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지의 생명선…그토록 예민한 ‘그루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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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지의 생명선…그토록 예민한 ‘그루브’
  • 서민교 기자
  • 승인 2023.06.0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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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윤석우(49비주얼스튜디오)
사진=윤석우(49비주얼스튜디오)

쇼트 게임에서 웨지의 중요성은 설명이 필요 없다. 디자인 변화가 가장 적은 웨지. 그럼에도 웨지의 생명선인 그루브는 가장 예민한 클럽 역사를 갖고 있다. 

그루브(Groove)는 클럽 페이스에 깊게 파인 여러 개의 홈이다. 골프 클럽 가운데 그루브가 없는 아이언이나 웨지는 없다. 그중에서도 쇼트 게임을 좌우하는 웨지는 그루브가 생명선과 같다. 그루브가 수명을 다하면 웨지를 교체해야 한다. 그루브는 임팩트 때 클럽 페이스와 볼이 접촉해 생기는 마찰력을 높여 스핀양을 증가시킨다. 또 물과 흙, 모래, 잔디 등 이물질을 흡수해 스핀력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스핀양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그루브가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볼은 스핀력을 잃는다. 그린에 볼을 세우기 힘들고 컨트롤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이를테면 자동차 타이어 표면의 홈이 없다고 생각해보자. 아찔한 상상이다. 마모가 심한 타이어는 홈이 무뎌져 미끄럼 제어 능력을 상실한다. 브레이크를 밟아도 급정거를 할 수 없다. 더구나 빗길이라면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이와 같은 원리인 웨지의 그루브는 이토록 중요한 기능을 갖는다. 

아마추어 골퍼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다양한 14개의 클럽 스펙만큼이나 웨지 그루브는 프로 골퍼에게 매우 예민하고 퍼포먼스를 위한 중요한 요소다. 이를 방증하듯 골프 클럽 역사에는 그루브를 둘러싼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1948년 US오픈에서는 선수들의 그루브 검열로 갈등을 빚었고, 1967년 라이더컵에서는 서로 그루브 규정을 어겼다며 미국과 유럽팀 선수들 간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가장 치열하고도 유명한 소송 사건은 1980년대 터졌다. 

‘골프계의 에디슨’으로 불렸던 핑골프 설립자 카스텐 솔하임에 대한 눈물겨운 이야기다. 솔하임은 고작 1mm도 되지 않는 홈 때문에 수년간 법적 공방에 시달리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한쪽 눈의 시력까지 잃었다. 문제가 된 클럽은 솔하임이 1985년 출시한 핑 아이(EYE)2 아이언이었다. 이 모델은 최초의 U자형 그루브를 채용한 혁신적인 제품이었다. 솔하임은 페이스가 마모되더라도 홈의 너비가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종전 V자형을 U자형으로 홈을 팠고 ‘날카로운 가장자리를 가지면 안 된다’는 규정에 따라 모서리 부분을 둥글게 만들었다. 하지만 미국골프협회(USGA)는 핑 아이2의 그루브 모서리 곡면 부분의 너비가 한계 규정인 0.035인치(0.9mm)를 어겼다고 주장했고, 솔하임은 규정상 그루브 내벽 사이 간격이기 때문에 룰 적합이라고 맞섰다. 이어 솔하임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도 소송을 벌인 끝에 승소했으나 무려 4년간 지속된 상처뿐인 전쟁이었다. 

