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인터뷰] 전미정의 골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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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인터뷰] 전미정의 골프 이야기
  • 고형승 기자
  • 승인 2019.01.20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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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정이 실로 오랜만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그는 그동안 일본에서 2005년부터 활동하며 투어 25승을 거뒀고 상금 11억543만2449엔(약 113억3700만 원)을 벌었다. 그가 골프다이제스트와 과거 인터뷰한 내용을 공개한다. 

골프다이제스트 : 일본에서 20승을 거두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영구 시드를 획득하게 됐다. 
전미정 : 생각지도 못했는데 엄청 좋았다. 사실 한국에 그런 규정이 있는지도 몰랐다. 일본에서는 30승을 해야 영구 시드를 받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한국에서는 몇 승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제는 일본에서 30승을 거둬 영구 시드를 받는 것이 다음 목표가 됐다. 기록을 깨는 것을 목표로 하지는 않는다. 다만 내가 세운 목표를 향해 열심히 노력할 뿐이다. 그러면 언젠가는 기록이 만들어질 것이고 훗날 누군가가 내 기록을 또 깨게 될 것이다. 일단은 다른 것보다 영구 시드를 받아서 일본의 후도 유리(일본에서 통산 50승을 거둔 선수)처럼 여유롭고 안정적으로 투어에서 활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일본행을 결심한 이유는? 
2004년에 일본 퀄리파잉스쿨에 참가했다. 그때는 반드시 될 거라는 생각은 없었다. ‘경험 삼아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도했는데 운 좋게도 한 번에 통과했다. 당시 한국은 대회가 그리 많지 않았고 일본은 30개 이상 열렸다. 규모도 규모지만 조금 더 큰 무대를 경험해 보고 싶었다. 

일본 진출한 이후 어려운 점은?
처음엔 막막했다. 아는 사람도 없었고 언어도 통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일본 투어에서 활동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한국을 벗어나 다른 투어에서 활동한다는 게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전혀 몰랐다. 일본의 문화나 언어는 물론이고 생소한 코스와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적응하는 데 힘들었다. 

언제까지 언어 소통이 불편했나?
3년 정도는 어려웠던 것 같다. 1년째는 거의 못했고 2년째는 10% 정도 알아들었고 3년째는 절반도 채 알아듣지 못했다. 일본 진출 첫해는 일본어가 전혀 되지 않아서 일본인 캐디를 쓸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친언니가 직접 캐디를 했다. 언니와 둘이서 다니며 연습하고 대회도 참가했다. 언니 도움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 1년이 지난 후 언니가 안 되겠다 싶었는지 먼저 일본어를 배웠고 그때부터 편하게 다닐 수 있었다. 

어떻게 적응했나?
먼저 투어 생활을 하고 있던 구옥희 프로님을 비롯한 선배 프로가 많은 도움을 줬다. 밥도 사 주고 의사소통이 어려울 때는 통역도 해 줬다. 정말 고마웠다. 또 일본 선수도 이방인이라고 모르는 척하지 않고 많이 도와주려고 했다. 

갤러리는 한국과 일본투어가 어떻게 다른가?
한국 갤러리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늘었다. 보기 좋다. 그런데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는 게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용인된다. 일본은 초상권에 대해 선수 스스로가 개념을 갖고 보호하려고 한다. 그래서 대회장 내(심지어는 연습 그린까지)에서는 사진기자 외에는 절대로 선수의 사진을 찍을 수 없다. 대회가 모두 끝나고 코스를 벗어나면 선수와 사진도 찍고 사인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에 사진을 찍는 것에 대해서는 이해하지만 경기 도중만큼은 좀 자제했으면 한다. 그러면 선수가 더 좋은 플레이를 펼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본 갤러리의 특성은?
일본에서는 골프 자체를 보러 오는 갤러리도 있겠지만 선수를 보러 많이 오는 것 같다. 한 개인을 팬으로서, 약간은 동경의 대상으로 바라봐 주는 편이다. 미국은 선수보다는 경기 자체를 보러 왔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우리나라도 최근에는 선수 개인을 응원하는 갤러리가 많이 늘어난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가 있다면?
처음 우승할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일본 진출 첫해 우승이 없었는데 이듬해인 2006년에 메이지초콜릿컵에서 우승했다. 일본 진출 후 기다리던 첫 우승이라 잊을 수 없다. 우승 부상으로 1년 치 초콜릿을 받기도 했다. 

