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힐스, 그 섬세함의 미학 [국내코스 :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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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힐스, 그 섬세함의 미학 [국내코스 : 1607]
  • 김기찬
  • 승인 2016.07.14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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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힐스, 그 섬세함의 미학 [국내코스 : 1607]

사진_이승훈, 로드힐스 제공

로드힐스, 그 섬세함의 미학

 인상적인 시설과 까다로운 코스 그리고 섬세한 서비스를 자랑하는 퍼블릭 골프장을 다녀왔다. 서울에서 40분 거리에 위치한 이 골프장은 다양한 매력으로 주말 골퍼들을 유혹한다. 글_고형승

1 난도가 높은 힐코스 파5, 8번홀. 티 샷이 두 개의 큰 계곡을 넘겨야 하고 서드 샷은 워터해저드를 넘겨야 하는 몹시 어려운 홀 중 하나다.

2 로드힐스골프장 코스 전경.

로드힐스? 처음 명칭을 들었을 때는 어디에 있는 골프장인지 전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인터넷을 살펴보고 지인을 통해 전해 들은 바로는 ‘아주 가깝다’는 정도였다. 골프다이제스트 동료 에디터들과 로드힐스를 찾은 건 5월 말이었다. 내비게이션에 로드힐스를 입력하니 출발지인 잠실에서 40분 걸린다는 표시가 떴다. 이른 새벽 안개가 자욱한 올림픽도로를 달리면서 힙합 듀오 리쌍과 장기하가 함께 부른 ‘우리 지금 만나’를 듣고 있으니 곧 만나게 될 일행의 얼굴이 하나씩 떠올랐다. 노랫말처럼 ‘당장 만나’자고 말해도 될 만큼 가까운 거리라는 생각에 더 그랬던 것 같다. 남춘천IC를 빠져나와 우회전하면 300m 앞에 바로 로드힐스골프장 진입로가 보인다. 톨게이트에서 받은 잔돈을 지갑에 넣느라 잠깐이라도 한눈을 팔면 그대로 지나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재미있는 건 골프장 입구부터 클럽하우스까지의 거리가 더 멀다. 클럽하우스로 향하는 길에는 약 130m 거리의 터널을 통과하게 된다. 처음엔 갑작스러운 터널의 등장에 당황스러웠다. 나중에 환경을 고려해 막대한 돈을 들여 터널 공사를 했다는 골프장 관계자의 말을 듣고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길을 내기 위해 산을 깎는 대신 동물이 지나다니는 수림대로 보존하고 터널을 내는 데만 절토 공사비의 다섯 배(약 30억원이 들었다는 후문이다)를 들였다고 하니 친환경 골프장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터널을 빠져나오면 정면에 클럽하우스가 보이고 오른쪽에 주차장이 있다. 클럽하우스의 자동차 진입로 기둥이 마치 알파벳 ‘XXXY’라고 쓰인 것처럼 보였다. XX와 XY는 성염색체 아닌가? 특별한 의미로 그렇게 만든 것 같지는 않지만 ‘남녀가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는 뜻이 담겨 있지 않을까’라는 다소 발칙한 상상을 하면서 클럽하우스로 들어갔다.

 

