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서 즐기는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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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서 즐기는 골프
  • 유연욱
  • 승인 2018.10.0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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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모래 코스의 진수를 접할 수 있는 유타를 대표하는 곳은 샌드홀로다

미국에서 골프 코스가 펼쳐져 있는 광활한 모래밭이 밴던 듄스와 위스콘신 중부밖에 없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유타주 남서부 끄트머리, 자이언 국립공원의 그늘이 드리운 지역에는 곱게 분쇄된 붉은 규토(硅土)가 넓은 띠를 이루고 있으며 지난 25년 사이에 그 위에는 여섯 개에 달하는 4성급 골프 코스가 들어섰다. 이곳은 한때 지층의 솔기가 격렬한 힘으로 분출했다가 붉은 바위와 사암 협곡의 웅장한 풍경으로 굳어졌고 외벽에는 녹물이 흘러서 황갈색과 연분홍색 줄이 그어졌으며 일부 지층은 빗물이 스며들면서 희게 탈색됐다.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가장 부드러운 지층은 부서지고 침식되어 높은 사막의 모래언덕과 협곡을 이루게 됐다. 워낙 구멍이 많은 다공성 지질이어서 페어웨이와 그린 아래에 배수 파이프를 설치할 필요가 없을 지경이다. 나란히 놓인 세인트조지와 워싱턴시티 그리고 허리케인은 여러 코스 설계가들에게 풍성한 팔레트 역할을 해왔다. 대부분이 남부 캘리포니아나 피닉스 출신으로 사막의 모티프를 활용하는 데 익숙한 사람들이었다. 가장 오래된 코스는 박스 형태의 협곡 안에 자리 잡은 유쾌한 9홀 코스 인딕시레드힐스 그리고 1989년에 문을 연 시립 코스로, 개장 당시에 브리검영대학 출신이자 이 지역이 낳은 가장 유명한 투어 선수인 조니 밀러가 시범 라운드를 펼친 그린 스프링이다. 진 베이츠(Gene Bates)가 설계한 이 레이아웃의 하이라이트는 파3인 5번홀과 파4인 6번홀이다. 두 곳 모두 어프로치 샷으로 기암괴석이 들어찬 협곡을 넘어가야 한다. 코스의 나머지 부분에는 현재 주택단지가 들어서 있지만 그래도 많은 곳에서 그림 같은 사막의 풍경을 감상 할 수 있다.

 선브룩과 엔트라다앳스노캐니언을 비롯한 몇몇 코스는 야자수와 워터해저드가 많은 풍경 때문에 팜스프링스나 스코츠데일의 시설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처럼 보인다. 이 두 곳은 모두 건곡을 그대로 활용했으며 검은 용암대가 놀랍도록 길게 이어진다. 둘 중에서는 엔트 라다의 후반 9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용암의 트라이앵글 훨씬 더 황량하게 느껴진다. 특히 바람이 불면 종잡을 수 없이 더 위협적이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바람이 분다.

산호 협곡이라는 뜻의 이름이 매우 적절하게 느껴지는 ‘코럴캐니언’은 다채로운 분홍색이 감도는 바위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있다. 키스 포스터(Keith Foster)가 설계한 이곳은 연이은 파5홀로 포문을 열지만 최고의 짜릿함을 안겨주는 곳은 오히려 탁월한 짧은 두 홀이다. 피치샷으로 처리할 수 있는 파3의 6번홀은 작은 그린을 커다란 바위가 에워싸고 있고 드라이버 샷을 시도해볼 만한 파4의 8번홀은 전장의 길이도 312야드에 불과하다. 레귤러 티에서는 겨우 263 야드에 그치지만 왼쪽의 협곡이 위협적이다.

 

근래 들어 조금 방치된 분위기이던 코럴캐니언은 주인이 바뀌면서 새로운 활력이 느껴진다. 코럴캐니언에서 바로 남동쪽에는 이 지역을 대표하는 샌드 홀로리조트(Sand Hollow Resort)가 있다. 이곳의 27홀을 설계한 존 포트(John Fought)는 US아마추어 챔피언 출신으로 PGA투어에서도 2승을 거둔 선수다. 챔피언십 18홀의 전반 9홀은 고원의 세이지브러시 관목과 지면에 노출된 광맥 사이를 지나며 페어웨이와 그린에도 융기가 심하다. 기암괴석과 산맥이 이루는 풍경은 인상적이지만 후반 9홀에 접어들면 금세 잊고 말것이다. 11 번홀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서면 세계의 끝에 들어선 기분이 든다. 이 내리막 파3의 끝에 놓인 그린 너머로는 광활한 협곡이 끝없이 펼쳐진다. 협곡의 앞쪽 가장자리를 따라 네 홀이 더 이어진다. 왼쪽으로는 바닥까지 30m가 뚝 떨어지고 네 홀 가운데 세 홀은 오른쪽으로 높은 절벽이 이어지기 때문에 거의 고소공포증이 느껴질 정도다. 포트는 이 가 장자리의 지형이 골프 홀을 만들기에 완벽했다면서 12번홀 페어웨이를 가로지른 자그마한 시내 하나만 메우고 나머지는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고 말했다.

 짧은 파4인 13번홀은 기암절벽 위에 자리 잡고 있기는 해도 역시 자연스러우며 내리막이자 측면 경사를 이루는 파4의 14번홀은 동계 올림픽의 봅슬레이 경기장을 달리는 느낌을 안겨준다. 샌드홀로에서 마지막으로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홀은 15번홀이다. 230야드가 나오는 낮은 백 티는 거대한 바위 사이로 나무를 끼워 넣을 수 있다면 선택해도 상관없지만 아무래도 높은 레귤러 티에서 오른쪽을 겨냥하는 것이 더 낫다. 이곳도 그린 주변에서 실수할 여지가 많지 않지만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절벽에서 내려온 마지막 세 홀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특히 파5인 17번홀에 사막을 가로질러 용암지대가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연습장 반대쪽에 있는 세 번째 9홀인 더링크스는 훨씬 소박하고 깔끔해 보이지만 홀 사이를 가로지르는 용암층과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의 유명한 로드 홀을 절묘하게 구현한 파4의 5번홀 등 덕분에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매력을 발산한다. 유타주 남부는 새로운 모험 요소가 여전히 풍부한 골프의 메카다. 높은 고도는 상쾌한 공기와 건조한 날씨를 제공하며 이는 볼이 멀리 날아가고 더 많이 굴러간다는 뜻이다. 이 일대는 겨울에도 대체로 플레이할 수 있으며 가격대는 피닉스나 라스베이거스의 몇 분의 1에 불과하다. 더구나 코스마다 눈이 닿는 곳까지 이어지며 웅장한 배경을 이루는 산의 이름은 파인밸리 마운틴이다. 이게 바로 골프의 묘미다.

[글_론 휘튼(Ron Whit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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