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 골프장의 시작, 부산해운대수영골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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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 골프장의 시작, 부산해운대수영골프장
  • 인혜정 기자
  • 승인 2019.01.03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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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골프구락부 해운대수영골프장은 일제강점기 경성(1921년), 대구(1924년), 원산(1924년), 평양(1928년)에 이어 1932년 2월 8일 조선에서 가장 늦게 문을 열었다.

부산해운대수영골프장은 동래 온천천과 수영강이 만나 바다로 이어지던 강변에 만들어졌다. 지금 이곳에는 부산의 미래 첨단 도시인 ‘센텀시티’가 들어서면서 당시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골프장이 있던 시기에는 일본인들이 수영강을 중심으로 동래온천과 해운대온천을 개발해 사람들의 왕래가 잦았다.

해운대수영골프장의 코스 규모는 전장 2610야드, 9홀(파 33). 스코어카드에 나타난 바와 같이 동일한 티 박스와 그린을 사용해 9홀을 두 번 라운드하며 18홀로 운영했다. 이 골프장을 만든 부산골프구락부는 1932년 2월, 70여 명이 중심이 돼 만들었다. 1936년 5월에는 회원이 165명으로 늘어났다. 당시 구락부는 부산 지역민 102명과 타 지역 회원 63명으로 구성됐다. 그중에는 대구골프회의 서연호, 서연식과 이왕직 차관이던 경성골프구락부의 이항구도 있었다.

해운대수영골프장은 1934년 동해남부선을 연장해 해운대역, 수영역, 동래역을 개통하자 도심과 접근성이 좋아졌다. 해운대온천과 동래온천이 개발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또 골프장 지도에서 보듯이, 6번홀 밑으로 해수욕장이 자리해 골프는 물론 전천후 휴양 관광지로 발전했다. 수심이 얕아 물놀이하기에 안전한 수영해수욕장은 학생들의 여름 수련회 장소로 인기를 끌었다. 골프장과 온천을 연계한 관광지로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전해진다.

부산골프구락부의 1938년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1937년 입장객은 3624명이 입장했었다고 한다. 그 당시 골프장 규모는 9홀이었는데, 수영역에서 자동차로 30분이나 걸려 교통편이 좋지 못했다. 하지만 골프를 위해 이곳을 찾는 내장객이 많았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입장료와 함께 골프장 입장세를 징수하고 있는데, 오늘날 골프장 이용객에 매기는 개별소비세가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1940년 해운대수영골프장은 큰 변화를 겪는다. 일본 육군이 대륙 침략을 위해 인근 주민들을 강제로 동원해 비행장을 건설한 것이다. 태평양전쟁 때는 일본군의 후방 비행장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해방 후에는 수영비행장으로 명칭을 변경해 군사 비행장과 민간 비행장으로 사용하다가 지금은 신도시인 ‘센텀시티’로 거듭났다.

부산해운대수영골프장은 코스 사진에서 볼 수 있듯 클럽하우스 주변에 연습 그린과 연습장을 갖추고 있다. 이전에 만든 경성, 대구, 원산, 평양 골프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오늘날과 같은 시설로 근현대 골프장의 모습을 처음 갖추고 있다. 이 시설을 통해 회원들의 골프 실력 향상과 부산•경남 지역의 골프 인구 저변 확대에 공헌한 바가 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한국전쟁 이후인 1956년 10월, 해운대수영골프장을 대신해 황실 소유의 토지를 빌려 전장 2900야드, 9홀(파 36) 규모의 부산컨트리구락부 해운대 코스를 만들었다. 코스는 해운대가 내려다보이는 바닷가 산기슭으로 지금의 해운대구 중동 와우산 달맞이고개 자리다. 이 코스는 10년에 걸쳐 전장 6300야드, 18홀(파 72) 규모로 발전했다. 하지만 부산 도시 개발과 함께 1971년 7월 노포동으로 이전했으며 기존 골프장 부지는 택지로 개발했다.

[인혜정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ihj@golfdigest.co.kr] [도움말 조상우 호서대스포츠과학부 골프 전공 교수]

조상우 교수는 한국 골프사 연구와 함께 골프 골동품을 수집하고 있다. 슈페리어에서 운영하는 세계골프 역사박물관의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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