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우의 일본 적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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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선우의 일본 적응기
  • 전민선 기자
  • 승인 2019.03.28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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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JLPGA투어에 도전장을 내민 배선우. 그가 골프다이제스트에 털어놓은 ‘일본 적응기’

일본으로 무대를 옮겼다. 다시 신인이 된 느낌은?
모든 것이 생소하다. 플레이하는 코스도, 사람도. 국내 투어를 뛸 때는 대회장에서 동료나 선후배를 만나면 인사하고 안부를 묻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요즘은 대회장에서 선수와 눈이 마주치면 지금 인사를 해도 되는 타이밍인지까지 생각한다.

매주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
일본에 온 지 2주밖에 되지 않았다. 대회가 열린 두 곳의 골프장에만 있었다. 선수들에게 코스를 매일 오픈해주기 때문에 연습 라운드를 돌거나 천연 잔디 타석이 마련된 연습장에서 연습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체력 훈련도 매일같이 하고 있다. 대회가 시작하기 전까진 주변 동네 슈퍼마켓을 구경하러 다닌다. 재미가 쏠쏠하다. 아니면 일본투어에서 활동 중인 선배이자 언니들이 추천하는 맛집을 찾아다닌다.

지난해 KLPGA투어에서 상금 랭킹 2위에 오르며 활약을 펼쳤는데 일본행이라니, 결정에 후회는 없나?
후회는 없다.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여행하는 기분이다. 집이 아직 없어선가?(웃음) 호텔 안에서 먹고 자고 이동하고.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일본 진출 후 뜻대로 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의사소통하는 것이 일어로 제한되기 때문에 조금 답답하다. 반면 일본투어를 뛰는 한국 선수가 많아선지 일본 선수들이 한글을 생각보다 많이 안다. 심지어 배우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의사소통이 뜻대로 되는 것 같으면서도 뜻대로 되지 않는 것 같다. 그것 말고는 아직 집을 마련하지 않아서 집 없이 떠돌이 생활을 하는 것도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 중 하나다. 하지만 아직까진 이런 생활이 재미있다.

의사소통은 어느 정도 가능한가?
대원외국어고등학교에서 일본어과를 졸업했다. 기본적으로 일상 회화는 가능하다. 선수들이나 캐디와 대화하는 데는 크게 문제가 없다. 하지만 불만이나 항의(?) 같은 건 통역사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한다.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논란을 키우거나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다.

집은 언제쯤 마련할 계획인가?
남동생이 일본에서 유학 중이다. 교토에 자리한 학교에 다니고 있다. 4월까지는 호텔에서 먹고 자는 생활을 이어갈 것 같고 그 후에 동생이 있는 곳이나 고속철도인 신칸센을 타기 편한 곳으로 집을 구할 계획이다.

일본에서 두 개 대회를 마쳤는데, 겪어보니 어떤가?
골프 선수 생활은 어디를 가나 똑같은 것 같다. 다만 이곳에 빨리 적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골프장의 잔디는 골프장마다 크게 다르지 않다. 제주쯤은 가야 조금 다르구나 싶지. 하지만 일본은 그렇지가 않다. 특히 오키나와 소재 골프장의 일본 말로 ‘고라이’로 불리는 잔디는 질기고 뻣뻣하다. 익숙해지려면 약간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아직 배울 게 많구나 싶다.

한국과 다른 신선한 골프 문화가 있나?
대회장 분위기가 굉장히 엄숙하다. 무엇보다 갤러리는 매우 질서가 있다. 어느 정도냐면 대회가 끝난 후 선수에게 사인을 받으려는 팬들은 설치되어 있는 펜스에 줄을 서서 차례로 기다린다. 절대 펜스를 넘어오는 일이 없다.

가장 기억에 남는 팬이 있나?
국내 투어를 뛰고 있을 때 한국에까지 와 나를 응원해준 일본 남성 팬이 있었다. 모자에 사인해준 적이 있었는데, PRGR레이디스컵 마지막 날 그 모자를 착용하고 대회장에 찾아와 응원을 해줬다. 반갑고 감사했다.

일본에서 배 프로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인가?
PRGR레이디스컵에서 선두권에서 우승 경쟁을 한 후 나를 조금 알아봐주는 것 같다. 그전에도 인터뷰 요청은 있었지만 정중히 거절했다. 좋은 성적을 낸 후 하고 싶었다. 지금도 이 마음은 변함이 없다.

일본에서 프로 골퍼로서 끝까지 지키고 싶은 소신이 있다면?
게임 중 느끼는 감정 상태가 어떤지 솔직하게 표출하면서 진지하게 경기에 임할 것이다. 인간적인 프로이고 싶다는 뜻이다.

국내에선 그러지 못했나? 자신에 대한 편견 중 깨고 싶은 것이 있나?
국내 투어를 뛰었을 때도 그랬다.(웃음) 내 코를 보고 코 성형 망했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 기회를 빌려 말하고 싶다. “저는 코 성형을 하지 않았습니다!”

캐디는 누가 맡고 있나?
지난해 은퇴한 강수연 프로의 백을 멨던 캐디와 함께 하고 있다. 지난 다이킨오키드레이디스와 PRGR레이디스컵 두 대회에서 호흡을 맞췄다. 우리말을 조금 할 줄 알아서 편하다.

낯선 곳에서 힘들거나 고민이 있을 땐 주로 어떻게 해소하나?
대학 생활을 함께한 친구들과 영상통화를 한다. 아니면 나의 절친인 박신영과도 자주 연락한다. ‘찡찡’대기도 하는데 잘 받아준다. 응원하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 큰 위로가 된다.

요즘 가장 큰 관심사는 무언가?
‘일본에서 뭘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다. 일본은 대부분의 음식점이 브레이크 타임이 있다. 대회가 끝나는 시간이 참 애매하다.

마지막으로 올해 목표는?
처음엔 일본투어 시드를 유지하는 게 목표였다. 물론 지금도 1차 과제는 그거다. 지금은 더 큰 목표를 세웠다. JLPGA투어 시즌 최종전이자 메이저대회인 리코컵에 출전하고 싶다. 이 대회는 정상급 선수 30명만 출전해 컷 탈락 없이 치르는 왕중왕전의 성격을 띠는 대회다. 나는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강하니까 우승도 노려보겠다. 내게는 아직 서른일곱 개 대회가 남아 있다.(웃음) 

[전민선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jms@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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