사진=윤석우

이후에도 끊임없이 논란의 중심에 섰던 그루브 규정은 2010년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USGA가 새 그루브 규정을 만들어 지금까지 시행하고 있다. 그루브 규정을 살펴보면 ‘V’ 타입은 가능하고 ‘U’ 타입이나 ‘ㄷ’ 자를 옆으로 누인 타입은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① 그루브는 평행하게 일직선으로 파여야 한다. ② 로프트가 25도 이상인 클럽은 그루브 단면이 평평해야 한다. ③ 그루브의 너비, 간격, 단면은 모두 일관돼야 한다. ④ 그루브 모서리의 굴곡 반지름은 0.010인치(0.254mm) 이상인 원형이어야 한다. ⑤ 그루브 너비는 0.035인치(0.9mm), 깊이는 0.020인치(0.508mm)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 ⑥ 그루브 간 간격은 그루브 너비의 3배 이상, 0.075인치(1.905mm) 이상이어야 한다. 이 그루브 규정은 2014년부터 아마추어 선수에게도 적용됐고, 일반 아마추어 골퍼는 2024년부터 사용이 제한된다. 이 같은 까다로운 그루브 규정은 ‘장비에 의해 골프가 쉬워지면 안 된다’는 R&A와 USGA의 보수적인 성향이 배경에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티 샷이 페어웨이와 러프에 떨어졌을 경우 골퍼에게 보상과 벌이 주어져 변별력을 높이기 위함이기도 한데, 꽤 설득력이 있다. 그루브가 스핀양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우리는 그루브가 스핀양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 궁금했고, 스포츠산업기술센터(KIGOS)에서 스윙 로봇을 활용해 극단적인 테스트를 진행했다.

▲ 그루브에 따른 웨지 테스트 결과.
▲ 그루브에 따른 웨지 테스트 결과.

로프트 56도의 클리브랜드 웨지 두 개로 테스트를 했는데, 그루브가 심하게 마모된 것과 사용하지 않은 깨끗한 그루브를 유지한 웨지다. 하나는 클리브랜드의 전설적인 588 웨지, 다른 하나는 클리브랜드 RTX6 집코어 웨지다. 그루브 상태에 따른 결과도 궁금했지만, 클럽 기술 발전의 차이를 직접 확인하고 싶기도 했다. 스핀양 차이는 예상보다 훨씬 컸다. 마모가 심한 그루브 웨지의 스핀양이 깨끗한 새 그루브 웨지보다 백스핀양이 평균 2500rpm 이상 낮았다. 엄청난 차이다. 그루브 상태의 중요성도, 기술의 발전도 한눈에 알 수 있는 테스트 결과였다. 

(위부터) 클리브랜드 RTX6 ZIPCORE, 캘러웨이 JAWS RAW, 타이틀리스트 VOKEY DESIGN SM9, 테일러메이드 HI-TOE 3, 코브라 SNAKEBITE. 사진=윤석우

◇ 클리브랜드 RTX6 ZIPCORE

일반적인 웨지보다 2개 더 많은 19개 그루브로 스핀양을 늘렸고, 그루브 사이에 수천 개의 마이크로 그루브를 레이저 패턴으로 새겨 접지력을 더욱 향상시켰다. 또 로프트가 커질수록 마이크로 그루브 패턴을 더 촘촘하게 적용했다.

◇ 캘러웨이 JAWS RAW

37도로 깎아 날카로운 37V 그루브로 페이스 밀착력을 높여 공격적인 홀 공략이 가능하도록 했다. 새롭게 그루브 사이에 마이크로 밀링 처리한 그루브를 20도 각도로 배치해 그린 주변 칩 샷과 피치 샷의 스핀력을 개선했다. 시간이 지나면 녹이 나도록 도금하지 않았다. 

◇ 타이틀리스트 VOKEY DESIGN SM9

SM6 이후 처음으로 그루브를 업그레이드했다. 새로운 그루브 커팅 프로세스는 모든 홈이 개별적으로 섬세하게 커팅된 마이크로 텍스처 그루브다. 스핀 밀드 그루브는 라인이 표면의 일부가 아닌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게 절단 공정해 그루브 라인의 가장자리 반경이 더 일정하고 예리해졌다. 

◇ 테일러메이드 HI-TOE 3

더 커진 그루브 사이에 살짝 돌출된 마이크로-리브는 표면을 더 거칠게 만들어 볼과의 접지력을 높인다. 페이스와 그루브에 도금을 하지 않은 공정을 통해 그루브 가장자리의 예리함을 유지했다. 미스 샷 빈도가 높은 토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54도 이상 로프트에는 페이스 끝까지 그루브를 넣었다. 

◇ 코브라 SNAKEBITE 

전략적 그루브를 적용한 코브라는 48~54도 로프트에는 좁고 깊은 그루브를, 56~60도 로프트에는 페이스 끝까지 이어지는 풀 페이스 그루브를 고수했다. 초정밀 CNC 밀링 스네이크바이트 그루브는 기존 모델보다 11% 
더 깊고 모서리는 40% 더 날카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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