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멘탈은 누구도 깨부술 수 없어! [People :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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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멘탈은 누구도 깨부술 수 없어! [People : 1712]
  • 김기찬
  • 승인 2017.12.20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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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멘탈은 누구도 깨부술 수 없어! [People : 1712]


2주가량 한국을 방문한 유망주 전영인을 만났다. 최근 몇 년간 우리가 만나온 전인지, 김효주, 박성현 이후 한국 골프를 빛낼 차세대 스타를 찾고 있다면 그를 주목해보기 바란다. 귀여운 얼굴만 보고 쉽게 덤볐다간 큰코다칠 게 뻔하다. 그는 누구보다 강한 멘탈과 퍼포먼스를 갖췄다.

2017년, 열일곱 살의 나이로 아마추어 꼬리표를 떼고 LPGA 회원이 된 전영인은 이제 ‘프로 골퍼’라는 수식어가 이름 앞에 붙는다. 2000년 이후 출생자로는 처음 LPGA에 입회하게 된 것이다. 그것도 최연소로 말이다. 그의 아버지는 PGA 회원이자 교습가로 널리 알려진 전욱휴(월드그레이트티쳐스 대표)다.

전영인은 플로리다 탬파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그는 역삼초등학교와 은성중학교를 졸업했다. 아버지 전욱휴의 말이다. “영인이 뿐만 아니라 큰딸도 현재 이중 국적입니다. 딸들이 한국 문화를 모르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영인이가 한 살 때 한국으로 넘어온 것입니다.”

전영인이 클럽을 잡은 것은 다섯 살 때지만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다. 그로부터 2년 후 미국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고 또 2년 후에는 미국 주니어 골프계를 평정했다. 전영인은 자신이 처음 골프를 하게 된 배경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아버지가 하루는 언니와 저를 불러서 퍼터로 볼을 굴려 홀에 넣어보라는 거예요. 언니는 연신 ‘떨린다’는 말을 반복했고 저는 ‘뭐 어때. 못 넣어도 상관없잖아!’라며 툭 쳤어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아버지는 그 과정을 쭉 지켜보고 저에게 골프를 시켜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더군요. 그래서 저는 훈련이 힘들거나 아버지에게 꾸지람을 들을 때마다 ‘내가 그때 왜 그렇게 행동을 해서 이 고생이지’라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웃음)”

정신력 갑으로 자라난 막내딸

그의 코치는 다름 아닌 아버지 전욱휴다. 딸에게 강한 정신력을 심어주기 위해 매섭게 몰아붙였다. 전영인이 초등학교 6학년 때의 일이다. 전영인의 말이다.

“제주도지사배에서 2위에 올랐습니다. 아버지는 시상식도 보지 않고 대회장을 떠났습니다. 나중에 숙소에 있는 저에게 옷을 입고 따라 나오라고 하더니 제주도에 있는 이발소에 가는 거예요. 이발하는 사람에게 ‘삭발을 해달라’고 말하고는 급히 이발소를 나가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그때 아버지에게 ‘어디 가. 나 머리 자르는 거 지켜봐야지!’라고 말했어요. 하지만 급한 전화를 받는 척하더니 결국은 나갔어요.”

여기까지 들었을 때까지만 해도 에디터의 놀란 눈은 작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전영인은 엷은 미소를 띠더니 말을 이어갔다.

“사실 그전부터 성적이 좋지 않으면 아버지가 저에게 삭발을 시키겠다는 경고를 했어요. 이발소 앞에서 이미 ‘오늘이 그날’이란걸 알았죠. 이발사가 ‘왜 삭발까지 하게 됐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저는 ‘대회에서 2위를 했어요’라고 답했습니다. 정말 난감한 표정을 짓더군요. 아버지도 그 자리에 없었으니까요. 나중에 아버지에게 물어봤더니 ‘차마 딸이 삭발하는 모습은 볼 수가 없어서 나갔다’고 하더군요.”

결국 삭발한 그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 검색대에서 직원이 모자를 벗어보라는 제스처를 취했다가 삭발한 모습에 놀라 다시 쓰게 했다. 집에 들어온 딸의 머리를 본 어머니는 따뜻하게 안아줬다. 그리고는 서로 부둥켜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어머니는 아버지에게도 ‘삭발을 하라’며 화를 냈어요. 물론 아버지는 끝까지 삭발을 하진 않았죠. 일단 삭발하기는 했는데 문제는 다음 대회에 까까머리로 나가야 한다는 게 정말 서럽더군요. 저는 한동안 가발을 쓰고 다녔어요. 이미 선수들 사이에서는 제 머리에 관한 이런저런 소문이 돌더라고요. 한창 사춘기에 그런 일을 겪으니까 대회에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싫더라고요. 그때가 가장 힘든 시기였어요.”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대회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던 도중 화장실에 가기 위해 휴게소에 잠깐 들렀는데 나와 보니 아버지가 사라지고 없었다는 것이다. 휴게소 직원에게 휴대폰을 빌려 어머니에게 전화해도 거리가 너무 멀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 아버지의 화가 풀릴 때까지 하염없이 휴게소에서 기다려야만 했다. 그럼 언젠가는 기다리던 차가 보이곤 했다.

