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 사람에게 받은 상처 , 사람으로 치유하다 [People :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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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 사람에게 받은 상처 , 사람으로 치유하다 [People : 1609]
  • 김기찬
  • 승인 2016.09.2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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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 사람에게 받은 상처 , 사람으로 치유하다 [People : 1609]

사진_공영규 / 헤어&메이크업_파크뷰칼라빈by서일주 / 의상 협찬_어헤이트, 메롱샵 / 주얼리 협찬_브릴리브

고진영, 사람에게 받은 상처 , 사람으로 치유하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고진영의 팬인가? 만약 그렇다면 이어지는 인터뷰 내용을 굳이 살펴볼 필요가 없다. 이미 당신은 그녀에 대해 A부터 Z까지 많은 것을 알고 있을 테니까. 하지만 평소 당신이 고진영에 대해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면 지금부터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길 바란다. 그래도 그 이미지가 변함이 없다면 그녀의 진심을 100% 전달하지 못한 에디터를 욕해도 좋다. 글_고형승

3월부터 쉴 새 없이 달려오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가 올림픽 기간을 맞이해 짧은 방학을 맞았다. 방학이라고 하기에도 무색할 정도로 아주 짧은 일주일간의 휴식 기간이지만 모처럼 찾아온 달콤한 시간이었다. 정말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에디터의 책무를 다하고자 미안함을 무릅쓰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최근 BMW레이디스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시즌 2승째를 거둔 고진영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녀가 국가상비군이던 2012년에 인터뷰를 하고 4년 만이다. 그동안 그녀에게는 많은 일이 있었고 그때보다 한 뼘은 성장해 있었다. 실력은 물론 내면까지 말이다. 자, 이제 그동안 끼고 있던 색안경을 내던지고 있는 그대로를 바라볼 준비가 되었는가. 고진영이 한 말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각색은 최소화하고 문답 형태로 구성했다.

골프다이제스트 : 요즘 플레이하기 덥지 않나? 고진영 : 경북 경산에서 열린 대회에 참가했을 때가 가장 더웠던 것 같다. 그때는 플레이하면서 많이 지쳤다. 바로 다음 주 대회가 제주도에서 열린 삼다수마스터즈였는데 그때도 더운 편이었다. 하지만 이미 내 몸은 ‘이 정도 더위쯤이야’ 하며 적응이 된 상태였다. 오히려 크게 덥다는 걸 못 느꼈다.

그렇게 더울 때는 어떻게 하나? 평소에도 대회 전에는 연습 그린에서 퍼팅 연습을 오래 하지 않는다. 더울 때는 그 시간이 더 짧아진다. 최대한 그늘을 찾아 어슬렁거린다. 제아무리 골프 선수라도 더운 건 어쩔 수 없다. 더위를 이겨내고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평소에 잘 먹어야 한다. 살이 찌는 걸 걱정할 여력이 없다. 나는 요즘 장어를 많이 먹는다. 라운드할 때는 물을 습관적으로 마신다. 이동할 때는 물론, 샷을 하기 전후로 계속 마신다. 입에서 거의 떼지를 않는다.

올해부터 외국인 캐디 딘 허든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데 어떤가? 나는 영어를 아주 능숙하게 잘하는 편이 아니다.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말을 할 수가 없다. 서로가 말을 아낀다. 오히려 그런 부분이 더 좋은 것 같다. 물론 딘이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하는 말 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으니 문제가 될 것은 없다. 가끔 선수와 캐디가 쓸데없는 말을 주고받는 경우가 있다. 또 선수가 집중하고 싶을 때 캐디가 말을 걸어와 흐름이 깨지는 경우도 있다. 우리에게 그런 일은 없다.

그가 베테랑 캐디라는 게 느껴지나? 딘도 선수인 나를 믿는 것 같고 나도 딘을 믿기 때문에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사이가 됐다. 캐디 입장에서는 선수가 실수해도 언제든지 만회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선수가 흔들릴 때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도 중요하니까. 또 딘이 거리나 바람을 잘 판단해 알려주기 때문에 나도 그를 믿는다.

