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코스] 명문 클럽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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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코스] 명문 클럽의 조건
  • 서민교 기자
  • 승인 2023.05.30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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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는 자연과의 교감과 도전의 골프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전국 각지의 땅을 찾아 나서는 심혈을 기울인 끝에 제주 서귀포의 오름 사이에 보석처럼 숨어 있던 땅을 찾았다. 
클럽나인브릿지 제주.

골프 코스가 세계적인 명문 클럽으로 인정받기 위한 자격 요건은 까다롭다. 역사와 전통을 갖추거나 빼어난 자연환경이 배경이거나 골프 문화 발전에 이바지하거나. 클럽나인브릿지는 명문 클럽의 조건을 만들어가고 있다. 

전 세계 골프 통계를 집계하는 미국의 내셔널골프파운데이션(NGF)과 2년마다 NGF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세계의 골프(Golf Around the World)>를 발간하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에 따르면 미국 사모아부터 네팔 히말라야산맥에 이르기까지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인정한 전 세계 251개국 중 82%에 해당하는 206개 나라에 3만8000개 이상의 골프 코스가 있다. 이처럼 골프는 세계적으로 널리 분포됐지만 상위 10개국에 80%가 집중돼 있다. 미국이 42%로 가장 많고 그다음으로 영국과 일본이 각각 8%, 캐나다 7%, 호주 4%, 독일 3%, 한국·프랑스·스웨덴·중국이 각각 2%를 차지한다. 

지난겨울 세계 100대 코스 패널로 활동하는 친구와 골프 전문기자, 일본 골프 전문가와 “골프장 분포 비율로만 보면 일본은 8개, 한국은 2개의 세계 100대 코스가 있어야 한다”며 한국과 일본의 골프 역사와 문화, 현재 세계 100대 코스에 랭크된 각 나라의 코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K팝, K푸드가 세계적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데 K골프의 꿈은 먼 이야기일까. 코스 랭킹이 코스를 평가하는 유일한 기준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세계 100대 코스 순위에 포함된 것은 자타공인 최고 수준의 코스 반열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최고 수준의 골프 코스는 어떤 곳이어야 할까.

◇ 하늘이 내린 땅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골프 코스로 클럽나인브릿지 제주를 꼽는 데 크게 의견을 달리할 사람은 없다고 본다. 소위 명문 코스를 선정하는 기관마다 코스 평가 기준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샷 옵션, 난이도, 디자인 다양성, 대회 개최 능력 등 종합적인 면에서 나인브릿지는 한국의 명문 골프 코스로서 최고 정점에 있으며, 세계 100대 코스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해마다 겨울이면 필자가 근무하는 회사에서는 해외 명문 코스 답사를 다녔다. 대부분 세계 100대 코스에 랭크된 코스나 그 나라의 대표 코스 위주로 다녔는데, 답사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깨달음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코스이거나 빼어난 자연환경에 만들어진 코스일수록 명문의 반열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클래식 시대 코스가 아니라면 역사와 전통을 내세우는 코스는 많지 않다. 새로운 명문이 되기 위해서는 코스가 놓인 주변 자연환경이 매우 중요하다. 자연과 교감하고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라면 최고로 축복받은 코스다. 

그의 이름을 부르면 나에게로 와 꽃이 되듯이, 땅도 자신을 알아보는 이를 만나서야 진가를 발휘한다. 땅 주인은 따로 있다는 말이 있다.  CJ는 자연과의 교감과 도전의 골프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전국 각지의 땅을 찾아 나서는 심혈을 기울인 끝에 제주 서귀포의 오름 사이에 보석처럼 숨어 있던 땅을 찾았다. 한라산 서쪽 해발 600m 고지 오름 사이의 완만한 구릉지에 자리 잡은 나인브릿지는 본디 땅 자체가 골프 코스나 다름없었다.

CJ는 자연과의 교감과 도전의 골프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전국 각지의 땅을 찾아 나서는 심혈을 기울인 끝에 제주 서귀포의 오름 사이에 보석처럼 숨어 있던 땅을 찾았다. 
CJ는 자연과의 교감과 도전의 골프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전국 각지의 땅을 찾아 나서는 심혈을 기울인 끝에 제주 서귀포의 오름 사이에 보석처럼 숨어 있던 땅을 찾았다. 

◇ 인간의 끊임없는 정성이 빚은 명작

나인브릿지는 설계 과정부터 스코틀랜드 하일랜드 지역의 골프 철학과 정신을 녹여내고자 했다. 시공 과정에서도 최고의 장인들이 한라산 중산간 지역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살려 자연과 교감하는 순수한 코스를 만들었다. 샷의 완성도와 코스의 질감을 섬세하게 표현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모든 홀에 일반 코스에서는 그린에만 사용하는 벤트그래스를 도입했다. 이로 인해 티잉 에어리어부터 페어웨이를 지나 그린까지 한 종류의 잔디에서 같은 샷감을 느낄 수 있다.

시대가 변하듯 골프도 변하고 코스도 같이 발맞춰 변해야 한다. 좋은 코스의 공통점은 발전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나인브릿지는 개장 이후에도 코스 곳곳을 손보며 골프 코스의 기준을 새로이 제시했다. 리노베이션의 정점은 더CJ컵(The CJ CUP@NINE BRIDGES)을 통해서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더CJ컵이 열리는 3년 동안 해마다 코스 레노베이션을 진행했다.

