패턴으로 함으로써 잡생각을 순간 차단하고 방해하는 것이다. 이것이 내 안으로 에너지를 모을 수 있게 행동 패턴을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긴장을 떨쳐낸 고진영은 파운더스 컵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타이틀 방어 성공, 또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2005년)과 유소연(31·2016~2017년)의 LPGA 투어 최장 60대 타수 연속 라운드(14라운드) 타이 기록을 세웠다.

흔들리고 주춤했을 때를 딛고 이뤄낸 성과라 최근 2승이 더욱더 값지다. 앞서 말했듯 고진영은 지난 6월 넬리 코르다(미국)에게 세계 랭킹 1위를 내줬고 8월 열린 도쿄 올림픽에서는 오랜 꿈이던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하고 공동 9위에 그쳤다.

정 대표는 "누구나 등락이 있다. 사람이 목표를 갖고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지친다. 진영 프로는 올림픽 즈음이 지친 시기였다. 어쩔 수 없이 누구에게나 오는 패턴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한다.

오히려 정 대표는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올림픽이 끝난 뒤 좌절감을 많이 맛봤을 텐데, 그런 경우 보통 선수들이 좌절에서 헤어나오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진영 프로는 올림픽이 끝난 뒤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열정 어린 목소리로 '선생님, 저 다시 한번 목표를 설정하고 싶어요'라며 새로운 목표를 창출해버렸다. 좌절한 상태에 머물지 않고 파리 올림픽을 향해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다시 딛고 일어섰다"고 전했다. 이것이 앞서 정 대표가 말한 고진영의 가장 큰 장점인 강한 회복 탄력성이다.

고진영은 정 대표에게 어려운 점을 모두 털어놓는 것처럼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 부분에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데 주저함이 없다. 또한 상황 판단 능력이 좋다. 미련하지 않다고 해야 할까. 올림픽이 끝나고 2주 뒤에 열린 메이저 대회 AIG 여자오픈(브리티시 여자오픈)은 선수로서 포기하기 쉽지 않은데 그동안 올림픽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고진영은 자신에게 휴식과 필요하다고 느끼고 바로 대회에 불참하고 약 한 달 가량을 쉬면서 스윙 코치를 교체하는 등 재정비 시간을 가졌다.

정 대표는 "정말 쉽지 않은 건데 이 부분도 진영이가 가진 최고 장점"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본인이 판단하는 것이 가장 크고 나머지 부분은 조언자들에게 묻고 상의한다. 확인 작업을 꼭 거친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내가 판단하기에 진영 프로는 간절함, 성취욕, 현재 위치를 뛰어넘으려는 성장 욕구가 굉장히 강하다. 심리 코치를 진행하면서 '남들과 경쟁하지 말아라', '그것에 에너지를 분산시키지 말아라', '너의 성장에 집중해라'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한다. 진영이는 그걸 잘한다. 나도 희열을 느끼는 선수"라며 즐거워했다.

정 대표의 설명을 듣다 보니 고진영은 멘탈이 아주 매력 있는 선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 대표 또한 이에 동의했다.

그는 "고진영 프로는 나도 굉장히 재미를 느끼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진영 프로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루키일 때 심리 분석 인트로 과정을 진행한 적이 있다. 당시 열정과 의지, 성장 욕구가 정말 강렬하게 느껴져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영이는 나도 희열을 느끼는 선수"라며 즐거워했다.

■ 정그린
광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일반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주)그린코칭솔루션 대표이사, (사)한국심리학회 회원, 한국코칭심리학회 회원, (사)한국코치협회 인증 코치 K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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