이번에 BMW레이디스챔피언십에서 우승을 거뒀다. 마지막 날은 누가 어떻게 따라오는지 잘 모르고 있었다. 17번홀까지는 스코어에 대해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이)민영 언니와 함께 플레이했는데 언니랑 접전일 것이라고만 생각했고 오로지 그 부분에만 신경 쓰고 있었다. 그래서 끝까지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17번홀에서 버디를 잡으면서 흥분했다. 우승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18번홀로 향하는 길에 나는 이미 흥분을 감추기 어려울 정도였다.

당연히 그런 상황이라면 누구나 흥분했을 것 같은데 무슨 문제라도 있었나? 나는 딘에게 할 말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는 이미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대충 짐작했던 것 같다. 그는 끝날 때까지 아무 말도 꺼내지 말라고 했다. ‘긴장을 절대 풀지 말라’는 뜻이었다. 그때 딘이 아주 단호하게 이야기해서 무서울 정도였다. 평소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는데 그렇게 강하게 말하니 무서웠다.

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나? 사실 18번홀 세컨드 샷을 끝내고 서드 샷 지점으로 향하면서 말하려고 했다. 그 내용은 ‘이렇게 큰 규모의 대회에서 우승하는 걸 오래전부터 꿈꿔왔고 기다려왔다. 이런 순간을 함께해줘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그런데 딘은 퍼팅이 끝날 때까지 말을 아끼라고 조언했다. 나는 딘이 왜 그렇게 행동했고 말했는지 충분히 이해한다. 아직 내가 그런 부분에 있어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마지막 우승 퍼팅을 하고 딘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그제야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전했고 딘은 아주 짧게 “축하한다”고 했다. 그는 그런 사람이다. 과하게 흥분하거나 한 번 우승한 것으로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행동하지 않는 성격이다. 평소에는 개구쟁이 같은 모습도 보이지만 필드에서는 아주 단호하고 냉철하다.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이었는데? 올해 열린 KG•이데일리레이디스오픈도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이었고 이번이 두 번째다. 주니어 선수 시절에도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많이 했다. 사실 밑에서 치고 올라가는 게 선수로서는 부담감이 덜하긴 하다. 첫날을 선두로 마무리했을 때는 들뜨는 것도 있고 부담감이 있다. 하지만 그 부담감이 부정적으로 오느냐, 긍정적으로 오느냐에 달렸다. 스트레스도 부정적인 스트레스와 긍정적인 스트레스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과학적으로 증명된 게 아니라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말이다.

그럼 라운드 내내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나? 당연하다. 선수가 안 될 때는 부정적인 생각의 늪에 계속 빠져들 수밖에 없다. 그 부분을 컨트롤하기가 가장 어렵다. 하지만 딘이 캐디를 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부모님의 반응은 어땠나? 대회가 끝나고 집에 늦게 들어갔다. 부모님과 늦은 저녁 식사를 하고 들어갔는데 집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나에게 “멋있다”고 말했다. 평소 칭찬에 인색하던 부모님으로부터 ‘멋있다’는 말을 듣는다는 건 무척 ‘멋있는’ 일인 것 같다.

골프다이제스트와는 주니어 선수 시절에 인터뷰를 하고 오랜만이다. 그동안 많은 일을 겪은 것 같다. 루키 때 여러 구설에도 오르고 마음을 많이 다친 것 같은데 그때 심경은? 그때는 정말 사람이 무서웠다. 투어에 제대로 적응하지도 못했다. 신인이다 보니 투어의 분위기를 잘 몰랐던 것 같다. 아무래도 나이가 어린 신인이었고 경험도 없다 보니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몰랐다. 운이 안 좋게도 사실이 아닌 기사가 나가는 바람에 지금도 그 이미지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그래서 언론을 대할 때 상당히 예민해진다. 아직도 그건 내게 트라우마다.

특히 어떤 기사가 문제였나? 내가 우승하려고 일부러 (김)효주의 스코어를 잘못 기재했다는 식의 기사가 나왔다. 그 내용은 정말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대회 시스템상 일부러 스코어를 틀리게 쓸 수도 없다. 선수들이 서로의 스코어를 확인하고 또 리얼타임 스코어를 입력하는 홀 마커나 조 마커(공식 기록원)가 별도로 따라다니면서 집계하기 때문이다. 일부러 속이고 싶어도 속일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사가 너무 과장된 부분이 많았다. 정말 억울했다.

기사가 나간 이후에 김효주와 만났을 때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김)효주는 그 일에 대해 언급하지도 않았다. 효주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 일로 인해 효주와 불편한 관계가 됐다거나 그런 건 전혀 없다. 예전처럼 잘 지내고 있다. 다만 그 기사 때문에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건 사실이다.