한국에서 열리는 첫 정규 미국프로골프(PGA)투어로서 대회의 난도 및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6개 홀에 블랙 티를 새롭게 신설해 전장이 기존 6800야드에서 7400야드로 늘어났다. 샷 밸류를 고려해 3개 그린의 면적을 복원했고, 코스 난도를 높이기 위해 페어웨이를 약 1만1300m2 축소했다. 또 리베티드 벙커를 대부분 복원했다. 항아리 모양의 수직 벙커는 바람이 강하고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는 제주도 기후 특성상 벙커 사면이 무너지거나 모래가 유실되는 것을 방지하고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홀의 입체감을 주는 역할을 하는데, 나인브릿지를 상징하는 시그너처 벙커로 자리 잡았다. 또 모든 홀의 모래와 라이너를 교체했으며 지금도 지속해서 리노베이션, 미국골프협회(USGA) 컨설팅 등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 자연과의 상생

나인브릿지는 2023년 영국 GEO(Golf Environment Organization)로부터 ‘친환경 골프장’ 인증을 재획득했다. 2019년 해슬리나인브릿지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이뤄낸 성과다. GEO는 전 세계 골프클럽의 지속 가능성과 환경친화성을 평가하고 친환경 국제 대회가 운영될 수 있도록 자문 및 협조하는 골프환경기구로, USGA를 비롯해 R&A, PGA 등 40여 개 골프 기관의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다.

GEO 인증마크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판정단의 심사를 통해 자연, 자원, 커뮤니티 세 가지 부문에서 33개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취득 기간만 6개월에서 1년이 걸린다. 골프의 고향으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를 비롯해 타라이티골프클럽, 로열세인트조지스골프클럽 등 세계 각지의 명문 클럽 100여 곳만이 GEO를 획득했다. 나인브릿지는 자연 건천을 보전하는 설계를 통해 생물 서식 공간을 확보했으며, 한라산 자연경관을 최대한 살려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 지속해서 비(非)플레이 페어웨이 면적을 줄여 자연지를 확대하고 레이크 및 크리크를 조성해 수자원 순환을 극대화한 점도 호응을 얻었다.

한라산 서쪽 해발 600m 고지 오름 사이 완만한 구릉지에 자리 잡은 나인브릿지는 본디 땅 자체가 골프 코스나 다름없었다.
한라산 서쪽 해발 600m 고지 오름 사이 완만한 구릉지에 자리 잡은 나인브릿지는 본디 땅 자체가 골프 코스나 다름없었다.

◇ 스포츠로서 국제 대회의 장

명문가와 부잣집은 다르다. 나인브릿지는 큼직큼직한 국제 대회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대회를 개최하면서 명문 클럽이 회원들만의 배타적 사교 공간이 아니라 골프 문화 발전을 위한 사회적 기여를 하는 골프의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 이를 위해 나인브릿지는 처음부터 정통 골프클럽을 표방한 골프장의 골격을 완성했다. 국제 대회 개최가 가능한 코스뿐만 아니라 드라이빙레인지, 숙박시설 등 부대시설을 짜임새 있게 구성했다. 명문 클럽이란 국제 대회 개최가 가능한 인프라와 골격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이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 최초의 PGA투어 정규대회 더CJ컵을 개최한 것은 나인브릿지의 자랑이자 한국 골프의 자부심이라 할 수 있다. 3년간 PGA투어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면서 코스는 더욱 업그레이드됐고, 이로써 명실상부한 글로벌 명문 클럽의 반열에 올랐다. 이에 앞서 2002년부터 2005년까지 국내 최초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정규 대회인 CJ나인브릿지클래식이 클럽나인브릿지에서 열렸다. CJ나인브릿지클래식은 LPGA투어 중에서도 상금 순위 세 번째에 해당하는 메이저급 대회로 진행됐으며, 박세리와 안니카 소렌스탐 등 당시 세계 정상 골퍼가 다수 참가해 자리를 빛냈다. 

아마추어 국제 대회로는 2002년 세계 최초로 세계 100대 코스 클럽의 챔피언이 자웅을 겨루는 월드클럽챔피언십(WCC)을 개최했다. 세계 각지의 명문 클럽이 자존심을 걸고 왕중왕을 가리는 대회인 만큼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2022년에는 더브릿지스컵을 성황리에 개최하며 글로벌 네트워크의 중심으로서 위상을 공고히 했다. 성공적인 대회 결과 다른 세계 100대 코스 클럽에서도 더브릿지스컵 유치 의사를 밝혀 올해는 프랑스 레보르드골프클럽에서 같은 이름으로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 그럼에도…

신의 선물 같은 대지에 인간의 정성으로 만든 나인브릿지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발전을 계속해나가고 있는 한국의 대표 골프 코스다. 처음부터 잘 갖춰진 골프장 골격 덕분에 앞으로도 발전 잠재력은 무한하다. 다만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부분도 있다. 리베티드 벙커가 제주 중산간 오름 지역과 환경적 맥락이 닿는지에 대한 이견도 있다. 무엇보다 최근 벙커를 복원하면서 천연 잔디 소드 월(sod wall)이 아닌 인조 잔디로 수직 벙커를 조성한 것은 좀 더 시간을 두고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클럽 문화가 정착돼 회원들의 클럽에 대한 자부심은 높아졌겠지만, 더CJ컵이 더는 클럽나인브릿지에서 열리지 않는 것을 고려하면 현재로서는 이곳이 진정 골프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개방될 기회는 점점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품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제주도가 가지는 접근성과 개방성의 한계점도 있다. 

스코틀랜드 바닷가 초지에서 골프가 시작되면서 양들이 노니는 공간이 사람을 위한 공간으로 바뀌었듯 골프 코스는 골퍼가 있어야 존재하는 공간이다. 마스터스가 없는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을 생각해본 적 있는가. 클럽나인브릿지의 마지막 다리를 골프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이 건너길 기대해본다. 

[글_이현강(코스 설계가) / 사진_골프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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