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부시, 그가 사랑했던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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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부시, 그가 사랑했던 골프
  • 인혜정 기자
  • 승인 2019.02.15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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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41대 대통령 조지 부시와 잊지 못할 라운드를 기리며
2005년 케이프어런들골프클럽에서 짐 낸츠와 함께 한 부시 대통령과 클린턴 대통령
2005년 케이프어런들골프클럽에서 짐 낸츠와 함께 한 부시 대통령과 클린턴 대통령

25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나는 조지 부시 대통령과 10여 차례 함께 라운드하는 행운을 누렸다. 대개 메인주 케네벙크포트 내에 있는 부시 가문의 별장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이 위대한 남자이자 멘토를 떠나보내며 나는 골프의 미덕을 담고 살았던 그를 요약해 보여줄 이야기를 하나쯤은 털어놓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2005년 부시 대통령은 빌 클린턴 대통령과 함께 동남아시아를 급습한 쓰나미 피해 복구 사업의 공동 의장을 맡았다. 함께 협력해서 15억 달러(약 1조6940억 원)의 기금을 모은 사업이었다. 이 기간에 과거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두 사람 사이에 우정이 싹텄고 그해 여름 비밀리에 개인적으로 만났다.

어찌 된 일인지 이들은 메인주에서 2박 3일의 짧은 휴가 기간 동안 ‘중재자’ 구실을 담당할 사람으로 나를 지목했다. 내가 부시 대통령을 방문할 때는 단지 골프만 하는 것이 아니라 편자 던지기를 하거나 바너클빌리에서 바닷가재 롤과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해 그의 보트를 타고 오건킷의 작은 항구도시로 가는 것 그리고 본채에 앉아서 장시간 잡담을 나누는 것 등이 뒤따르곤 했다.

언제나 여름 캠프 같은 느낌이었고 매일매일이 소풍 같은 나날이었다. 하지만 특별히 이번 방문에서는 내가 두 사람과 아주 잘 지내게 될 것이라는 게 부시 대통령의 설명이었다. 이들은 1995년 밥호프클래식에서 제럴드 포드 대통령까지 셋이서 함께 티오프한 이후 처음으로 함께 라운드를 할 예정이었다. 부시와 클린턴 두 대통령은 그 이후 세 번 더 함께 라운드를 했는데 나는 그 회동에 모두 함께했다.

이들의 만남이 이루어진 장소는 케이프어런들골프클럽이었다. 이곳은 월터 트래비스가 설계한 코스로 유명한데 부시 대통령이 USGA 회장을 역임한 아버지 프레스콧 부시로부터 골프를 배운 곳이기도 하다. 프레스콧은 이 코스에서 여덟 차례나 클럽 챔피언에 올랐고 부시 대통령 역시 1947년 결승에서 우체국 직원 채드 브라운을 8 & 7으로 꺾고 클럽 챔피언에 등극한 바 있다.

한때 자유 진영을 이끌던 두 지도자의 라운드는 서로를 칭찬하고 응원하는 분위기 속에 정중하게 시작됐다. 클린턴 대통령이 첫 세 홀에서 두 개의 버디를 기록했다. 315야드의 짧은 파4, 5번홀에서 부시 대통령의 드라이버 샷은 페어웨이 왼쪽 살짝 움푹 들어간 트러블에 빠졌다. 그린까지 125야드밖에 안 남았지만 까다로운 샷이었다. 그가 어떻게 플레이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이 클린턴 대통령이 그를 돕기 위해 뛰어왔다. “꼭 그린을 노릴 필요가 없어요. 라이를 봐요. 너무 위험하다고요.” 그러더니 클린턴 대통령은 경사를 걸어 올라가 페어웨이의 안전한 지역에 가서 서더니 마치 타임아웃을 선언하는 미식축구 심판처럼 팔을 흔들었다. “정확히 나를 겨냥해요, 조지!” 그가 소리쳤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나를 향해 웅얼거렸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요?” 의심할 바 없이 그는 그린에 볼을 올리고 싶어 했다. 나는 말했다. “각하, 여기서 처음 플레이할 때가 몇 살이었습니까?” 부시 대통령이 대답했다. “열 살이었지요.” 내가 다시 말했다. “그럼 이 홀에서 플레이한 게 몇 번이나 됩니까? 1년에 평균 50번은 되나요? 다 합해서 천 번은 되지 않아요? 난 그저 클린턴 대통령은 여기가 처음이라는 말을 하는 거예요.”

부시 대통령은 자신의 볼을 그린 위에 올릴 수 있는 아이언을 집어 들었지만 다시 주저했다. “지미, 저 친구는 지금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어요. 저 봐요. 저 위에서 열심히 팔을 흔들고 있잖아요. 손님인데 내가 그를 행복하게 만들어줘야지요.” 이 말을 한 뒤 그는 피칭 샷으로 볼을 페어웨이에 올렸다. 아직도 120야드가 남아 있는 다음 샷으로 그린에 볼을 올린 그는 이제 6m 파 퍼트에 직면했다.

끔찍한 수준의 퍼팅 실력을 가지고 있었던 부시 대통령은 오랫동안 퍼팅 입스에 시달려왔고 마침내 폴캣(Pole-Kat)이라고 알려진 롱 퍼터를 통해 다소 위안을 찾은 골퍼였다. 나는 그가 단 한 번이라도 마음에 드는 퍼트를 한 적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에 그는 홀의 정중앙을 맞히며 파를 잡아냈다. 모든 사람이 환호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그에게 걸어와 하이파이브를 한 다음 말했다. “거봐요, 조지. 이렇게 플레이해야 하는 거라니까요!” 41대 대통령은 그의 말에 동의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팔짱을 낀 채 다음 6번홀을 향해 걸어갔다. 전례 없이 진정으로 하나가 된 순간이었다. 이제는 영원한 친구가 된 두 사람이었다. 정말 아름다웠다.

부시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이력을 가진 사람일지도 모른다. CIA 국장, UN 대사, 중국 특사, 부통령을 거쳐 미합중국 대통령에 올랐다. 단 한 사람이 이 모든 것을 성취했다고 믿기 힘든 일이다. 그러나 나와 다른 많은 사람에게 부시라는 위대하고 신실한 친구가 있기에 우리의 삶은 더욱 빛난다. 부시 대통령의 행동에서 나는 존중과 예의, 경의와 품위를 보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그가 그토록 사랑했던 골프 안에 완벽히 녹아들어 있었다.

글_ 짐 낸츠 / 정리_ 인혜정 골프다이제스트 기자(ihj@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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