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인터뷰] 국가 대표 이예원, 퍼트는 멘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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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인터뷰] 국가 대표 이예원, 퍼트는 멘탈이다
  • 고형승 기자
  • 승인 2020.11.02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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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부터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골프 국가 대표 출신은 국내를 넘어 해외 무대에서도 통하는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는 공식이 만들어졌다. 우리는 그들을 엘리트 골퍼라 불러왔다. 하지만 그들이 천부적 재능만으로 그 자리까지 올라온 것은 아니다. 그들의 화려한 골프 경력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국가 대표 이예원을 만나 이를 들여다보고 분석해봤다. 

MENTAL IS…

여덟 살에 처음 골프 클럽을 잡을 때 느낌은 낯설고 무서웠다. TV로 골프 경기를 볼 때와 사뭇 달랐다. 아버지 후배가 골프 연습장 코치여서 잠깐 배웠다. 

운동신경이 좋은 편이라 무언가를 습득하는 게 빨랐다. 점차 흥미를 느꼈고 골프 선수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학교 수업도 모두 들어야 했기 때문에 골프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다. 5학년 때부터 오후엔 수업 대신 골프 연습을 할 수 있어 자연스럽게 선수의 길로 접어들었다. 

중학교 2학년 때인 2017년은 나에게 힘든 시기였다. 정확히 슬럼프라고 표현할 수는 없다. 아직 골프 경력이 많은 게 아니기 때문에. 다만 성적이 가장 좋지 않은 시기였다. 여러 문제가 있었겠지만 심리적인 부분이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것 같다. 

2016년에 나는 국가 대표 상비군 활동을 했다. 어린 나이에 상비군 활동을 시작했으니 내가 나에게 바라는 기대감은 한껏 높아진 상황이었다. 2017년에 국가 대표 상비군이라는 타이틀을 갖지 못하자 낙담하고 말았다. 소위 ‘중2병’이라는 말이 붙을 만큼의 힘든 시기와 겹쳤으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해를 마무리하고 뉴질랜드로 전지훈련을 하러 가면서 다음 해를 위해 열심히 했다. 그리고 바로 2018년 시즌 초반에 우승하며 자신감을 되찾았다. 고등학교 1학년 때인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국가 대표로 활동 중이다. 

지난해 처음 태극 마크를 달고 첫 대한골프협회(KGA) 주관 대회에 나갔을 때 부담감이 컸다. 성적을 잘 내야 할 거라는 생각에 오히려 성적은 반대 방향을 향해 내달렸다. 국가 대표라는 타이틀을 내 머릿속에서 지우는 일부터 시작했다. 정말 힘든 과정이었다. 

흔들릴 때마다 7년째 함께하고 있는 코치님(이광일 KPGA 프로)과 부모님은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했다. 주변에서 어떻게 나를 대하느냐가 정말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들은 늘 “편하게 생각해”라는 아주 간단하고 사소하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이 말이 선수나 자녀에게 어떤 효과를 불러일으키는지 알게 된다면 아마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나는 멘탈이 좋은 것 같다. 단점이기도 하지만 장점이기도 한 내 성격은 골프를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실수하면 빨리 잊어버린다. 물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연구해야 성장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뒷일에 연연하다 보면 바로 앞에 놓인 일의 결과도 좋지 않다는 걸 안다. 

플레이할 때 나는 반드시 버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하면 그 타이밍에 어떤 방식으로든 버디 이상을 잡아낸다. 기회를 허투루 날려버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쉽게 모험을 감행하지 않는다. 만약 내가 5타 차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에 임하게 된다면 그 차이만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내 멘탈을 뒤흔드는 요소 중 하나는 바로 퍼팅이다. 개인적으로 퍼트와 멘탈은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퍼트 하나에 다양한 감정 기복이 생기니 말이다. 롱 퍼트가 들어가면 없던 자신감이 생기고 짧은 파 퍼트를 놓치면 그다음 홀부터 경기력에 영향을 줄 만큼 흔들린다. 

징크스? 언제나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위해 스코어카드에 스마일 표시를 그린 후 경기에 들어간다. 그 스마일이 잘 그려지면 성적도 좋고 삐뚤게 그려지면 성정도 좋지 않은 경향이 있었다. 그건 정말 나에겐 징크스로 작용했다. 그래서 스마일 그림을 지우고 다시 그리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조차 연연하지 않는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위해 취한 행동이 오히려 내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GOLF IS…

중학교 3학년 때인 2018년에 치러진 국가 대표 선발전을 통해 고등학교 1학년 때 국가 대표가 됐다. 

