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골프백에 아직도 하이브리드 클럽이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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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골프백에 아직도 하이브리드 클럽이 없습니까?
  • 서민교 기자
  • 승인 2020.04.10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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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투어 혼다클래식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임성재의 하이브리드, 타이틀리스트 818H2. 
PGA투어 혼다클래식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임성재의 하이브리드, 타이틀리스트 818H2. 

당신의 골프백을 열어보라. 드라이버와 아이언 세트 사이에 하이브리드 클럽을 끼워 넣지 않았다면 당신은 트렌드에 뒤처진 골퍼다. 스트레스를 유발시키는 롱 아이언이나 불안한 페어웨이 우드는 당장 창고의 오래된 골프백에 넣어두자. 

우리는 하이브리드(Hybrid) 시대에 살고 있다. 순수 혈통을 강조하던 세상은 막을 내렸고 문화와 기술은 이미 경계를 허물고 융합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전기와 연료를 함께 사용하는 기술을 접목했듯 하이브리드 클럽은 우드와 아이언의 장점을 집약해놓은 ‘편리미엄’의 진수다. 하이브리드 클럽은 과거 여성과 시니어 골퍼가 숨기고 싶은 전유물처럼 여겼으나 요즘은 투어 프로의 비밀 병기로 자리 잡았다.  

▲ 유틸리티가 하이브리드?

하이브리드 클럽의 핏줄 찾기 프로젝트는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았다. 대부분 클럽 업체에서는 ‘하이브리드’와 ‘유틸리티’를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고 테일러메이드에서는 ‘레스큐’로 부르기도 한다. 1번 아이언으로 불리는 드라이빙 아이언과는 분명히 다른 하이브리드 클럽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하이브리드 클럽이 지금의 모습으로 골프백에 한자리를 차지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금은 찾기 힘든 12번 우드가 필드를 누비던 시절 고구마처럼 둥글게 생겨 이른바 ‘고구마 클럽’으로 불리던 유틸리티가 나왔다. 유틸리티는 우드에서 발전해 아이언의 콘셉트를 채용한 클럽이다. 유틸리티 클럽은 길이가 조금 짧아지고 치기 쉬워지긴 했으나 우드보다는 비거리, 아이언보다는 방향성에서 뚜렷한 장점을 찾지 못해 자리매김에 실패했다.

하지만 유틸리티의 유전자는 사라지지 않고 진화해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재탄생했다. 하이브리드는 롱 아이언에서 발전한 클럽이다. 가장 큰 차이는 샤프트의 팁(Tip) 부분이다. 유틸리티 샤프트는 우드용, 하이브리드는 아이언용 팁 사이즈를 채용한다. 하이브리드 클럽은 아이언과 같은 단단하고 두꺼운 팁 사이즈로 비거리보다 방향성에 중점을 뒀다. 다만 유틸리티와 하이브리드 모두 아이언이 아닌 우드 강도의 전용 샤프트를 사용한다. 또 하이브리드 클럽은 비거리의 단점을 해소하기 위해 헤드를 우드에 가깝게 크게 만들어 보완했다. 결국 치기 쉬운 짧은 우드를 만들어낸 셈이다. 

“요즘 골프 입문자는 어려운 우드보다 하이브리드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이런 반응을 상상하기 힘들었다. 하이브리드를 잡으면 산악 지대가 많은 우리나라 골프장처럼 라이가 좋지 않은 러프에서도 쉽게 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 어떤 라이에서도 짧고 치기 편하고 거리까지 많이 나가는 하이브리드를 거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피팅전문가 윤성범 스타일링골프 대표의 말이다.  

▲ 클럽 구성을 바꿔놓다

하이브리드 클럽은 이젠 하나의 트렌드로 아마추어뿐 아니라 투어 프로의 골프백에도 침투했다. 편하고 쉽게 치려는 전 세계적인 골프 트렌드의 변화는 클럽 구성을 바꿔놓았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의 하이브리드 클럽 사용 비율이 약 85%에 달하는 것은 이 같은 트렌드를 입증한다. 

여자 투어 프로와 스윙 스피드가 비슷한 남자 아마추어가 눈여겨봐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과거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비거리가 멀리 나가는 선수가 아니었던 양용은은 하이브리드 2~5번에 6번 아이언부터 클럽을 구성하기도 했다. 사실 이때만 해도 남자 선수 사이에서는 ‘사나이 자존심’을 챙기느라 하이브리드에 대한 거부감이 존재했다.  최근에는 그런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  

롱 아이언보다 탄도가 높아 띄우기 편하고 안정적인 비거리에 우드보다 런도 적은 하이브리드는 투어 프로와 아마추어 골퍼에게 모두 취향의 선택이 됐다. 투어 프로도 제주도와 같이 바람의 저항이 심한 골프장에서는 롱 아이언을 쓰지만 환경의 영향이 적은 곳에서는 하이브리드를 챙겨 넣는 것이 이젠 낯선 풍경이 아니다. 

아마추어 남자 골퍼는 4번 아이언을 빼기 시작했고, 헤드 스피드 90마일 이하 골퍼는 5번 아이언으로도 거리를 내기 어렵기 때문에 아예 6번 아이언부터 구성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아마추어 여자 골퍼는 6번 혹은 7번 아이언부터 세트를 구성하는 대신 4번과 5번 하이브리드를 넣는 것이 대중적인 트렌드로 변화했다. 심지어 장타 드라이버로 유명한 뱅골프에서는 시니어 골퍼를 위해 아이언 전체를 하이브리드로 구성하는 파격적인 클럽 세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하이브리드가 골프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롱 아이언을 완벽히 대신할 수는 없다. 피팅 전문가 우원희 핑골프 테크팀 부장은 “하이브리드가 어떤 라이에서도 치기 편하지만 탄도가 높아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고 정확성에서 아이언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는 단점이 있다”며 “결국 선택은 골퍼의 취향이다”라고 강조한다. 또 서정호 테일러메이드 프로덕트팀 차장은 “아마추어 골퍼 가운데는 오히려 하이브리드 클럽을 롱 아이언보다 못 치는 사람도 많다”며 “클럽 구성은 조금 더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투어 프로의 골프백에 하이브리드 클럽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PGA투어 혼마클래식에서 생애 첫 우승한 임성재는 타이틀리스트 하이브리드 818H2(19도)로 그림 같은 샷을 만들어냈고, G410 하이브리드(17도)를 잡은 여자 아마추어 세계 랭킹 1위 제니퍼 컵초는 지난해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 13번홀과 15번홀에서 이글, 버디를 잡아 이곳에서 여자 선수 최초의 우승을 이뤄냈다. 

[서민교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min@golfdigest.co.kr]

[사진=조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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