아버지이자 코치인 전욱휴의 교육 방식은 그야말로 스파르타식이었다. 그로 인해 마음의 상처도 남았을 법한데 밝게 웃으며 말하는 전영인을 보고 있자니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엄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그가 버틸 수 있었던 건 어머니의 ‘무한 사랑’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어머니는 항상 따뜻하게 대해줬습니다. 물론 아버지도 왜 그렇게 저를 대했는지 이제는 이해할 수 있어요. 요즘엔 아버지가 ‘정말 미안했다’고 말합니다. 가끔 ‘그때는 왜 그랬어?’라고 물어보면 아버지는 ‘너를 강하게 키우려고’라고 답합니다. 하지만 아버지도 지금은 강하게 하는 것이 무조건 좋은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어요.”

요즘은 그 어떤 부녀 사이보다 친하다며 말을 이어갔다. 오히려 가장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이가 됐다면서 친밀함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어릴 때는(지금도 아직 어리지만) 혼도 많이 나고 그것 때문에 속상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가 됐습니다. 일부러 애교도 부리고 자기 전에는 부모님에게 뽀뽀도 해달라고 하죠. 어머니가 들으면 서운해하겠지만 요새는 아버지가 더 편한 것 같아요.”



아직 열일곱 살 꿈 많은 루키

아버지의 스파르타식 교육 덕분(?)인지 전영인의 가장 큰 강점은 바로 흔들림 없는 경기력이다. 전영인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에서 주니어 국가 대표에 선발됐다. 롤렉스 AJGA 랭킹 4위까지 오르며 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LPGA로부터 리디아 고와 렉시 톰프슨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나이 제한 규정 적용을 유예받아 이른 나이에 프로로 전향하게 됐다.

LPGA에서도 인정하는 부분이 그의 꾸준한 경기력이다. 톱10 진입률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안정적인 퍼포먼스를 낼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스윙에 흔들림이 없다는 뜻이고 이는 또 하체가 단단하게 지지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전욱휴 코치는 “허벅지 사이즈가 스케이트 선수 이상화와 비슷하다”면서 “안정감 있는 스윙을 할 수 있는 비결이다”라고 밝혔다.

아직 미국에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전영인은 2018년 시메트라투어(2부투어) 전 경기 출전권을 확보했다. 22경기 정도 출전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전에는 경기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NWGA(National Women’s Golf Association)에서 주관하는 미니투어에 참가하고 있다. 그는 얼마 전 열린 에그랜즈베스트레이디스클래식(Egglands Best Ladies Classic)에서 프로 신분으로 첫 우승을 차지했다. 처음으로 5000달러(한화 약550만원)의 두둑한(?) 상금도 받았다.

전영인은 아직도 ‘프로 골퍼’라는 호칭이 어색하다. 자신이 롤모델로 생각하던 안니카 소렌스탐이나 로레나 오초아처럼 LPGA투어에서 활동할 기회가 주어졌지만 꿈만 같은 일이다. 전영인의 말이다.

“롤모델의 기준은 오래 투어에서 활동한 선수입니다. 제가 초등학교 때 인터뷰한 걸 보면 ‘안니카 소렌스탐처럼 골프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는 인물이 되고 싶다’고 했어요. 제 목표가 마흔 살까지 투어에서 활동하는 것입니다. 마치 일반 직장인처럼 오랫동안 투어 생활을 해보고 싶어요. 솔직히 10년이 지나도 저는 스물일곱 살입니다. 만약 그때 은퇴를 하게 된다면 남은 인생은 무엇을 하면서 보낼 수 있을까요? 아버지와 LPGA투어에서 500개 대회를 참가한 이후에 은퇴를 생각해보자고 약속한 적이 있어요.”

어린 나이로 프로 전향을 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게 부담일 수도 있지만 전영인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누군가의 딸로 관심을 받아온 기간이 꽤 길기 때문이다.

“내가 바라왔던 목표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일단은 루키 해에 우승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이건 아직 아버지와 상의한 내용은 아니지만) LPGA투어에서 처음으로 상금을 받으면 그건 기부를 하고 싶어요. 아 참,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는 5달러 정도는 남겨놓고요.”

Chun Young In 전영인 / 17세 / 브라보앤뉴 학력 : 역삼초-은성중-코너스톤아카데미 2학년 재학 중 경력 : 미국 주니어 국가 대표(2014~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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