해외 대회 경험이 전무하던 내겐 정말 좋은 기회였다. 호주에서 열린 퀸시리키트컵(단체전)이나 대만여자아마추어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또 국제 경기 중 하나인 네이버스컵(일본 미야자키현)에서도 개인전과 단체전(2위 일본과 12타 차)에서 우승하며 소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하늘 높이 올라가는 태극기는 평소 눈물이 없는 내 눈물 버튼이기도 하다. 

세계의 다양한 코스와 환경에서 플레이해볼 수 있다는 건 정말 고마운 일이다. 또 국가 대표로서 국내 프로 대회에도 나올 수 있었다. 프로 무대는 상상한 것보다 더 위협적이었다. 그린 스피드부터 핀 위치까지 단 하나도 쉽게 볼 수 있는 건 없었다. 체력적인 부담도 상당했다. 

처음엔 주변에서 체력에 관한 중요성을 말하면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막상 프로 무대에 나가서 경험해보니 4라운드를 치르고 나면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지금은 일주일에 세 번씩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체력을 단련하고 있다. 

프로의 벽? 그건 모든 아마추어 골퍼가 느끼는 벽일 것이다. 쉽게 넘어가거나 넘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주변에서 혹자는 “해볼 만하지 않았어?”라고 물어보는데 그럴 때마다 웃음이 먼저 나온다. 그들은 이미 내가 살아온 시간만큼 골프를 해왔다. 일단 대회장 분위기에 압도되고 다음은 코스 난도에 ‘아, 이건 힘들겠다’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그런 분위기에 압도되어 쭈뼛거리고 있으면 누군가 다가와 말을 거는데 그것이 바로 프로 골퍼의 여유로운 모습이 아닐까 싶다. 어떤 선배는 간식으로 싸온 과일을 내밀기도 하고 어떤 선배, 아! 이름을 밝혀도 될 것 같다. 안송이 선배는 혹여 내가 불편해할까 봐 이것저것 신경을 써주는 모습에 그만 반하고 말았다. 1부투어에서 함께 활동하게 된다면 고마웠다는 말을 먼저 전하고 싶다. 

나는 2년 연속(2019~2020년) 국가 대표를 하면서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준회원 실기 평가를 면제받았다. 내년부터 프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3부투어부터 출전하겠지만 얼른 1부투어에 올라가 여러 선수 사이에 섞여 플레이하고 싶다. 그 선수들 옆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날 것 같다. 그리고 얼른 팬이 생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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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버 샷 거리는 220m 정도이며 내 특기는 유틸리티 샷과 쇼트 아이언 샷이다. 하지만 100m 이내 거리에서는 연습이 더 필요하다. 7년째 이광일 코치님(그의 아들과 함께)에게 배우고 있다. 그의 훈련 방식은 나와 잘 맞는 것 같다. 어프로치 샷을 할 때 70m까지는 어떻게 보내야 한다는 공식(스윙 크기에 따른 거리 계산법)을 알려줬는데 이걸 연습하다 보니 거리 맞추기도 훨씬 편하고 도움이 많이 됐다. 

난 연습할 때 가급적이면 휴대전화를 내 눈에 보이지 않게끔 치운다. 일단 보이면 들고 뭐라도 보고 있으니 그걸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다. 유혹에 빠질 수 있는 것은 미리 자신의 시야에서 치우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보지 않는 것이다. 그럼 어느 순간 마음이 편안해진다. 

[김주연 코치가 본 이예원]

현재 국가 대표 팀 코치를 맡으며 인연을 맺었다. 이예원 선수는 결정적인 순간 집중력과 판단력이 뛰어나다. 자신감과 자존감이 높은 선수이며 매사 긍정적이며 성적과 관계없이 밝은 선수다. 그를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광일 코치가 본 이예원]

7년째 이예원 선수를 가르치고 있다. 지금은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선수를 다수 지도해왔다. 그 나이 때만 놓고 단순 비교하자면 가장 발전 가능성이 있는 선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승리욕과 집중력이 강하며 체격에 비해 펀치력이 좋다. 팔씨름하면 아마 그를 이길 선배 선수들은 없을 것이다. 아직 경험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상황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경험만 쌓인다면 그는 항상 우승권에 있을 선수다. 그리고 무엇보다 긍정적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 훌륭한 선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이예원
나이 17세 
신장 163cm
학교 원일초-문정중-비봉고 2학년 재학 중
경력 국가 대표 상비군(2016년), 국가 대표(2019년~현재)
성적 경남도지사배 우승(2016년), 박카스배, 스포츠조선배, 일송배, KB금융그룹배 우승(이상 2018년), 호심배, 호주퀸시리키트컵(단체전), 네이버스컵(개인전 / 단체전), 대만여자아마추어 우승(이상 2019년), 빛고을중흥배 우승(2020년) 

[고형승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tom@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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