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곡의 골프 인생’ 김비오, 7년 만의 부활 앞에 자격정지 중징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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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곡의 골프 인생’ 김비오, 7년 만의 부활 앞에 자격정지 중징계
  • 주미희 기자
  • 승인 2019.10.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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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굴곡의 골프 인생이다. 아마추어 시절 천재로 주목받고 프로로서 여러 차례 성공과 좌절을 맛본 김비오(29)가 올 시즌 부활을 알렸지만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중징계를 받았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상벌위원회는 1일 김비오에게 3년 자격정지와 벌금 1000만 원 징계를 내렸다.

앞서 김비오는 지난달 29일 KPGA 코리안투어 DGB금융그룹·볼빅 대구경북오픈 최종 라운드 16번 홀 티잉 에어리어에서 티 샷을 하던 중 갤러리 카메라 소리에 영향을 받았고, 갤러리를 향해 손가락 욕을 한 뒤 티잉 에어리어를 클럽으로 내려찍었다. 이 모습은 생중계를 통해 생생하게 전파됐다.

김비오는 결국 우승까지 차지했지만 후폭풍은 거셌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물론, TV를 지켜보던 시청자들도 "두 눈을 의심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검은 정장 차림에 수척한 모습으로 상벌위에 출석한 김비오는 무릎 꿇고 눈물을 흘리며 다시 한 번 사죄했다.

김비오는 "나로 인해 상처받으신 갤러리분들을 비롯해 동료 선수와 스폰서, 협회 등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많은 분께 죄송한 마음뿐이다. 모든 것은 협회의 결정에 따를 것이다. 잘못된 행동으로 심려를 끼쳐 정말 죄송하다. 어떤 벌이든 달게 받겠다. 앞으로는 모든 분들에게 죄송함을 가지고, 프로 선수이기 전에 더 나은 사람으로 변하겠다. 다시 한번 정말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김비오는 2008~2009년 국가대표 출신으로 2008년 일본아마추어선수권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크게 주목받았다. 협회에서 제공하는 미디어 가이드 북엔 "장타를 앞세운 경기력과 겸손함으로 아마추어 시절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고 적혀 있다.

김비오는 대회장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워 '코스 환경미화원'으로 불릴 정도로 인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었다.

김비오는 2010년 코리안투어 조니워커 오픈에서 우승한 뒤 레이크힐스 오픈과 한중 투어 KEB인비테이셔널 2차 대회, 한국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KPGA 대상, 덕춘상(최저 타수상), 명출상(신인상)을 석권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큐 스쿨도 4위로 통과하며 미국 진출에 성공했다.

2011년 PGA 투어에 최연소로 진출했지만 시드 확보에 실패한 김비오는 2012~2013년 2부 투어인 웹닷컴 투어에서도 부진했다. 2012년엔 코리안투어 세 개 대회에 참가해 GS칼텍스 매경오픈과 SK텔레콤 오픈 등 메이저급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며 KPGA 상금왕에 등극했다.

김비오는 2014년 미국 무대의 꿈을 접고 국내 투어로 복귀했다. 2017년까지 국내 무대에서 활동했지만 우승은 없었던 김비오는 2018년 웹닷컴 투어 출전권을 따내며 계속 미국 무대 문을 두들겼다.

2018년 5년 만에 웹닷컴 투어에 복귀했으나 18개 대회 중 11개 대회에서 컷 탈락을 하고 말았다. 김비오는 하반기에 귀국해 이때부터 코리안투어에 참가했고, 코리안투어 시드를 잃을 뻔했지만 코리안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까지 참가해 공동 16위로 통과하며 올 시즌 출전권을 확보했다.

이렇게 평탄치만은 않은 선수 생활을 보낸 김비오는 지난 4월 NS홈쇼핑 군산CC 전북오픈에서 무려 7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5개월 뒤인 대구경북오픈에서 정상에 오르며 올 시즌 첫 다승자가 됐지만, 끝은 씁쓸했다.

김비오의 자격정지는 이날부터 시행되며 3년 뒤인 2022년 9월 30일에 끝난다.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김비오는 KPGA가 주최하고 주관하는(공동 주관 대회 포함) 대회엔 일절 출전할 수 없다. 상벌위원회 종료 시점부터 적용돼 당장 오는 3일 개막하는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부터 출전이 불가하다.

KPGA는 3년의 자격 정지는 사실상 코리안투어 시드를 박탈한 형태라고 밝혔다. KPGA는 "올 시즌 2승으로 향후 3년간 시드를 얻었으나 이를 박탈함으로써 이후 국내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KPGA 코리안투어 QT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구경북오픈 우승으로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1위를 달리고 있었지만, 자격 정지 징계를 받으면서 올해 모든 기록이 순위에서 제외됐다. 따라서 김비오는 오는 17일부터 제주도에서 열리는 PGA 투어 CJ컵에도 출전할 수 없다. 또 제네시스 대상 1위를 시즌 끝까지 지킬 경우 받을 수 있는 유러피언투어 시드도 물거품이 됐다. 후폭풍이 너무나 크다. 물론 김비오는 타 투어 큐 스쿨을 통과해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순 있다.

김비오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다. 벌써 "가뜩이나 남자 선수는 후원을 받기가 어려운데 더 어려워졌다"는 말이 나온다. 경상도 지역은 골프 인기가 많아 여자 대회는 물론이고, 대구경북오픈에도 많은 갤러리가 모였는데 당장 팬들의 등을 돌리게 한 행위가 될 수도 있다. 팬이 있어야 프로 선수와 스포츠가 존재하는 법이다.

상벌위원회 김규훈 상벌위원장은 "김비오 선수는 프로 자격을 갖춘 선수로서 굉장히 경솔한 행동을 했고 이에 합당한 강력한 조치가 필요했다. 물론 대회가 끝난 뒤 반성과 사죄의 뜻을 보였고 개인 SNS에 사과의 글을 올렸지만 돌이킬 수 없는 행동으로 KPGA의 모든 회원과 투어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의 위상을 떨어뜨렸다. 다시는 이런 일을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징계 이유를 밝혔다.

상벌위원회는 회원의 무분별한 행동으로 인해 회원의 품위를 손상시킬 경우, 에티켓 위반으로 골프 팬의 빈축을 사거나 협회 또는 타 회원의 위신을 실추시켰을 경우, 공식 대회 공적인 자리에서 부적절한 언행 및 행위로 회원의 품위 및 협회 회상을 실추시킨 경우에 근거해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

KPGA 이우진 운영국장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골프를 사랑하는 팬들과 대회 스폰서 관계자 분들께 굉장히 송구스러운 마음이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갤러리 문화 개선을 위한 노력과 투어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의 인성 교육도 강화할 예정이다. 프로 선수들은 팬이 있어야 존재한다. 대중의 관심이 있어야 대회가 열리고 TV를 통해 중계되며 결과가 언론에 의해 쓰여진다. 다시 한 번 이번 일로 상심이 컸을 팬 여러분과 관계자 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선수들이 활동하는 단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사과했다.

[주미희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chuchu@golfdigest.co.kr]

[사진=KP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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