그 일을 겪었을 때 어떤 심경이었나? 아무래도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많이 받았다. 사람들을 편하게 대하기도 어려웠고 진심으로 대하기도 어려웠다. 그때는 부모님과 팬들이 큰 힘이 됐다. 그 이후에 스코어 관련 문제가 내 꼬리표가 되어 따라다니고 있다. 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사실이 아닌 내용일지라도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선입견을 품고 바라보는 것 같다. 나는 그 일을 겪으면서 행동거지를 정말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무리 사소한 부분이라도 내가 더 신경 쓰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참 동안 사람들의 시선이 무서울 때가 있었다. 그때는 정말 독하게 연습했고 투어 생활도 더 악착같이 했다.

지금은 선배나 동료 선수들의 시선이 많이 달라졌나? 이제는 과거의 기사가 잘못된 것이란 걸 언니들도 알게 됐다. 시간이 많이 흘렀기 때문에 언니들과 친해질 기회도 있었고 고진영이라는 사람이 어떻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더는 나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지 않는다.

요즘엔 어떤 선수와 친하게 지내나? (조)정민 언니와 (권)지람 언니와 공식 연습 라운드를 함께 한다. 정민 언니는 감이 좋아서 쇼트 게임에 강하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시도하고 연습하는 것 같다. 많이 배우고 있다. 언니가 잘하는 부분은 곁눈질이 아니라 대놓고 보면서 흡수하고 있다.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는 느끼는 대로 해본다. 지람 언니는 성격이 워낙 쾌활해서 함께하는 시간이 즐겁다.

자신을 어떤 타입의 골퍼라고 생각하나? 나는 사실 어중간한 골퍼다. 감각이 다른 선수처럼 뛰어난 것도 아니다. 그래서 나만의 색깔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감각적인 부분은 타고나야 한다. 또 외국에 살면서 수많은 경험을 하고 연습도 많이 해본 선수들의 감각이 더 뛰어나다.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기 때문에 연습밖에 방법이 없다. 꾸준한 연습이 없으면 감각이 좋은 골퍼를 따라가기 무척 힘들다.

"외국에 살면서 수많은 경험을 하고 연습도 많이 해본 선수들의 감각이 더 뛰어나다.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기 때문에 연습밖에 방법이 없다. 꾸준한 연습이 없으면 감각이 좋은 골퍼를 따라가기 무척 힘들다."

BMW레이디스챔피언십이 끝나고 상금 랭킹 1위인 박성현과의 상금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았다. 그런데 박성현이 제주삼다수마스터즈에서 우승하며 상금 차이가 다시 벌어졌다. 남은 대회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할 것인가? 시즌 초부터 세웠던 목표는 상금 랭킹이나 다른 타이틀에 대한 욕심을 내지 않았다. 스윙도 교정했고 바뀐 스윙으로 1승만 거둬도 성공이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 나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작년 하반기에는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성적이 좋지 않았다. 올해는 아직 체중이 크게 변하지 않았고 스윙도 작년과 다르게 꾸준히 유지되고 있어서 시즌 끝날 때까지만 이 페이스를 유지하면 좋겠다.

지난해 KLPGA 미디어데이에서 한 ‘다 해먹겠다’는 발언 때문에 구설에 오른 적도 있었는데? 그건 내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자신감으로 내비친 발언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단지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스코어 오기 기사나 미디어 데이에서의 발언으로 나에 대해 좋지 않은 선입견을 품었던 것 같다. 그런 부분은 정말 신경 쓰고 싶지 않다. 물론 나도 사람인지라 툭툭 던지는 말에 상처를 받기는 하지만 내 성격상 거짓으로 사람들을 대하고 싶지는 않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

원래 성격이 직설적이고 하고 싶은 말은 꼭 해야 하나? 그렇다.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성격 자체가 해야 하는 말은 꼭 해야 하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다. 하지만 그 성격을 나쁘게 볼 수도 있다. 그 부분도 인정한다.

