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 킬러라 소문난 선수를 대처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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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디 킬러라 소문난 선수를 대처하는 법
  • 인혜정 기자
  • 승인 2022.07.0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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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청한 PGA투어에서 활동하고 있는 캐디의 경험담을 소개한다. 

캐디 킬러라 소문난 선수들은 자주 캐디를 갈아 치우는데 이 많은 캐디가 다 어디로 가는지 궁금할 것이다.

사실 이들은 이름만큼 괴물은 아니다. 캐디 킬러라고 하면 팬들은 캐디에게 화를 내는 성질 급한 선수나 라운드 중간에 선수를 떠나는 캐디의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결별을 떠올린다.

이런 다툼은 드라마틱해서 좋은 헤드라인을 만든다. 이런 사건에 연루된 선수는 평생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히지만, 사실 이것이 우리 직업의 정상적인 양상이고 이러한 일은 대개 일상적이다.

나는 두명의 캐디 킬러를 경험한 일이 있다. 첫 번째는 내가 캐디 일을 막 시작했을 무렵의 일이다. 나는 몇 번 좋은 결과를 만들었지만 모두 대타로 뛰었거나 테스트용이었다. 좀 더 영구적인 일자리를 구하고 있었다. 한 에이전트가 전화 와서 그의 선수가 내게 깊은 인상을 받았고 자신의 가방을 맡아줄 수 있는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한 명의 캐디와 3년을 함께한 후, 그해 가을 우리는 한 팀이 되어 플레이를 많이 했고 5개 대회에 나가 좋은 성적을 거뒀다. 몇 달 만에 첫 톱10을 기록했다. 다른 2개 대회에서도 25위 안에 들었고 단 한 번도 미스 컷을 하지 않았다.

두 번의 부진한 시즌을 보낸 끝에 정상 궤도로 돌아오는 것 같았다. 추수감사절을 일주일 앞두고 나는 그로부터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그는 우리가 함께한 시간을 정말 즐겼고 우리가 좋은 팀을 이루었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오랜 대학 친구가 캐디를 해보고 싶어 하고 자신은 그에게 빚이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더 이상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금 상처를 받았다. 직장을 잃었을 때, 특히 일을 꽤 잘했음에도 일자리를 잃었다면 누구든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그를 비난하지 않는다. 그는 좋은 친구가 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그가 자신감을 회복했다는 점이었다. 그 친구는 여름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잘렸다. 그 선수는 다시 한번 캐디들을 전전하다가 투어 카드를 잃었다.

또 다른 경험은 팬들로부터 사랑받는 선수였는데 캐디들 사이에서는 욕심 많은 꼬마라는 평판이 돌았고 짧은 기간 내 두 명의 캐디를 거친 뒤 내게 일자리를 제안했다. 나는 그가 신사이며 내가 함께 일한 선수 중 가장 재미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우리가 함께 출전한 첫 대회에서 미스 컷을 했다. 두 번째 주에는 거의 우승할 뻔한 후 2개 대회에서 메이드 컷 했고 우승권과는 먼 성적을 거뒀다. 다섯 번째 대회에서 순조로운 출발을 했지만 금요일 손목 부상으로 결장했다.

일요일 아침 그의 매니저가 전화를 걸어 우리 관계가 끝났다고 알렸다. 하지만 그 매니저는 내가 미처 화를 내기도 전에 한 달 후 프로로 전향하는 대학생 선수가 있는데 시험 삼아 그의 캐디를 해보겠냐고 물었다.

이 일자리는 임시직이었지만 이는 그 매니저가 관리하는 또 다른 선수로 이어졌고 지금의 선수와, 젠장, 세는 것도 잊어버린 세월 동안 함께하고 있다.

그렇다. 꽤 이상한 일이다. 그리고 내가 자리를 옮길 때마다 사람들은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묻는다. 솔직히 말해서 아무 일도 없었다. 그냥 그렇게 되는 것이다. 팬들은 스피스와 그렐러 같은 관계들을 보고 다들 이렇게 일하는 것이겠거니 생각한다.

그들의 관계는 예외적이다. 혼인 관계와 비슷하다. 이제 막 캐디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말은 혼인 관계를 바란다면 상처를 받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선수와 캐디의 관계는 짧게 즐기는 바람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어떨 때는 잘될 수도 있다. 어쩌면 잘 안 될지도 모른다.

어떤 밀월 관계는 일주일 만에 끝나기도 하고 몇 년 동안 이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 언젠가는 끝나게 되어 있다. 재미있게 지내려고 노력하라. 그래서 뭔가 더 오래 지속될 일이 생긴다면 축하한다.

고백하건대 나는 이 일에 대해 더 긍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어떤 이들은 이러한 오명을 가진 선수들과는 상대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 시작으로 볼 때 만일 선수가 캐디를 심하게 다루고 문제의 조짐이 보이기만 해도, 혹은 아무런 이유 없이 이들을 해고한다는 평판이 있다면? 글쎄, 평판을 쌓는다는 것은 그가 그런 평판을 얻을 만큼 오래 이 바닥에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고 이는 곧 그가 대단히 훌륭한 선수라는 뜻이다.

우리는 요즘 투어 프로들이 얼마를 버는지 보고 있다. 짧게 끝나는 관계라 할지라도 이 관계는 여전히 수익을 낼 수 있다. 우리가 잃을 가능성이 높은 일자리에 계약을 하는 것에는 꽤 다양한 이유가 있다. 이 업계에 끼어드는 것은 어렵고 여기서 버텨내는 것은 훨씬 더 힘든 일이다.

만일 일자리가 있다면 이것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는 생계를 꾸려나가야 한다. 혹은 에이전트나 다른 선수의 레이더에 자신을 어필해서 또 다른 자리가 생길 때 그들이 나를 떠올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일을 수락하기도 한다.

솔직히 말해서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우리가 변화를 이끌어내는 사람이라고 믿는다. 캐디들은 겸손하지만 우리 모두는 약간의 오만함도 가지고 있다. 이런 종류의 자신감도 없다면 이 바닥에 있어서는 안 된다. 

[글=조엘 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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