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은 무슨? 개나 줘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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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은 무슨? 개나 줘버려!
  • 고형승 기자
  • 승인 2019.01.3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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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골프 대회를 개최하기 위해서는 총상금의 3배 가까운 비용이 들어간다고 공공연하게 알려졌다. 예를 들어 총상금 3억 원 규모의 대회라면 9억 원(상금 포함)의 비용이 투입되어야 성공적으로 대회를 치를 수 있었다. 여기에는 골프장 대여료부터 대회 진행 요원이나 경호원 등의 인건비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다.

물론 이건 10년 전 이야기다. 지금은 상금의 3배에 달하는 금액을 쓰라고 기획 운영사에 척 내주는 통 큰 스폰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만큼 기업 담당자가 밀당(?)의 고수가 된 것도 있지만 운영사끼리 제 살 깎아 먹기 경쟁에 돌입한 이유가 크다. 그러다 보니 10년 전과 비교해 대회의 특색이 잘 드러나지 않는, 그저 그렇고 그런, 아주 천편일률적인 대회가 공장에서 찍혀 나오듯 열리고 있다.

요즘 골프 대회 중계를 보면 캐스터가 언급하지 않거나 자막으로 대회명이 나오지 않으면 어떤 대회인지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다. 가끔 화면에 잡히는 호수에 떠 있는 대회 타이틀이 들어간 조형물이 아니라면 지난주에 열린 대회 재방송인지 이번 주 열리는 대회의 생방송인지도 헷갈린다. 그만큼 평범하고 지루한 중계가 매주 이어지고 있다.

기업은 돈을 쓰지 않으면서 운영사 담당 직원에게 ‘대회 흥행을 위한 아이디어’를 내놓으라고 압박한다. 기획사에 미안한 말이지만 자업자득이기도 하다. 대회 운영권을 따내기 위해 무리하게 가격을 낮춰 경쟁 프레젠테이션에 들어가면서 자기 발등을 찍은 것이니까 누구에게 하소연할 상황은 아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유혈 경쟁을 펼친 운영사만 탓할 수 없다. 자유 시장 경제 체제에서 당연한 일이니까.

운영사 직원은 저비용 고효율의 아주 참신한 아이템을 주최사에 들이밀기 위해 고심한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해당 대회의 운영권을 따내기 위해 머리가 한 움큼씩 빠지는 스트레스를 감내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분명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한계에 부닥치고 좌절 모드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동안 스포츠 마케팅을 해 보겠다고 도전장을 내민 수십, 아니 수백 명에 달하는 제리 맥과이어의 머리에서 이미 아이디어란 아이디어는 다 나와 고갈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결국 그저 그런 아이디어만 내놓으며 이듬해 그 주최사와 안녕을 고하게 된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고형승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tom@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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