주니어 선수 시절에 정희원의 캐디를 한 적이 있었다. 간접적으로 KLPGA투어를 봤을 때와 막상 프로 데뷔 이후에 경험한 투어는 어떻게 다른가? 캐디를 할 때는 지금보다 시야가 더 넓었던 것 같다. 선수가 플레이하는 걸 도와주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그건 당연하다. 요즘은 선수로서 플레이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볼에만 신경 쓸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때보다 시야가 좁아진 느낌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가 정말 재미있었던 것 같다. 아일랜드골프장에 갈 때마다 그때가 생각난다. 항상 웃음이 나는 곳이다.

최근에 가장 고민 되는 게 있나? 불현듯 ‘몸이 안 좋아져서 골프를 그만두게 되면 나는 뭘 해야 하지’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아직 어리지만, 겁이 많고 건강에 예민한 스타일이라 그런 걱정을 하는 것 같다. 집에서 나는 가장의 역할을 하고 있고 부모님과 함께 투어를 다니고 있다. 내가 벌어들이는 상금으로 살고 있는데 ‘만약 내가 그런 역할을 더는 하지 못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고민이 있다. 또 ‘갑자기 슬럼프가 찾아와서 플레이가 잘 안 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도 한다. 슬럼프가 왔을 때는 발버둥 치기보다는 그냥 모든 걸 내려놓고 ‘한 번 갈 데까지 가보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일단 부딪쳐보려고 한다. 생각처럼 그렇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프로 데뷔 3년째가 됐다. 느낌이 신인 때나 작년과 다른가? 신인 때는 정말 겁 없이 플레이했다. 작년에는 ‘2년 차 징크스’를 겪지 않으려고 연습을 많이 했다. 지금은 아무런 생각이 없다.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건 나쁜 의미가 아니다. 그만큼 투어에 적응하고 신경이 거슬리거나, 뭔가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압박이 없어졌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만약 올해 상금 랭킹 1위에 오른다면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나? 솔직히 상금 랭킹 1위에 대한 욕심은 없다. 그러므로 아직 어떤 계획을 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래도 만약에 1위에 오른다면? 계속 우리나라에서 플레이해야 하지 않을까. 아직 해외 진출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다. 빨리 갈 수 있는 곳이 아닌 것 같다. 충분히 준비한 후에 가는 게 맞는 것 같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일본LPGA투어는 경험해보고 싶다. 만약 간다면 일본에 먼저 갈 것이다.

부상이 없이 이렇게 플레이를 잘할 수 있는 특별한 비결이 있나? 올해는 김사랑 트레이너와 함께 투어를 다니고 있다. 일주일에 사나흘씩 운동하고 마사지도 받고 그러니까 작년보다 피로가 덜 쌓이는 것 같다. 여자 트레이너라서 함께 방도 쓰고 식구처럼 생활하고 있다. 빠지지 않고 운동할 수 있어서 좋고 컨디션을 계속 최고의 상태로 유지할 수 있어 좋다. 평소에 하는 트레이닝은 기구가 아닌 맨몸 운동이라 크게 무리가 가지 않는다. 내가 견딜 수 있는 만큼만 근력 운동을 한다. 꾸준히 하던 프로그램이 있으니까 그걸 위주로 진행한다. 내가 조금 더 보완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거나 어느 부분이 약하다고 느껴지면 트레이너에게 바로 말한다. 그러면 그것에 맞게 또 프로그램을 만들어준다.

대회를 앞두고 징크스가 있나? 대회 중에는 고기를 잘 먹지 않는다. 오후 티오프일 때는 오전에 시간이 많으니깐 상관없는데 오전 티오프일 때는 몸이 무거워지는 느낌이다. 오히려 더 피곤함을 많이 느낀다. 그래서 오전 티오프일 때는 최대한 가볍게 먹고 자는 편이다. 대회 중에 부모님이 미역국을 먹지 않는 징크스가 있었다. 그래서 이번 삼다수 대회 때 일부러 미역국을 먹었다. 그 징크스를 깨기 위해 함께 먹었는데 역시 성적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나는 그 대회에서 공동 8위에 올랐다.

올해 대회 중 가장 아쉬웠던 대회가 있었다면? 없다. 항상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고 우승하기 위해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을 뿐이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그 결과에 승복하면 된다. 단지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계속 보충하면 된다.

