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20년차 투어 캐디의 고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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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20년차 투어 캐디의 고충
  • 인혜정 기자
  • 승인 2022.05.2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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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글루킷

PGA투어에서 활동하는 익명의 캐디가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 놓는다. 그는 캐디 경력 20년으로 이 직업을 선택한 것이 실수는 아니었는지 의문을 가지게 됐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여러분이 알 만한 선수를 위해 일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그의 이름을 많이 듣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래도 생계를 위해 하는 일임을 감안할 때 나는 사회적으로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것이 기분 좋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최근 나는 고등학교 동창회에 참석했다. 동창회는 친구들에게 그리고 내 적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체중 감량을 할 동기부여가 되는 일종의 큰 기념행사이다. 이번에는 내가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입장이 됐다.

많은 친구가 행복하게 가정을 꾸리고 탄탄한 직업을 갖고 자리 잡는 모습을 보았다. 예전 여자친구와도 마주쳤다. 원래는 내 운명의 짝이라 생각했지만 떠도는 생활 방식 때문에 결국은 헤어지고 말았다.

동창회를 다녀온 지 4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나는 그때의 일을 매일 생각하고, 내가 투어 캐디가 된 것이 큰 실수를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을 지울 수가 없다. 나는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한다. 골프선수가 되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고 이것이 훌륭한 밥줄이 되었다. 이 일을 좇지 않았다면 분명 ‘만약에?’라는 의문을 떨쳐버리지 못했을 것이다. 

투어 무대에서 일한 지 20년이 되었고 내가 어디에 있을지 말해준다면, 내가 이 일을 다시 할 것이라고 자신할 수 없다. 설상가상으로 발을 빼기에는 너무나 깊이 들어와 있어 겁이 난다.

내 은행 계좌에서부터 시작해보자. 잔고는 괜찮다. 하지만 나 말고 다른 사람을 부양할 필요가 없어서다. 나는 여전히 콘도를 빌려서 생활하고 있다. 집을 살 돈이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편하게 여행을 떠난 적이 언제인지 모른다. 

지난 2년간 내 선수가 일찍 시즌을 마무리 지은 후 나는 한 철만 일하는 자리를 구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꽤 도움이 됐다. 풀타임으로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의 신경을 거스르고자 하는 의도는 없지만 내 주 수입이 충분하지 않아서 휴일 배송일을 잡아야 하는 것은 내 자존심에 상처가 된다. 나는 단 한 번도 캐디가 되면 돈을 많이 벌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지만 이 일이 이 정도로 힘들 것이라고 생각해보지 못했다.

떠도는 삶을 즐겼다. 특히 도시나 지역을 처음 방문할 때는 더욱 그랬다. 매일 밤 모험을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이것이 나를 지치게 한다. 내 몸은 너무나도 많은 고속버스 좌석과 소파 침대에 길들어졌다. 모든 도시가 다 똑같아 보이기 시작한다. 20대 때에는 다른 세 명의 캐디와 집을, 때로는 한 방을 나누어 쓰는 것도 좋지만 40대가 되고 나면 이 역시 지겨워진다. 

나는 최고의 동료들과 일했다. 젊은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은 정말 좋다. 동료 캐디들과 함께했던 즐거운 순간들과 그 웃음은 오랜 세월 동안 캐디 일에 종사하면서 육체적으로 힘들었던 것을 보상하고도 남는다. 그런데 이제 나는 똑같은 사람들과 똑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가끔은, 어쩌면 대부분의 시간 동안 홀로 있고 싶지만 경제 여건상 그럴 수가 없다.

투어 활동 중에는 데이트하는 것도 어렵다. 어떤 추진력을 가지게 되었든 3, 4주 동안 떨어져 있다 보면 깨지고 만다. 내가 현금 속에서 헤엄칠 정도가 아니라는 점도 내 가능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많은 캐디가 가정을 꾸리고 있는 것을 보면 이는 내가 풀지 못한 방정식이다. 아내와 아이들, 그리고 집을 원한다고 해도 이 길이 거기에 이르는 방법인지 모르겠다.

내 선수는 코스 안에서나 코스 밖에서나 나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만일 지금 당장 내가 그만둔다면 기꺼이 그의 골프백을 멜 사람이 100명은 될 것이다. 우리는 꽤나 힘들게 몇 시즌을 보냈는데 그에게서는 다시 상황을 반전시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가 거두었던 성공 대부분은 나와 만나기 전에 있었던 일이다. 다시 그때가 돌아올지 모르겠다.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막다른 골목에 이른 것은 아니지만 딱히 대단한 장점은 보이지 않는다.

6자리 숫자가 적힌 수표와 그것이 가져다줄 안정은 언제나 일주일 앞에 놓여 있다. 지난해 나는 한 토너먼트에서 3만 달러의 배당을 받았고 그다음 4개월 동안 겨우 그 액수에 달하는 돈을 벌었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아직 버틸 수 있도록 바를 붙들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언젠가는 다시 새 선수를 만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다. 

나는 많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 범주에 들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20대 젊은 선수들에게 공룡이 될 정도로 나이를 먹은 것은 아니다. 굳이 떠오르는 스타에게 얹혀가야 한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꾸준히 75위권 이내에 들어 다음 시즌에 어디서 일해야 하나 걱정할 필요가 없는 누군가이면 된다.

내가 이 바닥에 머물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어떤 대안이 있는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대학에서 선수 생활을 했고 사업 관리에 관한 학위가 있다. 지금껏 한 일에 이 학위가 도움이 되도록 실생활에서 적용한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캐디마스터 자리를 구하는 것에 관해서도 생각했지만 기회가 그리 쉽게 만나지지 않는다. 코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선 보조에서 경력을 시작해야 하고 이는 엄청난 수입 감소가 수반되기 십상이다. 

이런 전문 직종에 과감하게 뛰어들 때 사람들은 어떻게 다시 뛰어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다. 어느 직업이든 경력 중반의 위기를 겪는 것은 정상적인 일임을 알기에 아직 무언가 과감한 행동은 하지 않는다.나는 코스에서 10시간 동안 일한 것 때문에 육체적, 정신적으로 탈진 상태에 빠지지 않고 코스에 나가 플레이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코스에 서서 부는 바람이 내가 받을 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걱정 등 시야에 들어오는 경치에 마음을 쓰지 않는 대신 나를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을 느끼며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즐기고 싶다. 함께 정착할 누군가를 찾는 것은 잊자. 그저 골프를 다시 사랑하고 싶을 뿐이다. 

글_조엘 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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