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린 “올해도 나답게 부딪쳐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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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린 “올해도 나답게 부딪쳐볼 생각이다”
  • 인혜정 기자
  • 승인 2022.12.28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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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시형(49비주얼스튜디오)

안나린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루키 시즌을 마무리하고 입국한지 일주일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필드에서 보인 카리스마는 온데간데없고 여느 20대처럼 밝고 소탈한 모습이었다. 

LPGA투어 퀄리파잉(Q)시리즈를 수석 합격하며 지난해 미국 땅을 밟은 그는 여자골프 세계 랭킹 61위, 레이스투CME글로브 포인트 38위(988.826), 26개 대회에 참가해 5번이나 톱10에 이름을 올리며 탄탄한 실력을 입증했다. 

“지금까지와는 완전 다른 무대다. 미국 코스에 적응하며 더 견고하게 마음을 다잡아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지난해 쌓은 경험은 내가 성장하는 데 긍정적인 밑거름이 될 거라 생각한다.”

자신에 대한 믿음은 여전했고 단단해진 느낌이었다. “초심, 열심, 뒷심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올해 이 세 단어를 기억하며 실패 없는 나의 해로 만들어나가고 싶다.”

Q. 시즌을 마치며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건 무엇이었나? 
한국에 오자마자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있었다. 내 침대가 그렇게 그립더라. 

Q. 1년간 투어 생활에 대해 자신에게 점수를 매긴다면? 
아주 못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나태해지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다. 조금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에 65점을 주겠다. 

Q. 올해 가장 아쉬웠던 순간을 꼽자면? 
우승을 만들 수 있었던 찬스가 세 번 정도 있었는데 모두 놓쳤다. 그중 JTBC 클래식 17번홀 그린에서 3퍼트를 하며 우승  기회를 놓친 게 가장 아쉬웠다. 사실 대회 마지막 날 초반부터 흐름을 좋게 만들 수 있었는데 그러질 못했다. 실수 때문에 주춤했던 시간을 줄이고 빠르게 털고 일어났더라면 후반에 타수를 잃더라도 안정적으로 우승까지 끌고 갈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Q. 미국 생활에서 가장 힘이 되는 사람은? 
가장 고마운 사람은 엄마다. 대회마다 함께 움직이고 있다. 내 스케줄 관리부터 운전까지 엄마가 도맡아 하고 있다. 연세도 있으신데 말도 통하지 않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랴, 딸까지 케어하랴, 고생하는 모습에 먼저 미안한 마음이 든다. 더불어 엄마 없이 한국에서 동생과 함께 지내고 있는 아빠에게도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다.   

Q. 미국 투어에 함께 진출한 최혜진과 사이는 어떠한가? 
가장 친한 사이다. 함께 있으면 즐겁다. 잘 때 빼고 거의 매일 붙어 다닐 정도다. 

Q. CP위민스오픈에서 우승을 다툴 때 기분이 어떠했나?  
우리 둘은 평소에 수다를 많이 떠는 편이지만 막상 경기에 들어가면 집중을 하니 서로 말이 없어진다. 우승권에 있을 당시 둘 다 플레이가 좀 안되고 있었다. 그때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파울라 레토가 치고 올라왔는데 둘 중 한 명이라도 잘하자라는 생각을 했다.  

Q. 둘만의 에피소드가 있다면?  
팀플레이로 진행되는 다우 그레이트레이크스베이인비테이셔널 때 일이다. 혜진이와 같은 팀이었는데 대회 전날 연습하다가 허리를 삐끗했다. 뭔가 잘못된 느낌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움직이지를 못했다.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침을 맞았고 때마침 골프장에 테라피 하는 분이 있어서 마사지도 받았다.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팀 경기라 내가 나가지 못하면 혜진이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공식 연습 라운드도 나가지 못했지만 다행히 경기 날부터 몸이 풀려 공동 6위로 대회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Q. 의지할 사람들이 옆에 있어 덜 외로울 거 같다. 
그래도 아주 살짝 내면에 외로움이 있다. 옆구리가 시리다(웃음). 여태까지 연애할 마음의 여유도 없을 정도로 너무 바빴다. 앞으로 더 바빠질 텐데 연애는 언제 하나 싶다. 이상형을 말하자면 웃는 모습이 예쁜 사람이다. 남자 연예인으로는 유승호의 팬이다.

Q. 취미 생활이 따로 있나? 
음악 듣는 걸 좋아한다. 특히 피아노곡, 발라드 등 서정적인 곡을 찾아 듣는다. 머리를 비우고 힐링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아! 요즘 취미로 다시 즐기고 싶은 악기가 생겼다. 과거에 아빠에게 기타를 배웠는데 다시 플레이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 코드는 다 잡을 줄 아는데 B 코드가 유독 어렵다. 

Q. 요즘 어떻게 보내고 있나? 
스윙 점검과 함께 체력 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특별히 손을 대진 않고 그립, 테이크백 등 기본 요소를 점검한다. 어떻게 하면 내가 원하는 대로 플레이할 수 있을지는 스타트에 있다고 생각한다. 김성윤 프로에게 레슨을 받고 있고 다낭으로 전지훈련을 떠날 계획이다. 더불어 체력을 끌어올리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한국에 오자마자 운동을 시작했는데 그때 뭉친 근육이 아직도 풀리지 않아 체력이 많이 떨어졌음을 느낀다. 

