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골퍼의 ‘건망증이 부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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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골퍼의 ‘건망증이 부른 참사’
  • 전민선 기자
  • 승인 2019.02.04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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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드가 잡혀 있던 날, 보스턴백과 캐디백에 반드시 챙겨 가야 할 아이템을 깜박하여 벌어진 에피소드 혹은 깜박깜박 건망증으로 인해 벌어진 프로 골퍼들의 별별 이야기를 모아 봤다.

이상희

아마추어 시절 이야기예요. 경기 전날이었어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집 근처 골프 연습장에서 연습하고 집에 들러 짐을 정리해서 대회장으로 출발하려고 했죠. 근처까지 가서 아버지와 밥을 먹고 숙소에 도착해 짐을 내리려는데, 캐디백이 없는 거예요. 때마침 집에 계신 어머니에게 전화가 걸려왔어요. “상희야, 너 캐디백 안 가져갔지? 경비실에서 너의 백이 현관에 있다고 해서 찾아왔다.” 결국 아버지가 집에 다녀오셨어요.

박준원

골프웨어 매너가 있잖아요. 단정하게 입어야 한다는. 그런데 벨트를 챙겨 가지 않은 거예요. 벨트를 안 하고 바지를 입자니, 헐렁해서 흘러내려갈 것 같고. 하는 수 없이 허리를 한 단 접고 이를 감추기 위해 티셔츠를 밖으로 빼내 입었어요.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봤죠. 가관이더라고요. 허리를 접었더니 바지 기장이 발목 위까지 올라가 있더라고요. 한순간에 ‘요상한 골퍼’가 되었어요. 그나마 대회가 아닌 친선 라운드라 다행이었죠.

김하늘

제 부주의(?), 건망증(?) 때문에 골프장까지 갔다가 라운드조차 못하고 집으로 되돌아온 적이 많아요. 이유는 하나! 캐디백을 안 가져간 것. 골프장에 도착해서 직원이 백을 내릴 수 있도록 트렁크를 열었는데 그가 조심스레 창문을 똑똑 두드리는 거예요. “트렁크에 캐디백이 없는데요?” 너무 황당하고 어처구니없으면 웃음밖에 안 나온다고 너털웃음을 터뜨렸어요. 선수들 중에 저와 같은 해프닝을 벌인 이들이 많을 거예요. 경기에 나가지 않아도 매일같이 연습장에 가니까 항상 트렁크에 캐디백이 실려 있으니까요. 뭐, 그날 저도 그런 줄 알았죠. 하지만 그 후 같은 상황을 몇 번 더 겪으니 허탈감이 밀려오더라고요. 

김태훈

우리는 어느 때와 다름없이 부킹 시간에 맞춰 골프장에 무사히 도착했어요. 그리고 평소처럼 예약자의 시간 내 무사 도착을 알릴 겸, 예약자명을 확인하고 라커 번호를 배정받기 위해 프런트로 향했죠. 그런데 프런트 직원이 저희 이름을 재차 묻더니 고개를 갸우뚱하더라고요. 그리고 하는 말. “예약자명 ○○○님 맞으세요? 그 이름으로 예약 확인이 안 되는데요.” 그러기를 10여 분. 결론은 이거였어요. 우리가 예약해 둔 날짜가 그다음 날이었던 거예요. 우리 모두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터벅터벅 클럽하우스를 걸어 나왔어요. 그리고 그날 우리는 스크린 골프방에서 대리 만족과 위안을 느꼈죠.

김학형

19세 때 일이에요. 대회장에 갈 때 어머니가 운전하시고 저는 주로 잠을 청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골프장에 도착해서야 저는 콘택트렌즈를 착용합니다. 그런데 그제야 콘택트렌즈를 챙겨 오지 않았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안경을 끼긴 하지만 안경은 제 도수에 딱 맞지 않아서 시야가 흐릿했어요. 어떻게 하겠어요. 일단 그런 상태로 경기를 치렀고, 어머니는 집으로 돌아가 콘택트렌즈를 챙겨 오셨어요. 5홀 정도 지났을까? 어머니에게 렌즈를 받아 착용할 수 있었죠. 하지만 안경을 끼고 플레이를 했던 5홀까지 얼마나 타수를 까먹었는지. 나머지 홀에서 도저히 만회할 수가 없어서 예선 탈락했어요.

[전민선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jms@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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