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XG '스왜그'…'힙'한 골퍼가 열광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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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XG '스왜그'…'힙'한 골퍼가 열광하는 이유
  • 서민교 기자
  • 승인 2020.06.1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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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셰익스피어는 희곡 <한여름 밤의 꿈>에서 ‘스왜그(Swag)’라는 표현을 꺼내 들었다. ‘건들거리고 잘난척하는’이라는 의미를 담아. 시대를 넘어 ‘스왜그’는 조금 더 ‘힙(Hip)’하게 우리 곁에 스며들었다. 골프 좀 아는 ‘힙스터’라면 폼 나는 PXG에 어찌 열광하지 않을 수 있으랴. 골퍼들에게 PXG는 한여름 필드의 꿈 같은 클럽이다. 

할리데이비슨을 타는 억만장자 사업가, PXG의 창업자 밥 파슨스 회장이 원한 클럽의 모습은 하나였다. ‘섹시(Sexy)’, 한번 봤을 때 눈길을 사로잡아 사랑에 빠지는 그런 클럽이다. 파슨스는 구태의연한 것에 반기를 든다. 슈퍼볼 TV 광고 시장에 뛰어들었을 때 그가 고집한 건 갈색 머리 여자, 캔디스 미셸이다. 광고 모델로 금발이 유행이던 시대에 매혹적인 갈색 머리 여자로 승부수를 던져 최고의 효과를 얻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 만들어낸 성과였다. PXG를 한국에 처음 소개한 신재호 카네 회장도 PXG를 새로운 리그로 정의하고 ‘섹시하게 생긴 최고의 퍼포먼스’를 최우선 브랜드 가치로 내세웠다. 그들이 통한 건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는 경영 철학이었고 PXG에 매료된 소비자들은 ‘섹시한 골퍼’가 되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 P erformance 

PXG는 시각적 디자인을 강조하는가.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명쾌하다. 예스! PXG 클럽에는 미 해병대 출신 파슨스의 혼이 담겨 있다. 베트남전쟁 참전 당시 26연대를 상징하는 다크니스 스컬 문양이나 소총수로 참여한 부대 코드 ‘0311’이 그렇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확고한 마케팅 전략이다. PXG는 신소재와 신기술 개발을 위해 천문학적인 연구비를 투자한다. 실제로 80개가 넘는 설계 관련 특허 기술을 갖고 있다. 하지만 PXG는 기술적인 퍼포먼스에 대한 홍보를 거의 하지 않는다. 미디어에 뿌려지는 홍보용 보도 자료에도 기술적인 코멘트는 한두 줄에 불과하다. 대신 혁신적인 디자인을 강조한다. 

소비자에게는 매우 불친절한 브랜드로 보일 수 있지만 그들이 노리는 건 ‘가심비’다. 소비자가 고가를 지불하고도 충분히 만족감을 느낀다면 그만이다. 그들이 미국과 달리 국내 시장에서 굳이 하지 않아도 될 패키지에 정성을 쏟는 것도 시각적인 감성지수를 건드리는 전략이다. “갖고 싶은데 못 가져서 욕을 하는 것 아닌가. 우리가 받은 피드백은 단지 무척 갖고 싶은 클럽이라는 것뿐이다.” 한 번 빠지면 재구매 욕구를 참아낼 수 없게 만드는 것이 PXG 마케팅의 한 수다. 강렬한 PXG 로고가 박힌 럭셔리한 블랙 박스를 언박싱했을 때 드러나는 스크루(나사)를 각인시킨 클럽. 그 자체로 PXG 클럽이 떠오른다면 이미 성공한 것 아닌가.

▲ X eno- 

PXG는 골프업계의 낯선 이방인 같은 존재다. 배짱 두둑하게 등장해 골프업계 판도를 뒤흔들었다. 최고급 클럽을 만들었으니까 당신들이 원하면 사가라는 식이다. 심지어 그들은 로-하이 핸디캐퍼 골퍼의 니즈를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 브랜드마다 흔히 내세우는 사은품 프로모션 따위도 없다. 호불호가 갈려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무심하게 판매하고 철저하게 애프터서비스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완제품을 판매하지 않는 것도 PXG의 마케팅 전략 중 하나다. ‘피팅하는 클럽 브랜드’의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심는 데 성공했다. PXG 클럽을 구매하는 골퍼에게 아이언 풀 세트를 피팅한 뒤 1~2주의 기다림은 행복한 설렘이다.  

PXG 클럽은 섣불리 지갑을 열기 힘들 정도로 고가다. 다마스커스 한정판 퍼터는 330만원에 달하지만 대리점에서는 오히려 물량 공급을 더 해달라고 말할 정도로 인기다. 국내 시장에서 30~40대는 물론 20대 소비자도 부쩍 늘고, 여성용 클럽은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수요가 꾸준히 증가세다. PXG는 가격과 상관없이 희소성에 가치를 둔다. 어디서나 PXG 로고가 보일 정도로 제품이 많이 퍼져 있는 것을 원하지 않고 아무나 사용하는 것도 싫다. ‘나 오늘 멋 좀 냈어’라며 신경 쓸 골퍼를 위한 클럽과 어패럴, 딱 그 정도다.  

▲ G eneration 

PXG의 역사는 30년은커녕 고작 5년 남짓이다. 미국에서는 2015년, 한국에서는 2016년 론칭한 브랜드다. 골프업계에서 PXG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닥 달갑지 않다. 검증되지 않은 브랜드라는 인식이 강하다. 실패의 역사가 없는 짧은 역사의 브랜드라는 것이 이유다. 신재호 회장은 말한다. “한국 골퍼는 바보가 아니다. 똑똑한 소비자다.” 멋있고 예쁜 것만으로는 1년을 버티지 못한다는 의미다. 국내 골프업계에서 급속하게 퍼진 PXG의 인지도는 상당하다. 특히 아이언 클럽과 퍼터는 소비자 만족도가 가장 높다.  

PXG어패럴은 한국에서 디자인하고 생산해서 전 세계에 판매하는 조인트 벤처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의류와 용품 등 PXG어패럴도 클럽과 결이 같다. 흰색과 검정, 회색 등 세 가지 컬러로 강렬하면서도 시크한 이미지를 강조하고 제품의 완성도가 떨어지면 과감히 폐기 처분한다. 세대를 떠나 트렌디한 감각의 소비자 옷장 속에는 PXG 로고가 새겨진 골프 아이템 하나쯤은 침투해 있기 마련이다. 물론 스코어카드에 적힌 숫자의 의미보다 ‘힙’하게 골프를 즐길 준비가 돼 있는 골퍼라면. 

[서민교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min@golfdigest.co.kr]

[사진=조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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