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인터뷰] 독특한 생각, 앞선 행보만이 살길
  • 정기구독
[스페셜 인터뷰] 독특한 생각, 앞선 행보만이 살길
  • 고형승 기자
  • 승인 2020.07.28 13: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골프를 잘하기 위해서는 좋은 용품을 선별해내는 능력을 갖춰야 하고, 그 무기를 들고 싸울 때는 마음가짐이 남달라야 한다고 이갑종 오리엔트골프 회장은 강조한다. 그의 말에는 아주 큰 의미가 담겨 있다. 

야마하골프 한국 공식 에이전시인 오리엔트골프의 이갑종 회장은 요즘도 오전 8시 30분이면 어김없이 회사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의 기상 시간은 새벽 5시다. 그는 회사 업무를 하나부터 열까지 챙긴다. 그 모습을 보며 ‘이제는 손을 떼어도 되는 게 아니냐’, ‘굳이 회장이 직접 나서서 사소한 것까지 챙기는 게 맞느냐’고 다소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도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은 그런 의견에 흔들리지 않는다. 이미 시행착오를 한번 겪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이 회장은 전문 경영인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물론 당시에도 완전히 손을 뗀 것은 아니었으나 표면적으로는 후계자 양성과 경영 수업을 위한 첫 단추를 끼운 것이나 다름없었다. 경영에서 물러나고 3년간 회사가 여러 취약점을 드러내자 그는 복귀를 결심했다. 이 회장의 말이다. 

“매출도 많이 떨어지고 회사가 여러모로 약해져 있더군요. 직원들의 정신 상태가 아주 해이해졌고 무엇보다 마케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어요. 경영 혁신이 필요했습니다.”

그가 회사에서 물러나기 전 직접 아이디어를 내서 만들어낸 작품이 바로 로봇 광고였다. 아직도 야마하골프의 로봇을 기억하는 골퍼가 많다. 그렇다. 2012년 하반기부터 시작해 3년간 골퍼의 머릿속에 각인된 아이언맨 닮은 로봇이 골프를 하는 그 광고가 맞다. 로봇이 등장하기 1년 전인 2011년에는 워너브라더스와 정식 판권 계약을 맺고 배트맨을 광고에 등장시키기도 했다. 

이 회장은 ‘남처럼 하면 남 이상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늘 남보다 앞서나가기 위해 고민하고 남이 생각하지 못한 것을 생각해내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그의 말이다. 

“분명한 것은 소비자의 머릿속에 들어가야 한다는 겁니다. 소비자의 머릿속에는 브랜드에 관한 사다리가 있는데 그 맨 꼭대기로 올라가기 위해 경쟁하는 것입니다. 적어도 세 번째 위치까지는 올라가야 하는 거죠. 제가 처음 야마하골프와 인연을 맺은 1996년만 해도 국내 골프용품 시장은 캘러웨이, 테일러메이드, 혼마 등 메이저 업체가 선점하고 있었습니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소비자의 머릿속에 야마하라는 브랜드를 각인하기 위해서는 남이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광고가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걸 실행에 옮겼죠.”

치열하게 고민하고 야마하라는 브랜드를 소비자의 머릿속에 각인시킨 주인공으로서 제아무리 전문 경영인이라고 해도 성에 찼을 리 만무했다. 이 회장이 컴백을 선언한 후 가장 먼저 신경 쓴 부분이 브랜드의 강화였다. 그는 브랜드가 약화된 포인트로 마케팅의 부재를 들었다. 일단 골퍼에게 좋은 클럽이 여기 있으니 한번 사용해보라고 알려야 했다. 

문제는 아무리 좋은 클럽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선별할 수 있는 골퍼는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자동차를 고를 때도 가격대를 비롯해 배기량, 제로백 등을 꼼꼼히 살피면서 정작 골프용품은 신중하게 고르지 않는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이 회장은 투 트랙 전략을 선택했다. 한쪽에서는 야마하골프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성능 좋은 골프용품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는 체험형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그의 머릿속에 불현듯 ‘반지 원정대’가 떠올랐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맞는 ‘절대 드라이버’를 찾는 여정을 소비자와 함께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올해 만든 것이 바로 ‘리믹스 원정대’였다. 골퍼라면 누구나 이 원정대에 지원할 수 있다. 20일간 무상으로 야마하 제품을 시타해볼 수 있다. 그 인기는 실로 놀라울 따름이다. 6월에만 1100여 명의 신청자가 몰렸다. 

“이미 골프업계는 오픈 마켓(인터넷 시장)이 발달하면서 그 비중이 40%에 달하고 있습니다. 비대면 비즈니스는 피할 수 없는 흐름입니다. 결국 온라인과 오프라인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의 머릿속에 들어가야 합니다. 마케팅은 소비자의 머릿속에서 치르는 전쟁입니다. 그 브랜드 사다리를 올라가지 못하면 결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이제는 이윤이 적어도 살아남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향후 10년을 그렇게 그려나가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갑종 회장은 골프를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자신에게 맞는 클럽을 꼭 찾길 바랍니다. 그리고 필드에서 상대가 아닌 자연과 경쟁해보길 바랍니다. 골프를 잘한다는 건 낮은 스코어를 기록하는 게 아니라 어떠한 기상 조건에도 맞서 싸울 수 있는 최고의 무기를 들고 그 자연을 향해 힘차게 휘두르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골프입니다.” 

[고형승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tom@golfdigest.co.kr]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잡지사명 : (주)스포티비골프다이제스트    제호명 : 스포티비골프다이제스트
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2, 6층 ㈜스포티비골프다이제스트    사업자등록번호: 516-86-00829    대표전화 : 02-6096-2999
잡지등록번호 : 마포 라 00528    등록일 : 2007-12-22    발행일 : 전월 25일     발행인 : 홍원의    편집인 : 전민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 전민선    청소년보호책임자 : 전민선
Copyright © 2024 스포티비골프다이제스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ms@golfdigest.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