그럼 가장 만족스러웠던 대회는? 당연히 우승했던 대회가 만족스럽겠지만 나는 좀 다르다. 버치힐에서 열린 초정탄산수용평리조트오픈이 더 만족스러웠다. 공동 78위로 컷 탈락했지만 배운 게 정말 많은 대회였다. 나는 그 대회의 디펜딩 챔피언이었고 주위의 높은 기대도 있었고 스스로 가진 부담도 있었다. 올해 목표 중 하나가 컷 탈락은 하지 않는 것이었는데 그것이 깨진 대회였다.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을 했다. 컷 탈락하는 게 무서우면 대회에 나가지 않으면 된다. 그 바로 다음 대회가 BMW레이디스챔피언십이었는데 그로 인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

프로 데뷔 이전과 프로 데뷔 이후 골프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었나? 예전에는 집안이 부유하지 않은 상황에서 골프를 했다. 하지만 그걸 내가 피부로 느끼지는 못했다. 어려서 그런 상황을 잘 모르고 열심히 골프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어려운 가운데서도 부모님이 골프를 시키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그래서 지금은 모든 것이 더 진지해졌다. 가장으로서의 내 역할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생활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스물두 살이 비록 어린 나이일 수는 있지만, 투어 3년째고 부모님이나 주위에서 내게 거는 기대도 높으니까 마냥 어린애처럼 골프를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그래서 예전보다 골프를 더 진지하게 대하게 됐고 대회마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





고진영에게 골프란?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

골프 외에 관심이 있는 것은? 많다. 음악도 듣고 미술관에도 간다. 하지만 시간이 많지 않아서 못하는 경우도 있다. 나중에는 이탈리아의 피렌체도 가보고 싶다. 책에서 봤는데 정말 멋있는 곳인 것 같다.

결혼은? 언젠가는 가겠지만 서른 살은 넘기고 싶지 않다. 그때 신혼여행으로 피렌체에 가고 싶다. 일찍 결혼해서 투어 생활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머릿속으로 항상 떠올리는 말이 있나?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들이 있다.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팬들도 내게는 그런 존재다. 항상 힘이 난다. 대회 때는 ‘강하고 담대하라’, ‘두려워하지 말고 놀라지 마라’라는 문구를 야디지에 써놓고 계속 되뇐다. 효과가 있다.

실수를 범했을 때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은? 모자를 한 번 올렸다가 다시 쓴다. 열을 빼낸다는 생각으로 하는 행동이다. 또 모자를 벗으면서 안 좋았던 생각을 날려버린다는 일종의 나만의 의식이다. 다시 쓸 때는 모자챙을 조금 더 꽉 조이면서 집중력을 높이려고 한다. 경기의 흐름은 내가 어떻게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흐름은 타는 것이다. 기회가 올 때까지 그냥 기다린다.