제왕의 풍모를 닮은 고즈넉한 코스

로드힐스는 군자리에 위치해 있다. 조선 시대 왕족이 잠깐씩 머물던 곳이라 ‘군자(君子)’라는 명칭이 붙었다. 로드힐스(Lord Hills)라는 이름도 여기서 유래했다. 골프장 로고 역시 군자와 제왕의 상징인 갓을 모티브로 만들었다. 왕족의 발길도 잡아끌었을 만큼 예나 지금이나 풍수가 뛰어난 지역임은 틀림없다. 2013년 정식 개장한 로드힐스의 코스 설계는 드래곤엔지니어링에서 맡았는데 친환경 골프장의 면모가 코스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현재 퍼블릭 27홀로 운영 중인 로드힐스는 착공 당시만 하더라도 회원제 골프장을 목표로 했지만 오픈 직전에 대중제로 전환했다. 그만큼 클럽하우스부터 코스까지 곳곳에 신경 쓴 흔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티잉 그라운드와 페어웨이에는 서양 잔디를 식재했고 러프는 페스큐로 조성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레이크와 힐 그리고 로드코스로 구성된 이 골프장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은 설계의 미학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인공적으로 만든 벙커와 워터해저드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멋스럽다. 10년 후 또는 20년 후가 더 아름다운 골프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행과 함께 레이크코스로 향했다. 레이크 1번홀까지 가는 데는 골프장에서 남춘천IC까지의 거리정도로 꽤 멀다. 힐코스보다는 쉽고 로드코스보다 어려운 코스가 바로 레이크다. 파4, 1번홀(345야드, 레귤러 티 기준)은 오른쪽으로 급격하게 휘어지는 내리막 도그레그 홀이다. 오른쪽을 충분히 겨냥하지 않으면 볼은 페어웨이 왼쪽을 지나 코스를 벗어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레이크코스는 코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아홉 개 홀 중 일곱 개 홀에서 워터해저드를 만나게 된다. 일단 볼을 아끼기 위해서는 홀의 난도에 따라 레드 티에서 플레이할 것을 권한다. 파3, 3번홀(145야드)은 아일랜드 그린이다. 그린의 앞뒤 폭이 좁아 정확한 거리와 방향의 샷을 필요로 하는 홀이다. 그린 오른쪽보다는 왼쪽을 겨냥하는 게 그나마 볼을 아낄 수 있는 비결이다. 레이크 7번홀은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내리막 파4홀(356야드)로 티잉 그라운드에 서면 1번홀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드는 홀이다. 이 홀은 그린 앞쪽이 좁아 ‘깔때기 홀’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다른 코스에 비하면 힐코스는 유독 넘겨 치고 잘라 쳐야 하는 홀이 많다. 전략적으로 코스를 공략해야 하는 홀이 많으며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파4, 4번홀(347야드)은 티잉 그라운드부터 볼이 떨어지는 지점까지 워터해저드의 방해를 받는다. 세컨드 샷도 그린 앞쪽에 놓인 카트 도로를 넘겨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4번홀을 마치고 5번홀을 향할 때는 상쾌한 잣나무 숲길을 지나게 된다. 5번홀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서면 사방이 탁 트여 시원함을 더해준다. 5번홀은 티잉 그라운드의 위치에 따라 파4 또는 파5홀로 플레이하는 재미있는 홀이다.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도그레그 홀이며 페어웨이 중간으로 카트 도로가 다섯 번 가로지른다. 거리를 잘 생각하고 핀까지 끊어서 공략해야 한다. 파4, 375야드의 7번홀 역시 머리를 잘 써야 하는 홀이다. 계곡을 두 번이나 건너가야 하며 세컨드 샷으로 그린을 공략할 때는 계곡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플레이하지 않으면 쿼드러플보기를 기록하게 될지도 모른다. 18홀을 마치고 로드코스까지 플레이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하지만 다음 일정으로 인해 서둘러 나올 수밖에 없었다. 로드코스에 대한 아쉬움은 뒤로하고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미드 핸디캐퍼 이상이라면 레이크와 힐에서 블루 티를 사용하길 권한다. 그럼 더욱 흥미진진한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1 레이크 3번홀 아일랜드 그린.

2 클럽하우스 앞 자동차 진입로 기둥이 마치 알파벳 ‘XXXY’를 연상케 한다.

3 그린 앞쪽이 깔때기 모양인 레이크 7번홀이 골퍼의 발목을 잡는다.

4 힐 4번홀은 티잉 그라운드 앞쪽으로 보이는 워터해저드가 위협적이다.

5 티잉 그라운드의 위치에 따라 파4 또는 파5홀로 플레이할 수 있는 힐 5번홀.

6 파4홀인 힐 7번홀은 티 샷이 발아래로 보이는 숲을 건너가야 한다.

 

섬세한 서비스를 강조하는 로드힐스

일행이 방문한 날은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는 ‘회원의 날’ 행사가 한창이었다. 퍼블릭 골프장에서 회원이라니? 로드힐스는 인터넷 회원을 대상으로 요금을 할인해주는 이른바 회원 대우를 해준다. 그 회원들을 대상으로 매달 회원의 날 행사를 개최하는데 그늘집에서 수육을 서비스로 제공한다. 로드힐스는 섬세한 서비스를 하는 골프장으로 여성 고객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 있다. 매주 금요일에는 여성 골퍼를 위한 무료 간식 세트를 제공하며 여름철에는 여성 고객의 차량 앞 유리에 커버를 덮어주기도 한다. 비가 올 때면 직원들이 직접 카트로 차량까지 배웅해준다. 또 생일을 맞이한 회원에게는 직원들이 미리 정보를 공유해 축하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그 세심함이 놀랍다. 인터넷 회원 외에도 M카드 회원이 있는데 쉽게 표현하자면 VVIP라 할 수 있다. 연회비는 20만원이다. M카드 회원은 그린피를 인터넷 회원가에서 추가로 2만원 정도 더 할인받으며 혹서기에는 무료 라운드도 가능하다. 비용 부담 없이 회원제 골프장에서 회원 대우를 받을 수 있다. 현재 M카드 회원은 120명 정도다. 퍼블릭 골프장에서 VVIP 대우를 받는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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