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를 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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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를 키워라
  • 고형승 기자
  • 승인 2020.05.28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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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한 현재의 노력이 골프로 먹고사는 사람들의 미래를 좌우한다. 이제는 풀뿌리 골프를 생각해야 할 때이다.  

골프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시장의 점진적인 축소를 의미한다.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미래 어느 시점에는 골프가 영원히 사라질지도 모른다. 특별한 날이 아니면 즐기지 않는 여러 나라의 전통 놀이처럼.

골프는 현재 다른 스포츠에 밀리고 e스포츠나 모바일 게임, 유튜브 등에 치이고 심지어 배우자에게 멸시받는 찬밥 신세가 된 지 오래다. 적어도 젊은 세대에게는 더더욱 그런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건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감소 현상이 가파르게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게 업계 종사자들이 위안으로 삼는 부분이다. 아주 특수한 상황에 해당한다. 몇 가지 원인을 찾아보자면 한국 여자 프로 골프의 선전, 스크린골프의 인기 그리고 골프를 하면 트렌디하다는 인식이 충격을 완화하고 있다. 

골프의 진입 장벽이 높은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돈과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 부르주아 스포츠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다. 고가의 장비를 사야 하고 한 번 라운드에 30만~40만원 이상 지출해야 하며 6시간 이상 투자해야 즐기는 게 가능한 골프는 여타 스포츠와 결이 아주 다르다. 당연히 인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한계를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다. 

10여 년 전, 아니 20여 년 전부터 부르짖고 있는 것이 바로 ‘골프의 대중화’이다. 하지만 골프를 일부 계층만 즐기는 특별한 스포츠인 양 다루면서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졌고 금전적인 뒷받침이 돼야만 세계적인 골프 선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게 됐다. 이런저런 이유로 그 높다란 장벽은 그동안 허물어지지 않았다. 

골프업계는 지금보다 더 파이를 키워 커진 시장에서 나눠 먹을 궁리를 해야 한다.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꼭 선수가 아니더라도 취미로 골프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어려서부터 골프를 자연스럽게 접하다 보면 부정적인 시선을 가지려야 가질 수 없다. 주니어 골프가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 필요

우리나라에서 자녀에게 골프를 시켜볼까 한 번쯤 고민해본 부모가 많을 것이다. 자녀가 배우려는 의지가 있는지 또는 골프를 좋아하는지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덜컥 거액의 레슨비를 주고 동네 연습장에 맡길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방과 후 수업도 학교에 따라 골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결국 여기저기 수소문해봐야 뾰족한 수가 없어 포기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골프를 쉽게 생각하고 접해보려는 분위기가 조성되기 위해서는 먼저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의 협력과 노력이 필요하다. 방과 후 프로그램으로 학생을 모집하고 지방자치단체에서 가지고 있는 골프장을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해봐야 한다. 

지역의 퍼블릭 골프장은 주민을 위해 일정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정책이 필요하다. 꼭 무상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준다면 골프의 저변 확대와 이미지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재단법인 더퍼스트티코리아(The First Tee Korea) 최병호 국장은 “골프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면서 “그동안 골프가 가지고 있던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긍정적인 이미지로 바꾸는 의식 개선부터 시작해야 한다. 지자체는 골프장을 일정 시간 개방하고 아이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몸담고 있는 더퍼스트티는 골프를 통한 청소년의 인성 교육을 목표로 1997년 미국에서 시작한 단체다. 현재는 미국 51개 주와 몇몇 해외 지사를 두고 있다. 한국은 지난 2016년 4월 설립됐다. 

더퍼스트티는 한마디로 주니어 골프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관이다. 8세 이상의 아이들을 다섯 개 레벨(플레이어, 파, 버디, 이글, 에이스)로 나눠 골프를 교육하는 단체다. 더퍼스트티코리아는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10주씩 교육을 진행하며 일주일에 한 번 90분씩 수업한다. 80% 이상 출석해야 수료할 수 있다. 다섯 개 레벨을 모두 수료하기 위해서는 10년이 걸린다. 각 레벨이 2년씩 걸리는 프로그램이다.

현재 여섯 개 반을 운영하고 있으며 한 반 최대 인원은 16명이다. 코치는 각 반에 두 명이 배치된다. 최대 여덟 명을 가르치는 시스템인데 이것은 인성 교육도 함께 진행하기 때문이다. 코치는 별도 더퍼스트티 코칭 교육을 받아야 한다. 미국에서 코치가 직접 방문해 교육한다. 아이들도 레벨이 있지만 코치도 레벨에 따라 가르칠 수 있는 단계가 제각기 다르다. 

처음 설립할 당시에는 전액 무료로 교육했지만 지금은 자기부담금을 내는 형식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원하는 만큼 기부금을 내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아이가 자신의 용돈을 절약해서 기부할 수 있게끔 유도하는 것인데 생애 첫 기부인 셈이다. 수료식 때 아이 이름으로 기부금 영수증을 발행해준다. 기부는 절대 의무 사항이 아니다. 

거의 무상으로 골프를 접할 수 있다 보니 더퍼스트티의 존재를 알게 된 학부모의 열기는 뜨겁다. 선발 기준은 100% 추첨이며 평균 경쟁률은 3 대 1이다. 교육 수료율과 출석률은 90%가 넘는다. 미국에서도 이런 수치는 찾아보기 힘들다. 

인천시 송도의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코리아와 경기도 안산의 강욱순골프아카데미 등에서 교육을 진행한다. 

더퍼스트티에서는 아홉 가지 핵심 가치(정직, 진실성, 스포츠맨십, 존중, 자신감, 책임감, 인내, 예의, 판단력)와 아홉 가지 건강한 습관(에너지, 활동, 안전, 비전, 마인드, 가족, 친구, 학교, 공동체)을 교육한다. 또 행동 지침으로 자신에 대한 존중, 상대에 대한 존중, 주변 환경에 대한 존중을 강조한다. 

최병호 국장의 말이다. “우리는 골프 선수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어릴 때 한번 접해보고 성인이 되어 더 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는 밑거름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런 추억을 가지고 있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의 성장은 하늘과 땅 차이다.”. 

[고형승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tom@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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