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에티켓 실종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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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에티켓 실종 사건
  • 고형승 기자
  • 승인 2020.02.07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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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주말 가벼운 옷차림으로 콧노래를 부르며 프로 골프 대회가 열리는 골프장으로 향한다. 평소 응원하던 선수의 티오프를 직접 보기 위해 발걸음이 빨라진다. 상쾌한 공기와 초록색 잔디의 조합은 진리다. 이런 최상의 기분을 일순간 무너뜨리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무개념 갤러리. 정작 자신은 어떤 매너 없는 행동을 하고 있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듯하다. 젠장! 

'아저씨, 여기서 이러시면 곤란하다고요. 집에 들어가서 주무세요. 이거 지금 술 냄새는 아니겠지?'

에티켓 가끔 나무 밑에 돗자리를 펴고 김밥이나 간식을 먹는 갤러리가 있다. 물론 이건 에티켓에 어긋나는 행동은 아니다. 하지만 거기에서 잠을 자거나 술을 마시는 모습은 다른 갤러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이니 가급적 삼가는 게 좋다.

'다들 휴대전화를 왜 꺼내 들고 있는 거지? 소리라도 나면 내가 응원하는 선수의 심기가 무척 불편해질 거라고.'

에티켓 오히려 해외에서는 자유롭지만 한국과 일본 투어에서 엄격히 규제하는 게 바로 휴대전화로 선수를 촬영하는 것이다. 약간 규제의 의미가 다르다. 일본은 선수 초상권 보호를 위해서라지만 우리나라는 촬영할 때 소음이 발생하기 때문에 진행 요원(마셜)이 휴대전화를 내려달라고 한다. 진행 요원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퇴장당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룰루랄라. 내 ‘최애’ 선수가 연습 중이구나. 그런데 이 앞에 덩치 큰 코끼리 녀석은 뭐지? 도무지 뭐가 보여야 말이지. 앗,  틈새로 보인다 보여.'

에티켓 솔직히 이건 웃자고 만든 내용이다. 결코 몸집 큰 사람에 대한 비하는 아니니 오해 마시라. 다만 160cm도 채 안 되는 갤러리 앞에 농구와 배구, 거기에 럭비까지 하게 생긴 사람들이 가로막고 있다면 어떨까. 이건 에티켓의 문제라기보다 상대를 좀 배려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진행 요원이 자신의 시야를 가린다고 소리치는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그도 자기 일을 하는 거라고.'

에티켓 가끔 ‘조용히’라는 팻말을 들고 갤러리를 통제하는 마셜에게 선수의 플레이가 보이지 않는다며 고함을 치는 경우가 있다. 그건 마치 배구나 테니스 경기에서 볼 키퍼(선수에게 볼을 던져주는 진행 요원)에게 비키라고 소리 지르는 것과 다름없다. 한마디로 ‘골알못(골프를 알지 못하는 사람의 준말)’임을 떠벌리는 행동이다. 그리고 그 마셜 중에는 당신의 회사 임원이 있을 수도 있다. 골프장 회원들이 가끔 자원봉사를 하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하자.

'이쪽으로 뛰어와요. 그러고 보니 당신이 안고 볼에 입을 맞춘 사람(타이거 우즈)보다 돈이 없네요. 키도 크지 않고요. 배도 좀 나왔어요. 머리도 살짝 벗겨졌죠. 그리고 집에 그린 재킷 대신 초록색 목욕가운만 한 벌 있네요. 그냥 이쪽으로 오지 말고 계속 그 시간을 즐기세요.'

에티켓 우리나라에서 아직 이런 고마운 일(?)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외국에서 경기 도중 뛰어드는 행위는 벌금을 내야 한다. 수영장이나 대중목욕탕으로 착각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그때는 진행 요원도 갤러리의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시킬 방법이 없다.

'점심도 굶고 선수를 따라다녔더니 계속 저 꼬마가 먹고 있는 핫도그가 눈에 들어오네. 푸드 트럭이 어느 쪽에 있지?'

에티켓 대부분 대회장마다 음식을 파는 갤러리 플라자를 운영한다. 가급적이면 그곳을 이용해 음식물을 섭취하고 코스 안까지 들고 들어가는 건 자제하는 게 좋다. 혹시라도 떨어뜨릴 수 있고 코스 내 쓰레기통도 많지 않다. 앞에서 구경하던 어떤 이의 흰색 셔츠가 케첩으로 붉게 물드는 일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와! 선수가 자신의 팬들을 위해 볼을 던져주는군. 부럽다. 어라? 방금 선수가 친 볼을 받으려는 거였다고?'

