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커버 캐디, “마스터스에서 몰락은 견딜 수 없는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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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커버 캐디, “마스터스에서 몰락은 견딜 수 없는 경험”
  • 인혜정 기자
  • 승인 2023.03.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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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선수는 경쟁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다. 그는 오거스타내셔널에서 이렇다 할 실적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정말 결정적인 샷을 만들었다. 유일한 우승 기회가 될 것으로 보였다.

‘일부 프로들은 팬들만큼 골프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 비즈니스, 여행, 그리고 생각만큼 좋지 않은 현실에 지칠 수 있다. 하지만 내 선수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골프에 관한 모든 것, 특히 마스터스를 사랑했다. 이 대회의 역사를 잘 이해했고 이곳에서 플레이하게 된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알고 있었다. 어느 해인가 그는 미스 컷을 한 뒤 주말 동안 그곳에 머물며 팬의 입장에서 대회를 관람하기도 했다. 

그는 마스터스를 너무나 원했고 이전의 어느 때보다 뛰어난 플레이를 펼쳤다. 금요일은 완벽했다.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의 플레이를 완전히 통제했다. 토요일은 만족스러운 날이었다. 그날 저녁 경기장을 떠날 때 그가 정신적으로 마지막 18홀을 위한 준비가 되어 있다고 믿었다. 

내 아드레날린도 넘쳐흐르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내가 고등학생 때 마스터스에 데리고 가곤 하셨다. 내가 보잘것없던 초창기, 재정적으로 나를 도와주신 부모님 그리고 할아버지를 위해 우승을 안겨드리고 싶었다. 

캐디 생활은 내게 좋은 삶을 주었지만, 여전히 왜 이 일을 하게 되었는지 이해하지 못하거나 캐디를 아랫사람으로 보는 몇몇 친구와 과거 연인들에 의해 판단받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승은 내가 그들로부터 받기 원하는 검증을 제공해주리라 믿었다.

내 선수가 일요일 코스에 나타났을 때 그는 어느 때보다 말수가 적었다. 그의 친구들도 이를 알아차렸다. 그들은 이것이 좋은 플레이를 하기 위한 시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중압감에 대한 반응이라고 생각했다. 평생 하나의 목표를 위해 일하고, 이제 그것이 눈앞에 놓여 있는 것이 어떤 의미일지 생각해보라.

우리는 상위권에 있을 때 플레이를 잘하지는 못했지만 스코어가 좋았고, 선두들이 고전하고 있었기 때문에 격차를 조금씩 줄여나갈 수 있었다. 그러다 사건이 터졌다. 경쟁 상태에서 급히 마법이 필요한 입장이 됐다. 

그의 반응을 극적으로 표현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가 내게 퍼터를 건넸을 때 충격을 받은 상태라고 생각했다. 나는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는 게 선수에게 좋은 방법이라 생각했다. 

마법은 일어나지 않았다. 버디가 확실해 보였던 홀을 파로 마감했다. 바로 그때 내 선수는 완전히 풀어졌다. 그의 눈이 눈물로 가득 차기 전 가까스로 18홀 플레이를 마칠 수 있었다. 그로부터 20분 후, 그가 자신의 어머니를 만났을 때 울고 말았다. 좋을 때건 나쁠 때건 20년을 함께하는 동안 그가 우는 모습을 본 것은 그때가 유일했다.

톱10으로 경기를 마쳤지만 그 이후 무너져버렸다. 극복하는 데 몇 주가 걸렸다. 몇 달 동안이나 우울해 있었다. 어느 시점에서 그의 에이전트는 내게 그가 우울한 상태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몇 년 후 내 선수는 마스터스가 끝난 이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거의 기억을 하지 못한다고 털어놓았다. 그 어떤 대회보다 마스터스는 그가 원하던 대회였고, 그는 그것이 영원히 사라졌다고 느꼈다.

얼마 뒤 그 주가 우리의 유일한 기회가 아니었다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는 몇 번 더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 경쟁을 펼쳤다. 하지만 그 주만큼 우승에 가까이 다가선 적은 없었다. 

사람들은 그때 우리가 우승했더라면 인생이 어떻게 바뀌었을 것인지 묻는다. 잘 모르겠다. 어쩌면 더 좋은 아파트를 얻을 수도 있었겠지만 투어 생활을 하다 보니 집에 있을 시간이 없고 지금 숙소가 내게 잘 맞는다. 하늘이 도와서 나는 직장을 잃지 않고 이곳에서 편안히 지낸다. 

또 더 이상 다른 누군가의 검증이 필요하지 않다. 우승은 분명 달콤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마스터스 우승을 놓고 각축을 벌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랑스러운 위치에 와 있다.

나는 그가 가보지 않은 길을 알고 있다. 이는 그의 은퇴를 바꾸었을 것이다. 그는 잠시 방송 생활을 경험했는데 정식 교육을 그리 많이 받지 않았어도 예리했다. 자신의 선수 경력으로 본인이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에 대한 한계가 있음을 이해했다. 

방송 부스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은 메이저 우승 경력을 가지고 있다. 비록 앞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하면서도 그는 내게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의 과거가 그의 장래를 결정짓고 있었다.

우리는 더 이상 풀타임을 함께하지 않는다. 비록 현재 투어에서 풀타임으로 일하고 있지만 쉬는 주에는 가끔 그의 캐디를 맡는다. 그러나 그때의 오거스타는 우리 곁을 떠난 적이 없다. 

글_조엘 빌(Joel Be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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