Q.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한 지는 얼마나 되었나? 
골프퍼포먼스랩 함상규 대표와 운동을 한 지 7~8년 됐다. 전반적으로 기초체력을 끌어올리는 데 힘쓰고 있다. 가장 신경 쓰는 부위는 다리다. 한국에서 공식 연습일이나 프로암 때 카트 타고 이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국은 대부분 걷다 보니 피로도가 더 쌓이는 편이다. 종아리와 발바닥에 쌓인 피로를 풀어주는 건 필수다. 

Q. 마른 편이다. 체중 관리를 하는 편인가? 
식단 관리를 특별히 하지 않는데도 체중 변화 없이 잘 유지되는 편이다. 유전인 거 같다. 식단은 고기 위주다. 햄버거도 꽤 먹었던 거 같은데(웃음). 가리는 음식이라고 하면 고수를 먹지 못한다. 향이 강하고 비릿한 맛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Q.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은? 
띄우는 어프로치 샷을 좋아한다.

Q. 그간 자신의 어프로치 샷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상황은?
지난해 볼런티어스오브아메리카클래식 1라운드 때 그린 근처 벙커 샷에 빠진 볼을 두 번씩이나 홀에 넣은 적이 있다. 같은 조였던 필리핀 출신의 유카 사소가 놀라며 “언니! 벙커 진짜 잘해!”라고 칭찬하더라. 파5에서 투온을 노리고 플레이했는데 캐리 거리가 짧아 그린 근처 벙커에 빠졌고 두 번째 샷이 홀로 빨려들어가며 샷 이글을 했다. 몇 홀 뒤 파4에서 친 두 번째 샷이 그린 앞 오른쪽으로 벙커에 빠졌고 세 번째 샷에서 친 볼도 홀로 굴러가며 버디를 기록했다. 다들 신기해하며 웃더라.

Q. 자신의 강점이 미국 투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 
이곳은 장타를 가진 선수들이 많다. 나도 한국에서 평균보다 비거리가 좀 더 나가는 편이라 생각했는데 미국 투어에서 평균 비거리 정도 된다. 쇼트게임 실력에 따라 성적 차이가 좌우된다고 생각한다. 

Q. 미국 코스와 국내 코스가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에서는 크게 한국 잔디와 양잔디 두 가지로 나뉘지만 미국은 양잔디 종류가 훨씬 많다. 특히 그린에 사용하는 잔디 종류도 다양하다. 잔디 특성에 따라 공략 방법을 다르게 가져가야 한다. 이런 점은 한국에서 훈련만으로 익힐 수 없어 초반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또 잔디 길이가 대회장마다 다르며 짧을수록 치기 어렵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Q. 공략 노하우가 있나? 
엘리베이티드 그린에 잔디까지 짧으면 런이 길어지기 마련이다. 쇼트 게임을 할 때 띄우는 샷을 하면 지면에서 공이 튕겨 나오는 경우가 많다. 보통 이럴 때 굳이 웨지를 쓰지 않고 유틸리티나 퍼터로 볼을 굴려 공략하는 법을 택한다. 골프 코스의 상황에 따라 전략적인 공략이 필요하다. 

Q. 롤 모델이 궁금하다. 
어렸을 때부터 최나연 언니가 롤 모델이었다. 내가 티를 내지 않아 언니는 모를 수도 있겠다. 나연 언니가 지난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을 마지막 경기로 은퇴했을 때 함께 플레이를 했는데, 그 순간을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나연 언니가 2010년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했을 때 모습이 생생히 기억난다. 감정 기복 없이 차분하게 플레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그때부터 롤 모델로 삼았다.

Q. 평소 어떤 마음가짐으로 생활하고 있나? 
뭐든 ‘나답게 하자!’라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확신이 들지 않거나 나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억지로 하지 않으려고 한다. 특히 유혹에 강하다. 정말 정직하게 산 거 같다. 그래서인지 어렸을 때 친구들이 부모님에게 나와 논다고 하면 믿고 보내주시더라.

Q. 미국 투어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가? 
지레 겁부터 먹지 말고 도전해보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내가 가서 어떻게 하지’라며 겁부터 먹고 두려워하는 후배들이 있는데 부딪히면 어떻게 해서든 다 되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실행에 옮겨보자.

Q. 올 시즌 목표가 있다면? 
우승을 꼭 만들어내고 싶다. 적어도 1승, 기회가 된다면 더 만들 것이다. 특히 US오픈 우승컵이 탐난다. 한국에서도 내셔널 타이틀 대회에서 우승을 못 해본 터라 더 그런 것 같다. 

안나린 
나이  만 26세 
데뷔 2014년 KLPGA 입회, 2022년 LPGA 입회
소속사 세마스포츠마케팅 소속팀 메디힐 골프단 
우승 LF 헤지스 포인트 왕중왕전(2021년),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2020년), 
오텍캐리어 챔피언십(20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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