에티켓 경기 중 인플레이 볼을 건드리는 행위는 절대 삼가야 한다. 문제는 골프를 잘 모르는 당신의 애인이나 이제 막 뛰기 시작한 아이들이다. 그들은 볼을 기념품으로 생각하거나 장난감으로 여기는 경향이 농후하기 때문. 만약 실수로 볼을 건드렸다면 그냥 다시 비슷한 위치에 갖다놓으면 된다. 

'오늘이 핼러윈이었나? 잠깐 내 옆으로 방금 좀비 한 마리가 지나간 것 같은데. 어이쿠. 호랑이도 방금 내 발을 밟고 지나갔어. 저 뒷모습은 양준일이었나? 리베카~'

에티켓 갤러리 의상도 중요하다. 너무 요란하게 차려입으면 선수들의 플레이에 방해가 될 수 있다. 화려한 무늬가 들어가거나 강렬한 색상의 옷은 피하는 게 좋다. 또 특이한 응원도 좋지만 퍼팅 라인을 살피고 있는 선수 맞은편에 다스 베이더 복장을 한 채 광선검을 흔들고 서 있으면 진정한 악의 화신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저기요. 캐디가 곧 당신을 밟고 지나갈지도 모른다고요. 저 선수는 방금 오비를 두 번이나 낸 상황이라고요. 신의 가호가 함께하길!'

에티켓 선수가 샷을 한 이후에 선수와 캐디 그리고 소형 스코어보드를 들고 이동하는 마셜까지 지나가길 기다리는 게 기본적인 예의다. 그리고 그들의 이동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 원활한 경기 진행을 위해 좋다.

'아저씨! 아이한테 좀 양보하세요. 새치기는 하지 마시고요. 오늘만 벌써 일흔네 번째 선수에게 사인을 받으시는 거잖아요.'

에티켓 골프장에도 ‘아주라(경상도 지역 야구 팬들이 아이에게 공을 주라고 연호하는 데서 유래한 말)’는 존재한다. 선수도 아이들을 먼저 챙긴다. 그런데 이를 무시하고 행동하면 따가운 눈총을 피할 방법이 없다. 그럴 땐 제발 중국어나 일본어를 사용하길 바란다.

'가장 앞줄에 서서 비도 오지 않는데 우산을 꺼내 든 건 분명 내가 응원하는 선수를 보지 못하게 하려는 고도의 전략일 거야.'

에티켓 코스와 가장 가까운 쪽(갤러리 통제 로프와 가장 가까운 쪽)에 서서 관전하는 갤러리는 선수가 샷을 하는 순간만이라도 뒷사람을 위해 우산을 접도록 하자. 우산은 이동할 때만 쓰는 것이 관람 에티켓 중 하나다.

'잠깐, 아까 그 우산 든 사람이 어디로 갔지? 저 선인장 앞에 잠깐 세워놓고 싶은데 말이지. (하하) 별다른 뜻은 없어요. 그냥 배경이 예뻐서.'

에티켓 대회장에서 욕을 하거나 선수를 험담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자신의 가방에서 조용히 무기로 활용할 수 있는 물건을 꺼내 들고 당신을 향해 달려들지도 모른다. 혹시 ‘F’로 시작하는 욕설을 무심코 내뱉었다면 빨리 살길을 모색하라. 욕은 갤러리도 선수도 자제하는 편이 낫다.

'바지 지퍼를 내리며 황급히 숲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저 사람은 혹시? 저기요. 방금 그쪽으로 선수가 들어갔다고요. 혹시 그 선수와 눈이 마주치더라도 놀라지는 말아요. 당신보다 먼저 들어갔을 뿐이니까.'

에티켓 국내든 해외든 출입증이 없으면 대회장 클럽하우스 화장실을 쓰는 건 포기해야 한다. 코스에 마련된 간이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비좁긴 하지만 그래도 여름에 에어컨까지 나오는 화장실이다. 제발 코스 사이의 숲속은 피하길 바란다. 독이 바짝 오른 뱀이 당신의 소중한 부위를 공격할지도 모르니까.

'댁이 누구고 어디서 왔는지 잘 모르겠지만 세계적인 선수(조던 스피스) 옆에서 꼭 그렇게 해야만 했나요?'

에티켓 우스갯소리로 표현한 것이지만 이유야 어찌 됐든 골프장에서 구두를 신는 것은 큰 실례다. 하이힐을 신고 갤러리로 관전하겠다고 오는 이도 있다. 9홀이 끝난 후 눈물을 흘리고 있을 게 뻔하다. 잔디가 상하는 것도 문제지만 또각거리는 소리도 문제다. 더 큰 문제는 자신의 척추가 수명을 다하는 것이다. 

[고형승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tom@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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