아쉬운 대회는?
정말 많다. 그중 굳이 꼽으라면 2009년 산쿄레이디스인 것 같다. 그 대회에서 나는 2라운드까지 선두였고 마지막 날 16번 홀까지도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17번과 18번 홀에서 연속으로 더블 보기를 범하며 1타 차로 미야자토 아이에게 우승컵을 내줬다. 정말 최악이었다. 

일본에서 선수 생활을 마치고 싶은가 아니면 국내 무대로 돌아올 것인가?
골프를 일본에서 접게 될 정도면 선수로서 생명은 이미 다했다고 본다. 골프를 즐기고 만족할 만한 퍼포먼스가 나오지 않을 때는 이미 늦었다. 국내로 복귀한다고 해서 실력이 나아지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서 그냥 일본에서 깨끗하게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다. 

프로 의식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나?
나는 별로 못 갖추고 있는 것 같다. 경기력을 제외하곤 퍼포먼스나 외모나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스타성을 갖추는 것도 프로 골퍼로서 필요한 내용인 것 같은데 나는 그런 점에서는 마이너스다. 하지만 선수 개개인의 캐릭터라 위안 삼는다. 나처럼 조용한 성격의 선수도 나름대로 개성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전미정에게 ‘골프’란?
내 삶의 전부다. 내 인생. 

골프를 하지 않았다면 무엇을 하고 있을까?
어릴 때부터 운동하는 것을 좋아했다. 아마도 인라인스케이트 선수를 하고 있지 않을까? 물론 이미 은퇴를 했겠지만. 지금보다는 명성이 그렇게 뛰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전미정처럼 되고 싶다는 후배 선수가 점점 늘고 있다. 그들에게 한마디 해 준다면?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는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릴 줄 알아야 한다. 사소한 면에 연연하고 얽매인다면 성공이라는 열매를 딸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건 정말 당연한 말이지만 노력을 한시라도 게을리한다면 그냥 빨리 다른 길을 택하는 것이 좋다. 어떤 일에 게을러진다는 것은 그만큼 그 안에서 재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뜻일 테니까 말이다. 

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요즘은 국내 골프 채널에서 JLPGA투어 중계를 해 팬들이 많은 관심을 두고 응원해 주는 것 같아 정말 고맙다. 항상 좋은 플레이와 성적으로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할 테니 끝까지 많은 사랑과 응원 부탁 드린다.  

JLPGA투어 우승 일지 : 25승
2006년(3승) : 메이지초콜릿컵, 필란트로피LPGA플레이어스챔피언십, 후지쓰레이디스    
2007년(4승) : 야시마퀸즈골프토너먼트, 살론파스월드레이디스골프토너먼트, 버널레이디스, 히구치히사코IDC오츠카가구레이디스    
2008년(2승) : 리조트트러스트레이디스, 카고메필란트로피LPGA플레이어스챔피언십
2009년(4승) : 리조트트러스트레이디스, 메이지초콜릿컵, 요넥스레이디스골프토너먼트, 히구치히사코IDC오츠카가구레이디스
2010년(3승) : 요넥스레이디스골프토너먼트,    니치레이레이디스, 먼싱웨어레이디스도카이클래식    
2011년(1승) : LPGA투어챔피언십리코컵
2012년(4승) : 리조트트러스트레이디스, 니치이코레이디스오픈골프토너먼트, CAT레이디스, 히구치히사코모리나가제과레이디스
2013년(1승) : 요코하마타이어골프토너먼트PRGR레이디스컵
2016년(2승) : 사만사타바사걸즈컬렉션레이디스토너먼트, 노부타그룹마스터스GC레이디스
2017년(1승) : 요코하마타이어골프토너먼트PRGR레이디스컵

연도별 상금 획득 현황 : 11억543만2449엔(약 113억3700만 원)
2005년 : 3625만3339엔(12위) / 2006년 : 1억261만4030엔(2위) / 2007년 : 1억1089만7679엔(3위) / 2008년 : 9085만0678엔(6위) / 2009년 : 1억2728만8876엔(4위) / 2010년 : 9230만9013엔(3위) / 2011년 : 6777만7540엔(6위) / 2012년 : 1억3238만915엔(1위) / 2013년 : 6239만7565엔(12위) / 2014년 : 4019만2600엔(24위) / 2015년 : 4347만5647엔(22위) / 2016년 : 8548만3816엔(7위) / 2017년 : 7249만5033엔(9위) / 2018년 : 4101만5718엔(28위)

전미정
나이 : 37세
신장 : 175cm
통산 우승 : 28승(한국 3승, 일본 25승)

[고형승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tom@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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