긴장될 때는 어떻게 하나? 물도 마시고 노래를 흥얼거린다. 요즘엔 영화 <싱 스트리트>에 삽입된 OST와 김범수의 ‘투 미(To Me)’를 자주 흥얼거린다. 아마 갤러리가 볼 때는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것처럼 보일 테니까. 또 갤러리가 옆에 있으면 그들이 어떤 옷을 입었는지 보기도 한다. 그들이 어떻게 걷는지도 유심히 살펴본다. 최대한 다른 생각을 하기 위해 하는 행동이다.
기억에 남는 갤러리는? 예쁘다고 해주는 갤러리는 늘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불쾌해서 기억에 남는 갤러리도 있다. 대회 중에 내 스코어를 물어보는 경우다. “고 프로 지금 몇 개 쳤어?”라고 물어볼 때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그때는 “몰라요”라고 말하고 지나친다. 대회에 집중하고 있는 선수에게 그건 매너가 아닌 것 같다.
남은 대회 중 욕심이 나는 대회는? 아직 메이저 대회의 우승이 없다. 그중에서도 KB금융스타챔피언십 우승컵이 가장 욕심이 난다.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건 정말 짜릿하지 않을까.
프로 골퍼 고진영을 앞으로 사람들이 어떻게 바라봐주길 원하는가? 고집은 있지만, 그 고집은 골프에서만 나타난다. 인간적인 냄새가 나는 골퍼로 봐줬으면 좋겠다. 아직은 많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눈 것도 아니기 때문에 나에 대해 잘 모르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일일이 설명할 수도 없다. 가식적으로 하는 행동은 언젠가는 드러날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내가 보이고 싶은 대로 나만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싶다. 그 모습을 봤을 때 정말 괜찮다는 생각이 들면 나를 응원해줄 거고 그게 아니라면 다른 선수를 응원할 것이다. 무작정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테니까 이해해달라’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못하면 당연히 문제가 될 것이다. 내가 그렇게 유별나고 튀는 언행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달라. 선수는 항상 잘하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하지만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는 그 누구보다 속이 상하는 사람이 바로 선수 자신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웃어야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선수들을 대신해 한마디 하자면, 그들은 아무리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오더라도 화면에 비칠 때는 웃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또 ‘왜 인상을 쓰냐’, ‘화가 난 것처럼 보인다’라면서 욕을 한다. 볼이 잘 맞지 않는데 어떻게 웃을 수가 있나. 아무리 프로 골퍼라도 그건 오히려 플레이를 방해하는 스트레스 요인이다. 심지어 외국에서는 클럽을 던지고 부러뜨리는 경우도 있는데 우리는 단지 표정이 어둡다는 이유만으로 비난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럼 선수들은 더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팬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선수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봐주고 응원해줬으면 좋겠다는 것. 일부러 예의 없게 하는 행동이 결코 아니니까. 필드 위에서는 강하게 보여도 밖에서는 그렇지 않은 선수가 정말 많다. 텔레비전으로 보이는 게 전부일 수는 없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런 스트레스를 참아내고 웃어넘기기엔 아직 내가 어린 것 같다.
Ko Jin Young
고진영 : 나이 21세 신장 168cm 소속 갤럭시아SM 후원 넵스 KLPGA 입회 2013년 통산 우승 6승, 넵스마스터피스(2014년), 넥센·세인트나인마스터즈, 교촌허니레이디스오픈, 초정탄산수용평리조트오픈(이상 2015년), KG·이데일리레이디스오픈, BMW레이디스챔피언십(이상 2016년)
무리 없고 자연스러운 샷
고진영의 드라이버 샷은 군더더기가 없으며 깔끔하다. 그녀는 백스윙 톱에서 피니시까지 겨드랑이를 붙인 채 클럽을 휘둘러야 더 안정적인 스윙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글_고진영 / 정리_고형승
대부분의 아마추어 골퍼들은 볼을 멀리 보내기 위해 백스윙할 때 겨드랑이가 몸에서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겨드랑이를 밀착시킨 채 백스윙을 해야 견고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고 간결한 스윙을 구사할 수 있다. 팔이 벌어지면 클럽이 일정하게 올라가지 않고 심지어 오버스윙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백스윙뿐만 아니라 피니시할 때까지 겨드랑이를 붙인 채 자세를 유지하는 느낌을 가져야 볼이 일관성 있게 날아간다.
BACKSWING 백스윙 겨드랑이를 붙인 채 백스윙 톱 자세를 취하기가 힘든데 이런 경우는 수건을 끼고 떨어지지 않게 연습하는 것이 좋다. 주의할 점은 겨드랑이를 붙이기 위해 어깨와 팔에 힘이 많이 들어가면 어깨 회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오히려 거리 손해를 볼 수 있다. 힘을 빼야 더 잘 붙는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고진영의 백스윙 백스윙 톱에서 손의 위치가 높지 않고 어깨 턴이 충분히 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오른쪽 무릎이 밀리지도, 뒤로 빠지지도 않고 제자리에서 그대로 백스윙 자세를 취하고 있다. 척추를 기준으로 제자리에서 정확하게 회전이 되는 무리 없는 백스윙 톱 포지션이다.
FINISH 피니시 피니시도 겨드랑이를 최대한 붙이는 게 중요하다. 머리를 고정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피니시할 때까지 머리가 볼 뒤에 남아 몸이 ‘C’자 형태가 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볼을 치고 나서는 머리가 나가도 상관없다. 머리에 신경을 쓰지 말고 오히려 겨드랑이를 붙이는 데 더 주안점을 둬야 한다. 왼발에 힘을 주고 밀어주면 자연스럽게 이런 동작이 나온다. 고진영의 피니시 백스윙은 무게중심의 이동이 없었지만 피니시에서는 완전하게 왼발에 체중이 실린 모습이다. 왼쪽 무릎을 지나치게 버티지 않고 자연스럽게 돌아간 허리 회전을 볼 수 있다. 양팔의 힘이 충분이 빠진 상태에서 상체는 완전히 목표 방향으로 돌아간 완벽한 피니시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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