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선수’ 리디아 고, “꿈이 이루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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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선수’ 리디아 고, “꿈이 이루어진 것 같다”
  • 인혜정 기자
  • 승인 2022.12.02 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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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 고는 어떻게 영광의 높이와 성숙함의 깊이를 모두 갖추게 되었나. 

흐린 날씨에 바람까지 불어서 쌀쌀했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CME그룹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 리디아 고는 마치 티뷰론골프클럽을 점점이 수놓은 야자수 같았다.
 
시속 32km의 돌풍에 휘어질 듯 위태로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땅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어떤 상황도 거뜬히 이겨낼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리오나 매과이어와 공동 선두로 2022년 LPGA투어 시즌 최종전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한 리디아는 흔들림 없는 평정심을 과시했다. 이틀 연속 70타의 스코어를 기록한 끝에 투어 통산 19승과 함께 LPGA투어 최고 상금인 200만 달러와 올해의 선수, 평균 타수 등 주요 부문을 석권했다.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인 매과이어가 예상대로 버거운 상대였다. 2월에 LPGA투어 첫 승을 거둔 매과이어는 승부욕이 굉장한 선수로 이미 정평이 났다. 

지난 솔하임컵에서도 그런 모습은 여실히 드러났는데, 루키였던 그는 인버네스클럽에서 4½포인트를 획득하며 유럽 팀의 짜릿한 원정 우승의 선봉에 섰다. 더구나 아일랜드 출신이기 때문에 바람 속에서 플레이하는 데에도 익숙했다. 

하지만 이런 평가와 전망이 간과한 것들이 있었으니, 메이저 대회 2승을 포함한 리디아 고의 이력과 그가 나고 자란 뉴질랜드의 플레이 환경도 바람이라면 전혀 부족하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라운드가 끝난 후 리디아는 약혼자인 정준 씨를 위해 우승하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가 보는 가운데 우승을 해서 함께 축하하고 싶었다는 것이었다. 

이번에 리디아는 2015년에 이어 두 번째로 올해의 선수로 선정되었다. 올해 상금 총액은 로레나 오초아가 2007년에 세운 단일 시즌 최고 상금 기록에 단 591달러 모자란 436만4403달러이다.

그러나 리디아는 올해 최저 평균 스코어(68.988)를 기록해서 베어 트로피를 챙겼고, LPGA 명예의 전당 포인트를 3점 더해 총 25점을 확보하며 입성을 위한 조건인 27점까지 단 2포인트만을 남겨놓았다. 

“오늘 상당히 차분한 느낌으로 플레이를 했다.” 리디아 고는 말했다. “BMW레이디스챔피언십에서 우승했을 때는 어찌나 긴장되던지 속이 안 좋을 정도였다. 그런데 오늘은 하나도 떨리지 않아서 오히려 내가 놀랐다. 오로지 나에게만 완전히 집중하고 싶었고, ‘후회하지 않을 플레이를 하고 싶다’는 생각만 했기 때문인 것 같다.”

리디아 고다운 대답이었다. 길고 조금 산만하며 자기 분석적이고, 무엇보다 대부분의 운동선수들이 스스로에게 허용하는 것에 비해 통찰력이 뛰어난 답을 했다. 

리디아는 펼쳐놓은 책 같은 사람이고, 그렇기 때문에 코스에서 보여주는 평온함이 더 대단하다. 여자 골프 역사상 최고의 상금이 걸린 대회에서 우승하고도 그렇게 흔들림 없이 꾸준한 태도를 견지했던 선수는 잠시 후에 자신이 걸어온 궤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때 이후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2014년(리디아가 CME그룹투어챔피언십에서 마지막으로 우승했던 해)에 나는 열일곱 살이었고 지금도 스물다섯 살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리고 그사이에 코스 안팎에서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더 어렸을 때는 아무것도 몰랐으니까 조금은 더 자유롭게 플레이를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전체적인 시각, 좋지 않은 샷을 하거나 대회를 망쳤을 때 마음을 수습하는 태도는 지금이 훨씬 낫다.”

이어서 리디아는 “다시 한 번 올해의 선수로 선정되고 베어 트로피를 차지했다니, 꿈이 이루어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가족과 우리 팀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럴 수 있었다는 게 너무나 특별하고, 우승한 것도 기쁘지만 이제 얼마간 휴식 시간을 가지면서 결혼 준비를 할 생각하니 무척 설렌다.”

매치가 끝난 후, 올해의 선수를 위한 대형 실버 장식 컵, 볼 형태의 실버 베어 트로피, 투어챔피언십 우승자에게 수여하는 구 형태 유리 트로피가 그녀 앞에 놓였다. 

이 모든 영광을 독차지한 주인공인 리디아 고는 하나은행 바이저를 쓰고 반짝이는 보석 클립을 챙에 꽂은 채 질문에 대답한 후, 너무나 기다려왔으며 충분히 누릴 자격이 있는 오프시즌을 즐기러 떠났다. 

10대의 나이에 돌풍을 일으키며 두 번의 메이저 대회를 석권하고 세계 1위 자리에 올랐을 때처럼 아찔한 높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은 위상으로. 

글_셰인 라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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