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인터뷰] 손유정, "루키의 기분을 충분히 만끽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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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인터뷰] 손유정, "루키의 기분을 충분히 만끽할래요"
  • 고형승 기자
  • 승인 2020.01.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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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US키즈월드컵 우승, 2017년 스윙잉스커츠AJGA인비테이셔널 우승, 2018년 오클라호마걸스주니어 우승, 같은 해 롤렉스걸스주니어챔피언십 우승. 성적만 나열하면 우리는 이 엄청난 이력의 선수를 꼭 알아야만 했다. 하지만 지난해 시메트라투어(LPGA 2부투어) 리더 보드에서 그의 이름을 처음 발견하거나 2020시즌 투어 카드를 확보했다는 뉴스로 접한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물론 손유정이라는 이름을 아직 접해보지 못한 골프 팬도 많을 것이다. 

손유정은 2006년부터 미국 오클라호마주에 이주해 살면서 2008년(7세)부터 골프를 시작했다. 화려한 주니어 시절을 거쳤지만 LPGA투어로 향하는 관문은 제법 혹독했다. 지난해는 집을 정리하고 LPGA 2부투어 참가를 위해 자동차로 돌아다녔다. 운전은 부모의 몫이었다. 2부투어의 상금은 크지 않아 아끼고 또 아껴 쓰며 1년을 버텼다. 허름한 숙박 시설을 이용할 때도 있었고 비행기를 이용하는 건 그들에게 사치였다.

문제는 부모도 부모지만 손유정도 하반기로 갈수록 체력이 떨어지면서 온 가족이 오로지 정신력으로 버텨야만 했다. 손유정의 말이다. 

“아버지는 캐디, 어머니는 로드 매니저 겸 영양사였죠. 비록 힘든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1년간 더 가까워진 걸 느꼈습니다. 가족의 관계도 제 골프도 단단해질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평소 낯가림이 심한 손유정은 1년을 낯선 선수들 틈바구니에서 보내야 한다는 게 무엇보다 걱정이었다. 그런 그에게 먼저 손을 내민 이가 바로 성은정이었다. 2016년 US여자주니어골프선수권대회 4강전에서 두 사람은 처음 만났다. 손유정을 4강전에서 누른 성은정은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처음엔 정말 다가가기 힘든 언니였어요. 언니를 감싸고 있는 오라만으로도 쉽게 다가가긴 힘들었죠. 그런데 어느 날 언니가 먼저 말을 걸었어요. 그때부터 저희는 연습 라운드도 함께 하고 식사도 같이 하면서 급속도로 친해졌어요.”

지난해 10월, 8일간 진행된 LPGA 퀄리파잉 시리즈를 통과한 손유정은 골프를 시작할 때부터 꿈꿔온 무대를 드디어 밟게 됐다. 그 무대에서 그는 ‘골프 여제’ 박인비와 대화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의 말이다.

“박인비 선수를 정말 좋아합니다. 같은 소속사인데 제대로 대화를 나눈 적이 없어요.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만약 같은 조에서 플레이하게 된다면 저는 어떤 말부터 해야 할지 고민하느라 경기에 집중하지 못할 거예요. 배울 점이 정말 많은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 친해지고 싶어요.”

박인비뿐만 아니라 LPGA투어에서 활동하는 모든 선수를 근거리에서 관찰할 기회가 생겼다는 데 손유정은 벌써부터 설렌다. 

“마치 동경하던 연예인을 만나는 느낌이 들 거예요. TV로만 보던 선수들이니까요. 그들이 어떻게 연습하고 어떻게 사람을 대하는지 옆에서 지켜볼 수 있잖아요. 그렇게 멋진 선수들과 나란히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답변하던 그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어차피 첫해가 힘들 거라는 건 뻔하죠. 부담도 느끼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을 거예요. 하지만 루키의 기분을 충분히 만끽하면서 1년을 보내고 싶어요. 신인상이오? 최선은 다하겠지만 골프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운동이니까요. 물론 기적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잖아요. ”

2020시즌을 앞둔 손유정은 지난해부터 고민하던 정신력 강화에 더 신경 쓸 계획이다. 심리 코칭을 해준 정그린 대표에게 잡념과 걱정을 줄이는 방법에 관해 배웠다. 또 일상 속 소소한 즐거움을 찾으면서 경기에 임해보라는 조언도 머릿속에 되새겼다. 삶이 즐거워지면 골프도 자연스럽게 즐거워질 것이라고 했다. 

“너무 골프에만 몰입하지 말라는 조언을 해줬어요. 1년 내내 아주 작은 즐거움이라도 찾으면서 생활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어느 날은 골프 생각을 하나도 하지 않고 가족과 온전히 즐겁게 지내는 데 집중했어요. 이후 어떤 변화가 나타난 줄 아세요? 골프가 아주 재미있어졌다는 거죠.”

손유정은 올해 시드 카드를 유지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그리고 조금 더 욕심을 내본다면 그것은 바로 신인상이다. 

“제 버릇 중 하나가 코스에서 노래를 흥얼거리는 거예요. 그날 꽂히는 노래가 있으면 온종일 그 노래를 부르고 또 부릅니다. 긴장도 풀어주고 집중력도 높여주는 것 같아요. 대회장에서 제가 계속 노래를 흥얼거리더라도 주저하지 말고 말 걸어주세요.”

손유정 
나이 19세
신장 160cm
소속 브라보앤뉴
후원 볼빅
기록 LPGA투어 2020시즌 퀄리파잉 시리즈 통과(시드 확보)

[고형승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tom@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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